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인물/칼럼/인터뷰 (230)
함께쓰는 민주주의
하얀 가운을 입은 그 - 영양사 채동근 씨의 이야기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성별에 따른 직업의 구분이 조금씩 무의미해져가는 요즘. 전통적으로 남성, 혹은 여성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곳에서, 그 편견과 의구심에 당당히 맞서는 이들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사명감을 가지고 직업을 택하는 젊은이들. 그 중의 한명이 바로 채동근 씨다. 현재 한 공장에서 노동자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채동근 씨. 그의 직업은 영양사다. “사람들은 영양사하면 여자를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심지어 예쁘장하게 생기지도 않은 남자가 영양사 가운을 입고 구내식당에서 일하고 있으니, 처음에는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그리고 취업 과정에서, 학교에 진..
20대의 선배가 후배에게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우유부단함으로 따진다면 집안 내에서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촌동생 A군. 갓 군대를 제대하고 2학년으로 복학한 그의 요즘 화두는 ‘진로 문제’다. ‘워킹 홀리데이를 갈 것인가, 복학을 할 것인가’, ‘노량진에 들어갈 것인가, 어학연수를 갈 것인가’, ‘관세사를 공부할 것인가, 7급 공무원을 준비할 것인가’. 가뜩이나 우유부단하여 사소한 것마저도 결정하기 버거워하는 그의 앞에 놓인 무수히 많은 선택지와 가능성. 결국 그는 그냥 고민만하다 복학을 했고, 지금도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형! 대체 나 뭐해야 하지?” 그러나 그보다 나이가 많고 밥을 많이 먹고, 서울말을 더 잘 구사한다는 것 말고는 잘난 것이 없는 사촌형이 무슨 조..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청소년의 친구, 이계은 씨를 만나다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누구나 그것을 경험하지만 막상 누군가가 그것으로 인해 좌충우돌 힘들어 할 때 정작 이해를 못 하는 것이 있다. 청소년 시절, 어른과 어린이의 과도기에서 혼란스러운 그 시절에 당신의 주위에는 성장통을 겪던 당신을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준 이가 있는가? 되돌아보면 그 시절은 참 아쉬운 시간들이다. 단지 어렸다는 점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시절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으로 형성 되는가 또는 어떤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방황으로 술이나 담배, 나쁜 짓을 하고 다녔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혼자 오랜 시간 그 시기를 감내해..
방바닥에 앉아 고민만 하는 당신에게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학생운동을 한 것도 아니면서 꽤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무른 나. 후배들 눈에는 그런 내가 인생 선배로 보였는지 가끔은 조언을 구해오는 경우가 있다. “휴학할까요? 휴학하면 어학연수 갈까요? 아니면 파트타임을 할까요?, 복수 전공으로 이것을 할까요? 저것을 할까요? 아니면 그냥 전공 심화를 할까요?, 노량진에 갈까요? 아니면 어떤 자격증을 따야 할까요?” 기실 나이와 학번이 앞서는 것 외에는 그다지 후배들과 비교해서 지도적인 위치에 있지 못한 나로서는, 선배의 체면을 살리면서도 그들에게 일종의 “환각” 효과를 주기 위하여, 예의 헛소리를 조언이랍시고 던진다. “음… 네가 가슴 뛰는 일을 해봐. 그게 뭔지는 네 가슴이 알고..
꿈은 현실이다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며칠 전 일이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간, 선생님이 각자가 졸업 이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흐르는 침묵’을 깨고 싶던 나는 먼저 말문을 열었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상태로 살아간다면 제가 노숙자를 보며 하는 생각, ‘그래 저것이 나의 미래다.’ 이 생각이 결코 극단적인 생각만은 아닐 거라는 점입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며, 혼자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찍고 있는 내게 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의 학생들은 서양의 학생들에 비해 인생에 대한 고민이 늦게 오는 편이에요. 10대 때 사춘기가 온다고 하는데, 저만 봐도 자신의 삶에 대한 고..
움직이는 사람만이 꽃을 피운다. ‘꽃들에게 희망을’ 설미정 대표 글_ 정영심/ zeromind96@naver.com ‘꽃들에게 희망을’ 은 창원에 있는 비영리 봉사 단체이다. 이름이 주는 이미지였을까? 이내 꽃이 피고 나비가 날 것 같은 설레는 기분으로 길을 떠났다. 창원으로 내려가는 동안 마음엔 봄이 왔다. ‘꽃들에게 희망을’ 대표 설미정, 그녀를 만나고는 정말 방긋 꽃이 피고 말았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1999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뜻을 함께하는 지인들과 ‘아나바다’ 운동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주로 하는 활동은 저소득 가정에 밑반찬 배달과 학습, 정서적 지원이다. 사파동 민원 센터 건물 2층을 무료임대로 쓰고 있지만 관의 지원을 받지는 않고 있다. 자발적으로 지역민이 만..
어느 20대의 자취기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나는 겉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시골 출신이다. 어렸을 적부터 “옛말에 이르기를,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했고, 자고로 남자는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스무 살이 되던 해 풍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와 수도권 과밀화에 일조를 했다. 전철 타는 것이 재밌어 하릴 없이 2호선으로 한 바퀴를 돈다거나, 서울 사람들이 쓴다는 ‘~했니?’를 터득한 결과, 아버지로부터 “너는 서울 가더니 서울 사람 다 됐다.”라는 호평(?)을 받은 것 등이 지방에서 처음 올라와 친형과 함께 자취를 갓 시작했던 스무 살의 기억이다. 스무 살에 시작된 자취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그동안 자취를 하면서 능력 있는 여성을 만..
키드, 영화를 평하다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지금이야 케이블 TV와 DVD, 그리고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는 등의 방법으로 집에서도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다지만 과거에는 사실상 공중파 TV에서 해주는 영화 이외에는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다. MBC , KBS1 , KBS2 가 바로 그 시절, 집에서도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해 주었던 프로그램들인데, 특히 “딴 따다다단 따다다단”이라는 타이틀 음악(원곡은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 중 2악장 아다지오로, 타이틀 음악에 사용된 곡은 Werner Muller Orchestra가 연주한 곡이 쓰였다.)으로 사람을 설레게 했다가, 이어지는 광고들로 진을 빼게 만들었던 KBS2 는 지금은 방영을 하지 ..
따뜻한 미소 뜨거운 눈물의 그녀,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의 조명숙 교감 글_정영심 zeromind96@naver.com 가을비가 조용히 내리는 명동 길을 걸어가 조명숙 교감을 만났다. 그녀는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숨결이다. 이날은 여명학교가 개교 8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개교기념 행사를 마치고 만나서일까? 우리는 인터뷰 내내 울다 웃다 하였다. 그녀의 따뜻한 미소와 뜨거운 눈물이 녹아난 삶의 이야기들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조명숙 교감은 1997년 신혼여행으로 중국 여행을 갔었다. 거기서 탈북 청소년들을 소개 받으며 신혼의 단꿈은 남의 일이 되어 버렸다. 이들과 베트남 국경을 넘어 남한으로 오기까지의 경로를 설명하는 그녀의 눈동자엔 아직도 긴박감과 떨림이 남아있었다. 소녀같은 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라디오쟁이 박성문입니다.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외동으로 자라 외로움을 타는 시간이 많았던 그에게 라디오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특히 단파라디오로 해외방송을 청취하는 것은 지방에서 자란 그에게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을 충족시켜주는 것이었다. 라디오에 대한 사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의 성장 시절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라디오는 어느새 그의 꿈이 되었다.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 ‘희한한 루트’를 밟아서 지금에 와 있지만, 어렸을 적 꿈을 조금씩 이뤄가고 있는 박성문 씨를 만났다. 여느 청년들과 다를 바 없이, 먹고 사는 문제에 이리저리 치여 살지만, 여느 청년과는 다르게 어렸을 적 꿈을 잃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