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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가장 흔하고 가장 보수적인 음악, 팝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팝(Pop) 음악이라고 하면 대개 두 가지 개념을 떠올립니다. 먼저 한국의 음악, 그러니까 국내 음악 혹은 로컬 음악이라고 부르는, 국내에서 만든 음악이 아닌 해외의 대중음악을 우리는 팝이나 팝송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팝 음악이라고 하면 파퓰러(Popular) 음악, 즉 대중음악이라는 뜻인데도 1990년대 초반 정도까지는 해외의 대중음악만을 팝이라고 부르고, 한국의 대중음악은 그냥 대중가요, 가요, 유행가라고 불러왔습니다. 의미로 치자면 한국의 대중음악 역시 팝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의 대중음악을 구분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외국의 대중음악은 팝이라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음..
록, 격렬하고 신나는 음악의 열기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대중음악 장르마다 특정한 패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포크 뮤지션은 수수하거나 히피풍의 옷차림을 하고, 힙합 뮤지션은 커다란 티셔츠에 배기팬츠를 입을 것만 같습니다. 뉴에라 모자도 쓰고요. 그렇다면 록 뮤지션은 어떤가요? 당연히 장발을 하고 팔에는 문신을 그릴 것만 같은가요? 하지만 록 뮤지션들 가운데 실제로 장발을 하고 다니는 이들은 별로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머리 길이입니다. 그런데도 TV에서 록 뮤지션을 소개할 때는 항상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반지와 목걸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나와서 마구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주로 보여줍니다. 록 뮤지션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Stereo ty..
모든 음악의 즐거움을 위하여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음악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창작자를 알 수 없는 전통음악이 많이 있고, 새롭게 창작된 창작 음악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장르로 구분하자면 지역마다 있는 옛 음악을 전통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전통 음악부터 장르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요즘에는 월드뮤직이라는 용어로 통칭하는 아이리쉬 포크, 집시 오케스트라, 플라멩고, 파두, 모르나, 셈바, 굼베, 마라벤타, 단손, 차차차, 볼레로, 칼립소, 레게, 룸바, 수쿠, 삼바, 보사 노바, 람바다, 포로 등등 세계 각지의 민속음악과 전통음악은 지면에 다 적을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한국의 전통음악도 역사적으로 나누면 아악, 당악, 향악으..
박형진의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 - 서정민갑 변산에는 그가 산다. 농사꾼 시인 박형진, 그는 변산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농사지으며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50줄이 가까운 나이에도 흙 파먹고 사는 것을 운명처럼 아는 그는 학교라고는 중학교 1학년까지 다니다 만 것이 전부다. 학교 공부는 일찌감치 작파하고 서울에서 고물장수를 해가며 세상공부를 하던 그는 어느 날 “농민은 농촌에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다시 고향에 돌아와 농사짓고 굿치며 농민운동을 하고 또 글을 쓴다. 세상에 글 쓰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인이라고 소설가라고 작가라고 명함 내밀며 목에 힘주는 이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박형진은 잘난척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쓴다. 중앙문단에서 알아주지도 않고 상표등록도 되어 있지도..
B급 좌파 김규항의 글 모음집 나는 왜 불온한가 고향 친구들을 만날때 마다 낯설다. 아저씨가 다 되어 가는 유부남 사내들의 화제란 건강관리와 재테크, 그리고 아이 얘기가 대부분. 늘 입을 닫고 조용히 들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어쩌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매한가지다. 세상이 원래 그렇고 그런 것이라는,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자조섞인 결론은 결국 노래방의 고성방가로 이어진다. 서른을 갓 넘긴 사내들의 조루같은 조로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새벽길은 그래서 언제나 쓸쓸하다. 아파트의 크기와 은행계좌의 잔고와 자동차의 종류로 행복을 가늠하는 짐승같은 자본의 가치관에 잡아먹혀버린 친구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돌아설 때 김규항의 글이 생각나는 것은 당연하다. 개혁의 담론에 매..
차이와 차별에 대한 상쾌한 딴지 걸기 영화 "별별이야기" 예전부터 TV 사극이나 영화에서 농민들이 민란을 일으키는 장면이 나올 때 늘 쓰였던 말이 있다. 농민군 지도자가 봉기를 앞두고 비장한 표정으로 했던 말은 바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요새 말로 하면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이 아니었을까? 사람으로서 생존할 수 있는 권리와 차별 없이 평등할 수 있는 권리, 그 두 가지를 이루기 위해 그들은 목숨까지 내걸었는데 과연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체감인권지수는 매우 낮은듯 하다. 사회적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어 최저계층과 상위계층의 평균소득 격차가..
남한 사람들의 가짜 통일 엿보기 영화 "간큰가족" 2005년 8·15 민족대축전은 특별한 사고 없이 잘 진행되었다. 북측 대표단이 분단 이후 최초로 남측의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남과 북의 축구 경기가 벌어지며 남북 이산가족의 화상상봉이 이루어지는 시대는 기실 얼마나 놀라운 발전인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을 애도하는 말 한마디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총련 의장이 북한에 다녀오고, 금강산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곧 개성도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늘 열망하면서도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지를 의심했던 일들이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통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멀리 있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성 하모니의 매력 꽃피는 나무의 여행 ‘소풍가는 날’은 기독교 민중가요 노래패 ‘새하늘 새땅’에서 활동하던 가수 방기순과 ‘새하늘 새땅’을 거쳐 퓨전국악 팀 ‘the林(그림)’에서 활동 중인 건반 연주자 신현정 그리고 전대협 통일노래한마당에서 ‘진혼곡’ 등의 노래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김영남으로 이루어진 여성 트리오이다. 앞서 박창근의 음반을 소개할 때도 언급했지만 90년대 후반부터 민중가요 진영에서는 개인 가수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는데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예전에는 각기 다른 팀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어울려 새롭게 팀을 꾸리는 경향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활동을 중단했지만 고명원, 유인혁, 정윤경으로 꾸려져 남다른 민중가요 밴드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유정고밴..
박창근 2집 2000년대 민중가요 진영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지난 8,90년대와는 달리 개인 창작자들의 수가 노래패의 수보다 많다는 것이다. 꽃다지, 노래공장, 맥박, 소리타래, 아름다운 청년, 우리나라, 젠, 좋은 친구들, 천지인, 희망새 등 적지 않은 수의 노래패(그룹)들이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개인 창작자들이 그보다 두 배나 많은 것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점이다. 이것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현상인데, 당시 노래운동을 대표했던 노래패에서 활동했던 창작자들이 팀 활동의 중단으로 인해서 이거나 혹은 개인적인 창작 욕구를 펼치기 위해서 솔로로 활동하기 시작하며 나타난 경향이다. 기존의 노래패에서 솔로로 독립하는 경향이 대폭 늘어난 것과 함께 소수지만 처음부터 솔로로 활동하는 민중..
비극의 역사를 향한 장난 같은 질문 "천년의 수인" 만약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했던 안두희와 비전향장기수 그리고 5·18민중항쟁의 진압군이 얼굴을 마주보고 함께 살아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출가 오태석의 연극 은 이런 상상에서 출발해서 한국 현대사의 뿌리를 되짚어보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알려진 것처럼 1949년 6월 26일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했던 안두희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3개월 뒤에 15년 형으로 감형되었고 한국전쟁이 나자 석방되어 포병장교로 복귀한다. 그는 이후 곽태영 백범독서회장, 권중희 민족정기구현회장에게 테러를 당하며 도피 생활을 한다. 하지만 결국 1996년 10월에 인천의 자택에서 시민 박기서 씨에게 피살된 그는 암살 배후에 대한 자백을 하기도 하고 백범 묘소를 강제 참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