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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와 차별에 대한 상쾌한 딴지 걸기 영화 "별별이야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 12. 20. 02:30

차이와 차별에 대한 상쾌한 딴지 걸기 영화 "별별이야기"


 
 

예전부터 TV 사극이나 영화에서 농민들이 민란을 일으키는 장면이 나올 때 늘 쓰였던 말이 있다. 농민군 지도자가 봉기를 앞두고 비장한 표정으로 했던 말은 바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요새 말로 하면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이 아니었을까?


사람으로서 생존할 수 있는 권리와 차별 없이 평등할 수 있는 권리, 그 두 가지를 이루기 위해 그들은 목숨까지 내걸었는데 과연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체감인권지수는 매우 낮은듯 하다. 사회적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어 최저계층과 상위계층의 평균소득 격차가 18배에 이르고 단지 그대가 00(00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말은 무수히 많다.)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이지 않는 불평등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고 있는 인권 영화 프로젝트 연작인 장편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가 우리의 시선을 끌고 있다.


차이와 차별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애니메이션으로 접근한 방식이 매우 신선한데, <별별이야기>에 참여한 감독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과 주제로 때론 코믹하게 때론 비감하게 우리 사회의 별별 차별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인권 영화 프로젝트 연작
먼저 참여한 감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마리 이야기>로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이성강 감독과 예리하고 기지 넘치는 신문만평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박재동 화백, <강아지똥>으로 동경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던 권오성 감독, 만화 에서 기괴하고 엽기적인 세계를 선보였던 이애림 감독,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의 신인 감독으로 구성된 5인 프로젝트 팀의 김준, 박윤경, 이진석, 장연주, 장형윤 감독이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다양한 감독들이 참여한 만큼 작업방식도 다양하다.


단편 <동물농장>은 <월레스 앤 그로밋>에서 사용되었던 클레이 메이션 기법을 사용했으며, <그 여자네 집>은 드로잉 기법을 써서 삽화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디지털 컷 아웃 방식을 쓴 <육다골 대녀>와 셀과 드로잉을 혼합한 <자전거 여행>과 <낮잠>, 전형적인 셀 방식으로 접근한 <사람이 되어라>는 각기 다른 기법으로 영화 보는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별별 이야기>가 주목하는 차별의 문제는 신체장애의 차별과 다름의 차별, 여성 차별, 외모 차별, 외국인 노동자 차별, 학력 차별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차별 문제가 모두 망라되어 있는 것이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문제는 심각하지만 각각의 단편들은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우리는 즐겁게 영화를 보면서 차별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새삼 느낌은 물론 자연스럽게 나는 그러한 차별적 의식으로 누군가를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각종 차별
첫 번째 단편 <낮잠>은 한 여름날 평화롭고 달콤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 딸 바로와 아빠의 일상을 통해 신체장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쪽 손의 손가락이 두 개뿐이고 한쪽 다리도 짧은 바로는 수영장에 가지만 사람들의 냉대를 받고, 길을 나서도 버스나 택시가 멈춰주지 않는다. 유치원에서는 받아주지 않고 그나마 반갑게 맞아주는 유치원에는 차별의 현실처럼 높은 계단이 놓여 있다.


두 번째 단편 <동물농장>은 다름에 대해 차별하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에 대한 슬픈 우화이다. 양들만이 모여 사는 농장에 어느 날 염소 한 마리가 찾아온다. 염소는 양들과 어울리고 싶어하지만 양들은 자신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염소를 결코 받아주지 않는다.
염소는 양들과 어울리기 위해 자기도 양인 것처럼 속이기로 마음먹고 양털 옷을 짜서 입는다. 결코 숨겨지지 않는 뿔은 눈물을 흘리며 잘라낸다. 염소가 눈물을 흘리며 톱으로 자신의 뿔을 자를 때, 그리고도 금세 정체가 탄로나 내침을 당하는 염소가 결국 나무에 목을 걸 때
우리의 눈시울 역시 어느새 뜨거워진다.


세 번째 단편 <그 여자네 집>은 맞벌이 부부 종숙과 남편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똑같이 밖에서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지만, 양말 하나 제대로 벗어놓지 않는 남편과 아이의 뒷바라지에 허덕이는 종숙은 자신의 통쾌한 뒤집기에 성공한다.
네 번째 단편 <육다골대녀>는 고조할머니 대부터 물려받은 큰머리, 철심 같은 곱슬 머리카락, 짧은 자라목, 아톰다리에 통뼈 그리고 울화통까지 물려받은 막내가 주인공이다. 독특한 신체구조 때문에 연애도 못하고 취직도 못하는 그가 정말로 불이 활활 타오르는 화로(홧병)을 들고 소리 지르는 장면은 이 작품의 압권이다.


다섯 번째 단편 <자전거 여행>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비 오는 거리, 사람이 타지 않은 채 저절로 굴러가는 자전거의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는 불법 체류자로 일하다 끝내 사랑하는 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전거 주인의 슬픈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마지막 단편 <사람이 되어라>는 박재동 특유의 유머가 넘치는 작품이다.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결코 사람이 되지 못하기에 학생들이 모두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는 학교는 대학 졸업장에 목을 매는 우리 사회의 웃지 못 할 자화상이다. 이처럼 톡톡 튀는 여섯 개의 단편이 모인
<별별 이야기>는 가까운 이들과 함께, 혹은 가족들과 함께 보며 인권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교재로서도 훌륭한 작품이다. 상영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지만 조금 발품을 팔아서라도 꼭 한번 보기를 권한다.

 

* 서정민갑

진보적 음악운동단체인 한국민족음악인협회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있다. 공연기획, 음반제작, 음악강좌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아름다운 문화의 시대를 만들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문화와 관련한 자유로운 글쓰기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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