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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시대 읽기/세상의 모든 음악

세상의 모든 음악 1 - 모든 음악의 즐거움을 위하여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3. 25. 22:03

모든 음악의 즐거움을 위하여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음악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창작자를 알 수 없는 전통음악이 많이 있고, 새롭게 창작된 창작 음악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장르로 구분하자면 지역마다 있는 옛 음악을 전통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전통 음악부터 장르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요즘에는 월드뮤직이라는 용어로 통칭하는 아이리쉬 포크, 집시 오케스트라, 플라멩고, 파두, 모르나, 셈바, 굼베, 마라벤타, 단손, 차차차, 볼레로, 칼립소, 레게, 룸바, 수쿠, 삼바, 보사 노바, 람바다, 포로 등등 세계 각지의 민속음악과 전통음악은 지면에 다 적을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한국의 전통음악도 역사적으로 나누면 아악, 당악, 향악으로 나뉘고 장르적으로는 정악, 민속 음악, 창작 국악으로 나뉘는데 이를 역사적 흐름과 장르적 흐름으로 세분하면 종류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한국만 해도 그러니 다른 나라의 전통음악까지 합치면 그 수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클래식 음악이라고 부르는 고전음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악기마다, 형식마다, 시대마다 종류가 한 둘이 아닙니다. 가곡, 마드리갈, 소나타, 아리아,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 등등의 용어는 쉽게 외어지지도 않습니다. 대중음악으로 건너가도 똑같습니다. 블루스, 컨츄리, 일렉트로닉, 재즈, 월드뮤직, 팝, 록, 아방가르드, 뉴에이지, 포크 등의 장르 안에는 다시 수많은 하위 장르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그 많은 음악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음악을 들어보셨나요? 그 많은 음악들 중에서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사람들은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지역마다, 세대마다, 성별마다, 계급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릅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언제 태어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완전히 바뀌듯이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하는 것도 사실은 운명의 장난으로 엇갈린 것입니다. 중세에 태어난 사람과 현대에 태어난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이 다르고,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과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이 다릅니다. 한 집안에서 살아간다 해도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악과 자식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좋은 음악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세상에 있는 어머니의 수만큼 맛있는 음악이 있다는 얘기처럼 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다 자기에게 좋은 음악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많은 음악들 가운데 일부만을 듣고 일부만을 좋아합니다.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들으려고 노력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TV나 방송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듣는데 그치고 맙니다. 세상의 모든 영화를 다 볼 수 없듯 세상의 모든 음악을 다 들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조금만 밖으로 움직여 보면 금세 다른 자연과 문화,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깨닫게 되는 것처럼 더 많은 음악을 찾아듣는다면 다양한 음악 속에 담긴 재미와 의미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대중음악으로 국한해서 얘기해볼까요? 블루스, 컨츄리, 일렉트로닉, 재즈, 월드뮤직, 팝, 록, 아방가르드, 뉴에이지, 포크는 각각의 장르마다 지향하는 정서가 다릅니다. 가령 블루스 음악에 담긴 흑인 음악 특유의 여유롭고 끈적끈적한 질감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도시적이고 현란한 질감은 음악 장르의 차이가 결국 지향하는 정서와 세계관의 차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특정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단지 그 음악의 사운드를 좋아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그 음악이 내포하고 있는 정서와 지향을 좋아한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음악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시대마다, 세대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대중음악이 다릅니다. 요즘은 일렉트로닉 음악이나 알앤비 음악, 랩 음악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성인들은 최신 음악을 덜 좋아하는 편입니다. 장년 세대 이상은 트로트 음악을 좋아하고, 중년 세대는 포크나 록을 상대적으로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트로트 음악이 가장 인기를 끌던 시대가 있었고, 흔히 가요라고 부르는 팝 음악이 가장 인기를 끌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성장할 때 들었던 음악을 가장 좋아해서 특정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특정 음악만 좋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앞서 예를 들었듯 좋은 음악의 수는 무궁무진합니다. 대중음악에서도 장르마다 좋은 음악이 얼마나 많은지 굳이 얘기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은 특정 장르의 음악뿐일 때가 많습니다. 다양한 음악을 소개해주는 TV 프로그램도 있지만 주류 매체에서 소개해주는 음악은 굉장히 한정적입니다. 그럴 때 유용한 것이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에서는 다양한 음악, 좋은 음악을 쉽게 찾아서 들을 수 있습니다. 대중음악 전문가들이 좋은 음악을 추천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도 많습니다.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만 해도 뮤직이라는 메뉴 안에 다양한 컨텐츠를 담고 있습니다. 가령 네이버 뮤직에는 매주 출시된 음반들 가운데 이 주의 음반을 선별해주는 메뉴도 있고, 좋은 음악을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의 라이브를 근사하게 찍어서 보여주는 온스테이지(http://music.naver.com/onStage/)라는 메뉴도 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좋은 음악을 쉽게 찾아 들을 수 있습니다. 


onStage




TV나 매체에서 소개하는 음악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여의도의 방송국을 통해 알려지는 주류 대중음악 말고도 서울 홍익대학교 앞의 라이브 클럽과 카페, 대중음악 페스티벌, 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 음악은 종류가 더 많고 다양합니다. 인디 음악은 색다르고 독특한 음악이 아닙니다. 대형 연예 기획사에서 대자본으로 만드는 음악이 아니라 자신의 자본으로 직접 만드는 음악을 인디 음악이라고 부릅니다. 장르의 차이가 아니라 제작방식의 차이인 것입니다. 어쨌든 주류 대중음악이 몇 개의 장르만으로 이루어져있는데 반해 인디음악에는 더 많은 장르의 뮤지션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주화운동을 했던 이들은 민중가요를 많이 불렀습니다. 한 때는 민중가요가 아닌 서양식 대중음악은 제국주의의 음악이라고 배척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민중가요가 음악 장르는 아닙니다. 민중가요의 음악 장르는 국악, 포크, 팝, 혹은 록 정도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김민기의 음악이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음악도 미국에서 건너온 포크 음악인데 포크 음악은 들어도 되고 록 음악은 안 된다고 했던 것은 논리적으로는 모순입니다.

아무튼 민중가요의 역사가 30~40년에 이르면서 민중가요의 음악도 다양해졌습니다. 포크 음악에 가까웠던 초기의 민중가요는 시간이 흐르면서 록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로 확대되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인디음악 쪽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도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 기꺼이 함께 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강허달림 같은 블루스 뮤지션, 허클베리 핀 같은 록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같은 스카 밴드, 시와 같은 포크 뮤지션들이 자주 함께 합니다. 물론 그들 중에서는 민중가요처럼 직접적인 가사로 현실을 비판하는 뮤지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똑같기 때문에 함께 하는 것일 것입니다.

앞으로 ‘세상의 모든 음악’ 꼭지에서는 그렇게 민중가요는 아니더라도 좋은 음악과 좋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을 소개하려 합니다. 세상에 좋은 음악, 의미 있는 음악이 단지 민중가요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음악을 하면서 음악으로 세상의 슬픔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하려 하는 뮤지션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이더라도 누가 어떤 음악을 하고, 어떤 메시지와 정서를 전하는지 참고하셔서 들어보신다면 그만큼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는 것은 예전과 다를 것이라고 했는데 반대로 알게 되면 사랑할 수 있게 되고 예전과도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귀는 마음으로 곧장 연결되는 길을 갖고 있습니다. 그 길은 사람으로 이어지고 세상으로 이어집니다. 음악은 그 길에 피어나는 꽃이고 바람이고 이야기입니다. 귀 기울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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