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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격렬하고 신나는 음악의 열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3. 5. 27. 16:30

록, 격렬하고 신나는 음악의 열기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대중음악 장르마다 특정한 패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포크 뮤지션은 수수하거나 히피풍의 옷차림을 하고, 힙합 뮤지션은 커다란 티셔츠에 배기팬츠를 입을 것만 같습니다. 뉴에라 모자도 쓰고요. 그렇다면 록 뮤지션은 어떤가요? 당연히 장발을 하고 팔에는 문신을 그릴 것만 같은가요? 하지만 록 뮤지션들 가운데 실제로 장발을 하고 다니는 이들은 별로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머리 길이입니다. 그런데도 TV에서 록 뮤지션을 소개할 때는 항상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반지와 목걸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나와서 마구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주로 보여줍니다. 록 뮤지션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Stereo type)입니다. 실제로 록 뮤지션들 가운데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 역시 많지 않은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록 음악의 중요한 음악적 특성 하나를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바로 샤우팅(Shouting)이라는 특성입니다. 록 음악은 그렇게 큰 소리를 내는 음악입니다. 물론 모든 록커들이 다 소리를 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대중음악 장르의 뮤지션들보다 큰 소리, 센 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입니다. 보컬만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록 뮤지션들은 보컬과 악기, 특히 기타에 디스토션(Distortion)을 걸어서 소리를 뒤틀리게 하고 증폭시킵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의 소리를 비교해서 생각해보시면 금방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어쿠스틱 기타는 찰랑거리고 맑은 소리가 나는데 비해 일렉트릭 기타의 소리는 징징징 울리는 소리에 찢어지고 큰 소리가 납니다. 기계로 만들어낸 인공적인 소리입니다. 또한 록 음악은 비트(Beat)가 강합니다. 록 음악의 비트는 뒤에 있는 백비트(Back Beat)입니다. 록 음악에서는 백 비트가 음악의 시작부터 끝까지 따라다닙니다.


이러한 록 음악은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세상의 모든 대중음악은 외따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말씀 드렸지요. 그렇다면 록 음악은 어떤 음악에 영향을 받아서 생겨난 음악일까요? 록 음악은 리듬 앤 블루스(R&B)와 컨트리(Country) 음악이 합쳐져서 생겨난 음악입니다. 흑인음악이었던 리듬 앤 블루스와 백인 음악이었던 컨트리, 부기우기(Boogie Woogie)등이 합쳐져서 로큰롤(Rock'n'roll)이 되고, 로큰롤이 록이 된 것입니다.


록 음악의 본격적인 시작은 1954년 4월 빌 헤일리 앤 더 코메츠(Bill Haley and the Comets)가 발표한 <Rock Around The Clock>이라는 곡입니다. 곡의 제목은 낯설지 몰라도 “원 투 드리 어 클락 포 어 클락 락”하면서 시작하는 신나는 곡을 들어보지 않은 분은 드물 것입니다. 이 음반은 당시에 1,500만장이나 팔리면서 로큰롤을 널리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리고 빌 헤일리 이후 수많은 로큰롤 뮤지션들이 이어졌습니다. 척 베리(Chuck Berry),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 버디 홀리(Buddy Holly), 제리 리 루이스(Jerry Lee Lewis)는 초기의 로큰롤을 만들고 대중화시킨 주역들입니다.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1950년대 미국의 주류 음악이었던 스탠더드 팝에 비해 로큰롤 음악들은 사운드가 강하고 요란합니다. 가사 역시 노골적이고 퍼포먼스도 육체적이거나 성적인 측면을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성세대들은 로큰롤 뮤지션들을 음란하다고 싫어했지요. 1994년 톰 행크스(Tom Hanks)가 주연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엘비스 프레슬리가 허리를 돌리면서 추는 춤을 본 어른들은 비도덕적이라고 경악했습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로큰롤에 열광했고 그 덕분에 로큰롤은 젊음의 음악이자 반항의 음악이 되었습니다. 록의 저항적인 이미지, 반항적인 이미지는 이때부터 형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록큰롤은 수많은 록으로 이어졌습니다. 음악 정보 사이트인 올뮤직(http://www.allmusic.com/)에서 록의 하위 장르를 한번 검색해보시면 아실 텐데요. 얼터너티브 록, 아트록, 포크 록, 컨트리 록, 하드 록, 헤비메탈, 사이키델릭, 개러지, 펑크, 뉴웨이브, 록큰롤, 루츠 록, 소프트 록 등으로 분류되는 록은 다시 각각의 장르마다 20~30개의 하위 록으로 나눠질 정도로 세분화 됩니다. 거의 200여개 종류의 록이 있다고 봐야 할 정도이니 록이 얼마나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 중에서도 비틀즈(The Beatles), 야즈버드(Yardbirds),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애니멀스(The Animals), 더 후(The Who), 킹크스(Kinks), 도어즈(The Doors), 크림(Cream),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블라인드 페이스(Blind Faith), 블러드 스웻 앤 티어스(Blood Sweat & Tears),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클래쉬(The Clash), 프랭크 자파(Frank Zappa),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데릭 앤 더 도미노즈(Derek & the Dominos), 무디 블루스(Moody Blues), 뉴 트롤스(New Trolls), 제네시스(Genesis),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킹 크림슨(King Crimson), 데이비드 보위, 록시 뮤직(Roxy Music), 예스(Yes), 프로콜 하럼(Procol Harum), 뉴욕 돌스(New York Dolls),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퀸(Queen) 같은 록 뮤지션들은 록의 전성시대를 연 최고의 뮤지션들입니다. 그들이 새롭게 시도한 사운드와 가사, 패션 등은 록 음악의 음악적 방법론을 늘 새롭게 만들어 나갔을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의 예술성을 강화했고 록 음악을 하위문화로 연결시켰습니다. 테디 보이(Teddy Boy)와 모드(Mod), 펑크족 같은 하위 문화의 스타일은 한국에는 낯선 개념이지만 영미권의 청년문화와 대중문화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엄청난 기여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 록 음악이 등장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한국에 없던 음악인 록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주한미군을 상대로 한 기지촌의 클럽들입니다. 미8군 쇼의 레퍼토리들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그들을 상대로 연주하던 밴드들이 살롱과 나이트클럽으로 진출하면서 로큰롤, 트위스트, 블루스, 소울, 사이키델릭 등 록 음악의 하위 장르들이 알려졌다고 합니다. 포크 음악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외국의 유명 곡들을 번안해서 불렀던 한국의 밴드들은 애드 훠의 1964년 앨범을 기점으로 창작곡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록커라면 <빗속의 여인>, <미인>등의 명곡을 내놓은 신중현과 뛰어난 연주력을 선보였던 히식스(He6)를 들 수 있을텐데요. 1970년대 한국에서는 보컬 그룹 경연대회가 열릴 정도로 많은 밴드들이 군웅할거, 백가쟁명하며 록의 시대를 만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이 일으킨 금지곡 파동과 대마초 파동은 1970년대 한국 록의 시대를 단번에 짓밟아 버렸습니다. 그 이후 록은 대학가나 언더그라운드로 숨어들게 되었고 다시 록의 시대가 오기까지는 10여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들국화를 선두로 한 언더그라운드 록 뮤지션들과 시나위, 백두산 이후에 곳곳에서 등장한 헤비메탈 밴드들은 잠시나마 한국에서 록과 헤비메탈의 시대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영화의 시간은 1990년대 아이돌 그룹에 밀려 금세 끝나고 말았지만 1990년대 후반 인디 신이 만들어지면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주류 매체들이 아이돌 그룹들과 소수의 가수들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스스로 다른 생태계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밴드 뮤지션들은 서울 홍익대 앞의 라이브 클럽들을 중심으로 기반으로 둥지를 틀었습니다. 크라잉 넛(Crying Nut)의 <말달리자>, 델리 스파이스(Delispice)의 <차우차우> 같은 히트곡들이 나오면서 펑크와 모던 록이 중심이 된 밴드 음악들은 인디 신을 알리고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인디 신에는 록의 어지간한 하위 장르 음악들이 다 있을 정도로 많은 밴드들이 활동하고 있고, 음악적 수준도 높습니다. 최근 북미권 투어를 다녀온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와 노브레인(Nobrain)은 높은 찬사를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공연시장이 성장하면서 여러 개의 대형 록페스티벌들이 열리고 해외의 유명 밴드들이 내한한 정도로 록 음악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록 음악이 가지고 있는 격렬한 사운드의 에너지와 역사성 때문일 것입니다.

 


한 때 록 음악이 진정성을 가진 음악이고, 저항적인 음악이라는 담론들이 쏟아져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록 음악에 부여된, 지우기 힘든 이미지입니다. 사실 여부를 굳이 따져보자면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할 것입니다. 분명 록 음악에는 비주류적인 이미지, 거침없는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실제로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을 비롯한 많은 록 뮤지션들은 사회적 문제의 현장에도 꾸준히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록의 전부는 아닙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지 않고 제대로 보려면 많은 록 음악들을 직접 찾아서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세상에 좋은 록 음악은 얼마든지 많고, 록만큼 가슴 뛰게 하는 음악도 많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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