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민주화운동이야기/역사와 트라우마 (5)
함께쓰는 민주주의
[역사와 트라우마] 빨간 딱지, 결코 떨어지지 않는 -대전 산내유족회 부회장 이계성 글·최현정 chhjung@paran.com 1950년 여름. 대전형무소의 재소자들과 국민보도연맹원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희생되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인민군에 동조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적법한 절차도 무시한 채 당대 정권이 저지른 일이었다. 이계성 선생님. 그도 그날 그 구덩이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는 해방 이후 남원건국군을 이끌던 고 이현열 님. 오랜 세월 빨갱이의 자식으로 드러내는 것조차 용납되지 못했던 상처를 품고 살아갔다. 상처를 품은 눈은 예리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동시에 따뜻하고 슬프다. 세 시간 정도의 만남 동안 그 두 눈에 눈물은 차오르려 하다가 이내 장난 섞인 호탕한 웃음소리에 덮여 사그라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매향리 평화마을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 전만규글·최현정 chhjungparan.com전만규. 올해로 56세이다. 그의 고향은 매향리다. 11대 째 매향리에 살고 있는 전씨 사람이다. 88년도부터 매향리 미군폭격장 폐쇄에 앞장섰던 주민대책위원장으로 유명한 그다. 불타오르는 매서운 기질에 섬세하고 다정한 성품을 지녔다. 이름 난 평화 운동가이지만 약자라면 불의 앞에서 낫과 곡괭이를 들고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1951년 8월, 미군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어촌 마을 매향리에 폭격 연습장을 만들었다. 그날부터 매향리의 하늘과 땅은 미군의 폭격연습으로 인한 전쟁 지옥 그 자체였다. 1967년 아기를 가진 33살 여성이 미군의 오폭으로 죽임을 당하자, 미군은 적반하장 주민들을 통제하기 시..
마음속 한 자락 들춰내. 그마저 아쉬워. -고문피해자 치유모임과 재단법인 진실의 힘 글·김양기 저는 전남 여수시에 살고 있는 김양기입니다. 86년 2월 21일 보안대 지하실에 끌려가 간첩으로 조작되어 7년형을 선고받고 징역을 살았습니다. 43일 동안 불법 감금 되어 있었으며, 고문을 당한지 24년이 지났습니다. 2008년 광주고등법원에 재심청구를 하고 개시되기만을 기다리는 중에 고문피해자 치유 모임에 참여 해보지 않겠는가 하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그동안의 진실을 밝히려던 나의 노력이, 말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모든 억울함과 고통들이 과거사위원회의 종이 몇 장의 조사보고서로 끝나는 것인가... 끝이 보이지 않는 허탈감속으로 깊이 끌려내려갈 무렵이었습니다. 막연히 모임 장소인 서울 삼성동 봉은사로 찾아갔습니..
다른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글·최현정 chhjung@paran.com 역사가 숨긴 고통이 당사자의 개인사가 아닌 모두의 아픔이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역사의 트라우마라고 부를 힘을 얻게 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고통을 가하는 실체에 반대하며, 앞으로 있을 고통의 연쇄를 끊어낼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체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절박하게 그 체험을 바람에도, 그런 순간들을 탄생시키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때로 우리는 무언가를 희망할 수 없을 만큼 슬프고, 무력하고, 냉담합니다. 어떻게 희망하고 또 무엇을 희망해야 하는 것인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신년 초, 어느 방송사에서는 새해를 맞이하여 ‘희망’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방송에서는 끊임없이 희망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역사의 경험을 다루는 데는 기억의 해법과 망각의 해법이 있다. 기억의 해법은 그 사건을 촉발시킨 상황과 그 정 신을 철저히 기억함으로써 이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자는 것이다. 이에 비해 망각의 해법은 과거는 단지 과거지사이므로 잊어버리고 미래에 매진하자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해법은 망각의 해법이 아니라 기억의 해법이어야 한다. 인간이역사를발전시킬수있는능력은역사를기 하고성찰하여교훈을얻는능력에달려있다. 망각의 해법이 아닌 기억의 해법만이그존재의미가있는것이다. 현대사에 묻힌 국가폭력 우리 근현대사는 식민지 지배, 전쟁, 분단 그리고 독재라는 뼈아픈 상처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과거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몇 번의 시도조차 실패로 끝났다. 지난날의 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