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문화 속 시대 읽기/영화 속 시대읽기 (12)
함께쓰는 민주주의
영화에 빚진 현실-영화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말하다 글 김남희(knh08@kdemo.or.kr) “손님에게 무조건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해야 하죠. 힘들고 긴 싸움을 버티는 이유는 단 하나에요. 인간답게 일하고 싶어요.”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 진짜 나는 파리 목숨보다 못한 존재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 때는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눈코 뜰 새 없이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잘 되면 나도 잘 될 줄 알았는데…. 우리가 말을 안 하고 묵묵히 일만 하니 그 사람들이 우리를 바보로 알았던 거예요. 모여서 이렇게 소리를 내야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총 823만 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이 중 ..
반지의 제왕으로 보는 환타지의 세계 - 김덕영 환타지가 영화와 책, 게임 등의 주된 주제가 된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국내에서는 90년대 PC통신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각종 환타지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중 몇몇은 이른바 PC통신의 스타작가로 떠오르면서, 그 인기를 등에 업고 자신의 글을 책으로 출판, 무시못할 판매부수를 올리며 출판시장의 새로운 인기상품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환타지 소설의 등장 지금처럼 소설이나 영화의 한 장르로서 환타지가 일반화된 것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의 원작자 J.J 톨킨이 환타지라는 장르를 일반화시켰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초의 환타지 소설은 중세의 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환타지의 연원은 사실 꽤 오래 전으로 올라..
묵공 - A Battle or Wits 글·김봉석 영화평론가/lotusidnaver.com 기원전 5세기의 중국은 많은 소국이 힘을 겨루는 춘추전국시대였다. 나라의 힘이 강해지면 어김없이 약한 이웃 나라를 침공 했고 힘이 약해지면 반대로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아야 하는 약육강식의 시대. 하루아침에 나라를 잃은 왕의 신세도 비참했겠지 만 가장 힘든 것은 백성이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할 때에는 병사나 짐꾼 등으로 전쟁터에 나가야만 했고 침략을 받을 때에는 무 참하게 학살당해야 했다. 원하지 않은 혼란과 고통은 진나라가 통일을 할 때까지 반복 되었다. 하지만 통일이 되었다고 해도 백성들의 고난은 여전하다. 다시 진나라의 폭정에 시달려야만 했으니까. 강자만이 살아남았던 춘추전국 시대에 는 백성들에게 공자나 노자..
굿 셰퍼드 - The Good Shepherd 글·김봉석 영화평론가/lotusidnaver.com 얼마 전 국정원 요원들이 인도네시아 사절단의 숙소에 침입해서 정보를 빼내려다가 들킨 사건이 있었다. 흥신소 직원들도 하지 않았을 초보적인 실수를 반복하고 결국은 국가 망신으로 전락했다. 정보기관은 일종의 필요악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나 정보기관은 있다. 한국에는 국가정보원, 미국은 CIA와 NSA, 영국은 MI6, 이스라엘은 모사드 등등. 정보기관의 목적은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등 대외 비밀공작을 행하는 것이다.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스파이, 즉 첩보원도양성한다. 전 세계에 파견된 첩보원들은 자국 이익이 되는 정보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쟁국이나 적대적인..
크래쉬 crash - 탐욕에 눈먼 인간들에게 던지는 경고 글·김봉석 영화평론가/lotusidnaver.com 2010년 연말, 1박 2일에서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기획을 마련했다. 한국에 온지 겨우 6개 월인 이도 있었고, 훌쩍 10년을 넘기고 한국인과 결혼한 이도 있었다. 강원도로 여행을 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은 고향에 두고 온 정든 가족들과 의 만남이었다. 그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가난했던 60년대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의 모습을 떠올렸다. 혹은 70, 80년대 원양어선이나 중동 으로 일하러 나간 아버지들을 떠올리기도하고. 그런 정서적 동질감도 좋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찾아온 이방인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마음을 갖는 것. 하지만..
황산벌 몇 해 전부터 史劇이 TV 드라마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시초가 된 것이 이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이전의 사극이 장년층을 주 대상으로 했다면 이후의 사극은 국민적인 드라마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영향 탓인지 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사극을 만날 수가 있더군요. 사극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시대적 배경만이 과거일 뿐 스토리 자체는 완전히 허구인 경우, 또 하나는 역사적 사실을 주제로 극을 만든 경우입니다. 요즘 영화로 비교하자면 전자는 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고, 후자는 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극이 부딪치는 문제, 고증 하지만 어떤 경우이든 사극이 흔히 부딪치는 문제는 고증의 문제입니다. 전자의 작품인 경우 대부분 복식 등 외형적..
바그다드 카페 두 여자가 있습니다. 아주 상반된 성격에 상반된 환경에서 살아온. 그 둘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바그다드 카페는 바로 그런 이야기입니다. 미국으로 여행온 독일인 부부가 있습니다. 무척 권위적으로 보이는 남편, 자못 순종적으로 보이는 아내, 남편은 연신 시가를 피워대고 차안에는 행진가가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남편은 사사건건 화를 내고, 참다못한 아내는 결국 여행용 가방 하나만을 지닌채 차에서 내립니다. 그녀의 이름은 쟈스민. 영화 (퍼시 애들론, 1988)는 그렇게 시작합니다. ‘Calling you'를 배경음악으로 정처없이 걸어가는 사막의 고속도로, 트럭 한 대가 호의를 보이지만 그녀는 두려운 표정으로 거절합니다. 고속도로변에 ‘바그다드 카페’라는 이름의 허름한 모텔이 있습니..
평범한(?) 사람들의 지구 지키기 * 지구방위기업 다이가드(1999, 미즈시마 세이지, XEBEC) 평범하기로 치면 봉급쟁이만한 것이 있을까요. 한 푼의 세금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유리봉투 월급에 부양가족까지 있게 되면 돈을 버는 목적이 가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돼버립니다. 끼리끼리 모이면 직장상사를 안주 삼아 술 한 잔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되기도 합니다. 주인공 아카키 슌수케는 ‘21C’라는 보안회사 홍보과 소속의 평범한 샐러리맨입니다. 어떤 날은 회사 전단지도 돌리고, 어느 날은 회사 캐릭터 인형 옷을 뒤집어쓰고 애들에게 풍선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그가 남다른 점이 있다면 홍보과 소속 거대로봇 다이가드의 조종사라는 것 뿐 입니다. 그나마 다이가드는 전투 목적이 아니라 홍보용으로 제작돼 여기..
슈팅 라이크 베컴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권할 수 있는 건강한 영화, 어른들이 함께 보아도 즐거운 영화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쌍둥이 사이에도 세대 차가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세대간 틈이 사회 문제로 거론되는 현실이니까. 여기에다 교육과 재미까지 겸비해야 한다니, 이보다 어려운 과제가 없겠다. 서울 YMCA 산하 ‘건전 비디오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건비연)에서 분기별로 선정하는 ‘청소년을 위한 좋은 비디오’가 그나마 객관적으로 권할 수 있는 작품 목록이 될 것 같다. 선정 작품들은 책자를 만들어 각급 학교와 도서관에 무료 배포하고, 또 작품 판매전도 열고 있다. 10여 년 넘게 이런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아직도 학교나 단체의 시청각 담당 선생님들로부터 “어떤 작품을 권해야할지, 어디서..
실버 코미디 모든 세대와 계층이 소외감과 박탈감을 하소연한다. 어린이들은 과외에 시달리느라 유년기를 반납했다하고, 학생들은 입시 지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불만이다. 장애인은 마음대로 외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시위하며, 노동자는 임금과 처우 개선을 부르짖고, 여성은 일과 가사 노동의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한다. 동성애자는 편견이 사라지기를 바라고, 명퇴자들은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고 한다. 직능과 나이별로 뭉쳐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실버 세대도 빠질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직후에 했던 말로 기억한다. “모두 살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수십 년 전부터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잘 견디어 왔습니다” 정말 그렇다. 모두들 내일 당장 지구의 종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