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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20대의 선배가 후배에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3. 13. 09:56

20대의 선배가 후배에게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우유부단함으로 따진다면 집안 내에서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촌동생 A군. 갓 군대를 제대하고 2학년으로 복학한 그의 요즘 화두는 ‘진로 문제’다. ‘워킹 홀리데이를 갈 것인가, 복학을 할 것인가’, ‘노량진에 들어갈 것인가, 어학연수를 갈 것인가’, ‘관세사를 공부할 것인가, 7급 공무원을 준비할 것인가’. 가뜩이나 우유부단하여 사소한 것마저도 결정하기 버거워하는 그의 앞에 놓인 무수히 많은 선택지와 가능성. 결국 그는 그냥 고민만하다 복학을 했고, 지금도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형! 대체 나 뭐해야 하지?”

그러나 그보다 나이가 많고 밥을 많이 먹고, 서울말을 더 잘 구사한다는 것 말고는 잘난 것이 없는 사촌형이 무슨 조언을 해줄 수 있으랴. 그저 “우리 집안은 자고로 나랏일을 하는 집안이니, 너도 가업을 잇기 위해 노량진에 들어가는 것이 어떠냐? 형은 한국판 프리터 족으로 근근이 살아가련다.”라는 자조 섞인 말 밖에는.

그렇게 ‘무엇을 해야 할지 도통 마음을 굳히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내 사촌동생과 같은 20대나, ‘갈팡질팡하다 에라 모르겠다 싶은’ 나와 같은 20대에게 ‘실제로 고민 할 시간에 일단 부딪혀 보라’는 이가 있다. 20대를 먼저 살아가는 이유리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취업을 앞서서 생각하는 후배들은 참 고민이 많아요. 휴학은 언제 해야 좋을지, 시험은 또 어떤 걸 준비해야 할지, 지금 지원하려는 이 회사가 전망이 있는지….”

그런 후배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는 자신의 얼마 전을 떠올린다고 한다.

“저는 고민만 주구장창 하는 후배들을 보면 왜 그렇게 고민만 많이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어요. 어떤 일을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일단 결정을 하고 나서 그 이후에 고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전 고민할 시간 자체도 사치로 느껴질 만큼 치열하게 삶을 살았던 것 같거든요.”

현재 북한이탈주민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는 그. 그러나 그는 이 일을 하기 전까지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가’라는 고민만 한 것이 아니라, 많은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의 직장에서 일하기 전까지 국토해양부에서 일하기도 했고, 제 모교의 행정실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또 취업을 준비하면서 저의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경영대학원에 진학하여 금융MBA과정을 밟기도 했고요.”

말 그대로 ‘고민만 하기 보다는 직접 부딪치면서 자신의 진로를 찾아갔다’는 그는, 경험 속에서 자신의 적성과 보람을 찾아 갈수 있었다고.

“제가 학교에서 전공인 법학과 함께 교직이수를 했던 것은,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서였어요. 그렇지만 교생실습을 하면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 소명의식이 생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길은 아니다 싶었죠. 지금 일하고 있는 곳도 처음부터 특별한 소명의식이나 사명감이 있었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하지만 제가 업무를 해가면서 평소에 제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많이 변했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창출하는 사기업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존재하고 일하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리 씨.

특히나 학교에서 공부했던 것과는 무관한 분야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그는 즐겁게 일을 배웠다고 한다.

“사실 요즘 세대는 극소수만 제외하면 내가 어떤 일을 선택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이력서를 낸 곳 중 나를 선택해 준 직장에서 일을 한다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할 듯해요. 저 또한 학교 다닐 때는 공법학을 공부했지만 지금은 홍보분야에서 일하고 있고요. 일을 해나가면서 항상 새로운 일에 부딪치는 어려움의 연속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기본을 지키는 것, 그리고 배우려고 하는 자세로 모든 일을 임하면 결국 모든 것이 제 것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가 말하는 기본이란 무엇일까?

“기본이란 것이 그리 거창하고 어려운 것은 아니에요. 아니 오히려 사소해보여서 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요. 제가 말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을 만났을 때 웃는 얼굴로 아침인사를 하는 것, 누군가가 나의 도움이 필요할 때 친절하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도움을 주는 일, 그리고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나보다 어리고 부족해 보이는 사람에게서라도 기꺼이 배우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 이런 게 기본이고 배우려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홍보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그도, 이제는 홍보분야에서 일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게 되는 단계까지 왔다고 한다.

“제 전공분야는 법학인데, 제가 전혀 모르는 홍보분야에서 일하려다보니 매순간마다 어려운 일이 닥치고 그것을 해결하는 생활이 계속됐어요. 업무를 진행하면서 업체와 조율을 해야 하는데 제가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보니, 일을 하는 초기에는 업체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힘이 들었어요. 다행히 같이 일하는 분들의 도움과, 제 자신이 관련 전문서적을 공부하면서 이제는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 한결 수월해졌어요.”



수월해진 업무와 자신의 일에 대한 보람, 그리고 직장에 대한 사명감까지, 그의 ‘행동 우선주의’는 그렇게 고민을 하나씩 해결해주었다고 한다.

“저도 어떻게 보면 참 이리저리 헤매고, 요즘 자주 쓰는 말로 안정된 직업,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고 봐야죠. 하지만 제가 남들처럼 매일 고민만 하고, 남들이 하니까 그냥 따라서 공무원 준비하고, 누가 좋다더라 하니까 전문직 자격증 공부를 하고 했다면 지금의 제가 느끼고, 배운 것들이 존재했을까 싶어요.”

지금도 고민 중인 나의 사촌동생 A군에게, 또 나에게, 그리고 고민 많은 20대에게 그는 말한다.

“고민만 하지 말고 직접 뛰어들어보세요. 그러면 경험이 되고, 느끼게 되고, 배움이 있고, 결국 어떤 식으로든 고민만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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