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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청소년의 친구, 이계은 씨를 만나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2. 13. 23:44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청소년의 친구, 이계은 씨를 만나다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누구나 그것을 경험하지만 막상 누군가가 그것으로 인해 좌충우돌 힘들어 할 때 정작 이해를 못 하는 것이 있다. 청소년 시절, 어른과 어린이의 과도기에서 혼란스러운 그 시절에 당신의 주위에는 성장통을 겪던 당신을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준 이가 있는가?

되돌아보면 그 시절은 참 아쉬운 시간들이다. 단지 어렸다는 점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시절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으로 형성 되는가 또는 어떤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방황으로 술이나 담배, 나쁜 짓을 하고 다녔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혼자 오랜 시간 그 시기를 감내해야만 했던 나로서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든다. ‘내 곁에 나의 고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들어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나의 인생 항로도 조금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회하지 않았을까’하고 말이다.

청소년 시절 자신이 느꼈던 문제점을 잊지 않고, 지금은 청소년 운동을 하며 지금 이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 이계은 씨를 만나보았다.



“꿀꿀한 청소년 시기를 거쳤다”는 이계은 씨. 그가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도 않는 청소년 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고등학생 때까지는 제가 우울해 하는 것을 제 탓으로 돌렸어요. 그런데 대학에 가면서 제가 우울했던 이유가 개인이 아니라 한국의 청소년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깨달았죠. 좋은 학벌을 가져야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청소년을 자유롭지 못한 존재로 만드니까요.”

대학에 가면서 의식화(?)를 하게 된 이계은 씨. 그 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고.

“한국 청소년도 공부 이외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주체적으로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졌어요.”

그러다 떠오른 것이 바로 지금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언론운동이다.

“한국사회에서 언론은 대부분 기득권을 가진 집단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언론(=사회의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가장 무시하는 존재 중 하나가 청소년이고요. 청소년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이 없어요. 청소년에 대해 기존 언론이 다루는 것들은 항상 부모나 학교라는 보호와 감시의 입장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대부분 청소년 자살률, 학교 폭력, 일탈청소년들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만을 공유하죠. 그래서 청소년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이계은 씨의 청소년 언론운동은 현재 부천을 지역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부천지역 청소년 언론단체인 부천연대 부천청소년기자단 [놀토]의 지도교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놀토]는 1년에 웹진을 4회 발행하는데요. 웹진을 발행하기 위해서 격주마다 토요일에 정기모임을 갖고 언론교육, 사회에 대한 교육을 하고 공동체 활동을 해요. 또 청소년들에게 경험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농촌연대활동이나, 청소년 권리 향상을 위한 부천 학생의 날 행사를 열기도 하고요.”

지역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사회적 무관심으로 인해 겪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한다.

“웹진을 발행하고 정기모임을 진행하려면 어느 정도의 자본이 필요해요. 저희는 시민단체기 때문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단체가 운영되는데, 후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운영이 많이 어려워요. 지도교사들은 한 명의 상근자를 제외하면 모두 대학생 무급 자원봉사자들인데, 이들이 오히려 사비를 털어가면서 청소년들에게 밥을 사주는 식이에요. 그래서 운영비 마련을 위해 일일 후원찻집을 열기도 해요.”

그 자신도 다른 일을 하면서 청소년 언론운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그렇게 바쁘고 고된 일상임에도 운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사회에서 가장 불행한 집단이 청소년이에요.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걸 보면 느껴지지 않나요? 한국의 청소년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자유가 없고 늘 부모와 학교, 사회의 시선에서 움츠러들고 공부기계로 살 수 밖에 없어요. 그런 아이들이 기자단을 하면서 성격이 좀 더 밝아지거나 즐거워하는 걸 볼 때 보람을 느껴요. 아이들이 농촌연대활동으로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우면서 자신이 농민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보람을 느끼고, 역사와 사회를 공부하면서 사회가 뭔가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사회가 될지 함께 대안을 토론하면서 밝아지는 것 같아요. 경험의 폭이 넓어지면서 세상에는 성적 말고도 재밌고 의미 있는 게 많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요.”

“기성세대가 청소년은 이런 존재다 라고 규정짓고 그런 틀과 시선으로 아이들을 대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이계은 씨. 청소년 언론운동을 하고 있지만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소위 말해서 꼰대가 되지 않는 것이 제 인생 목표에요. 타인에게 감히 이렇게 살아라 라고 제시해주는 꼰대가 되기보다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사람을 통해 성숙해지고 발전해가며, 고민하는 타인에게 가치 있는 삶을 안내해주고 또 그 길을 걷든 혹은 다른 길을 걷든 그것을 믿어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좌우명으로 살아간다는 그. 한없이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나에게도 사람의 온기가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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