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문화 속 시대 읽기 (121)
함께쓰는 민주주의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글 이은진 신나는문화학교 대표/ jini0501@gmail.com 87년 6월민주항쟁과, 87~88년 노동자 투쟁을 거치면서 '노래를찾는사람들(노찾사)'과 '새벽'뿐 아니라 지역별로 민중문화운동 단체들과 전문노래단체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만큼 활동의 공간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대중적 요구들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지역의 노래운동 집단은 주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을 하면서 각기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산에서 창작된 (고승하 곡)과 (김봉철 곡), 안양 ‘새힘’에서 창작된 , , (이상 이건 곡) 등은 전국적으로 보급되었습니다. 또, 광주 노래패 '친구'와 ‘우리소리연구회’는 드물게 민요를 적극적으로 계승하면서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었지요. 정세현과 ..
미친 춤의 시대 -김혜순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글 서효인 humanlover@naver.com 댄스나 율동이 아닌 ‘춤’은 원래 제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고 무의식이 춤의 동작을 결정한다. 1990년대 서울은 춤을 추고 있었던 것 같다. 개발 광풍이 서울 안에서 바깥으로 거대한 몸을 이동시키고, 부동산 시장은 계속해서 새로운 부자를 임명했다. 세기말적 분위기에 젊은이들은 조증과 울증을 반복했으며,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일본문화가 스며들었다. 군사정권이 우여곡절 끝에 정권을 내놓았고, TV에서는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당신의 경쟁상대는 누구냐고 자꾸 물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우리의 미친 경쟁은. 김혜순 시집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은 긴 춤과 같다. 1994년에 출간된 시집은 시대적 감수성에 바투 붙은 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글 홍순성 rosaleo@naver.com “우리는 민주주의를 두 가지 이유로 환호한다. 하나는 그것이 다양성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비판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 두 가지면 충분하다. 세 가지도 필요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두 가지 환호』, E. M. 포스터. 재인용) 힐링. 마음의 치유를 다루는 소위 힐링 관련 도서들이 베스트셀러의 상위를 점령하고 있다. 낙담하고 상심하고 우울한, 상처받은 자들이 “위로와 위안이 내게 정말 필요해.”하고 동시에 소리 없이 외치는 것은 아닐까? 그 치유라는 행위 자체가 마음의 상처를 근원적으로 회복할 능력이 있는 것인지, 혹시 탄산수처럼 일회적이고 찰나적인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렇다고 치..
말하는 건축가, 정기용 글 오예지 yeejio@naver.com 건축은 21세기 도시인들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우리의 사유와 사고방식을 구현해내는 역할로서 존재한다. 현대 도시인들은 집 문을 열고 나가면 수많은 건축물 혹은 건물의 숲 속에서 숨쉬고 살아야만 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 건축물은 땅이외에 유일하게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공간으로 우리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제공해 주지만, 도시를 가득 매운 건축물들은 아스팔트 구조물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먼지들로 우리의 몸과 정신을 피로케 하기도 한다. 때때로 건축물들은 도시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조형물의 역할을 하기에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추앙 받기도 하지만, 오늘의 다큐의 주인공인 정기용씨가 바라보는 건축은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생활방식을 변화시..
손에 손 엮을 단결의 핏줄... 글 이은진 신나는문화학교 대표/ jini0501@gmail.com 80년대 초반이 광주항쟁의 패배감과 좌절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내적 과제였다면 90년대 초반에는 골리앗 투쟁의 패배와 엄청난 물리적, 이데올로기적 탄압에 주춤해진 노동자 투쟁을 추스르는 것이 또 중요한 과제로 부각됩니다. 이 때 만들어진 노래들은 대부분 자신을 돌아보거나 반성하는 성찰의 정서가 두드러지며, 또한 상처를 위로하고 서로에게 힘을 주려는 의도가 강한 노래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는 노동자들을 다시금 북돋으며 힘을 주는 그런 노래입니다. 87년 이후 전국적으로 결성된 민주노조들은 지역노조협의회를 결성하기 시작했고, 또 90년 1월 22일 민주노조의 구심체이며 전국조직인 전노협을 결성하기에 이릅니다...
활동의 시간인 낮의 햇빛이 중요하듯, 휴식과 내실의 시간인 밤의 어둠 또한 중요 『모모』(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비룡소, 2009) 글 김락희 koocoo87@live.co.kr 아내는 가끔 동네 헌책방에서 책을 몇 권씩 사온다. 그 중에 오늘 소개할 책, 『모모』가 있었다. 김만준의 노래, “모모”가 생각났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 바늘이다” 뜻은 몰랐지만 뭔가 철학적인 가사에, 따라 부르기 좋은 멜로디라 어릴 때부터 흥얼거렸던 노래였다. 이제야 그 노래의 뜻을 알 수 있겠네,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흔한 표현이지만, 그 책에 빠졌다. 그 뒤로 두 개의 책읽기 모임에서 나는 이 책『모모』를 추천했다. 함께 모모를 이야기할 때도 즐거웠다. 사람들 마음..
우리는 깃발을 믿지는 않지만 -오은 『호텔 타셀의 돼지들』(민음사, 2009) 글 서효인 humanlover@naver.com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사내가 구속되었다. 그는 대통령의 친형이며, 여권의 실세였고, 국회의원을 지낸 자다. 정권 말기, 대통령의 친인척이 거의 그래왔듯이 그도 검은 돈에 손을 뻗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그에게 돈을 준 자들은 지방 저축은행의 경영진이다. 그들은 서민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투기를 하고 서민의 희망을 무참히 모두 없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권력을 가진 자가, 서민을 돌보기는커녕 서민을 착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그가 검찰에 출두했을 때, 한 시민이 그에게 계란을 던지자, 사내는 검찰청 관계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저런 사람 하나도 통제하지 못하나..
보는 것을 믿으시나요? (is seeing beliving?) 글 오예지 yeejio@naver.com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이 5가지 감각은 인간이 이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고 살아가느냐를 결정하는 감각들이다. 위의 다섯 가지 감각 중 우리 일상생활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당신이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처음 만난 상대방이 어떠한 사람인지 인지 하게 되는 데 가장 활발히 작동하는 감각은 무엇일까? 맨 처음 우리에게 들어오는 것은 상대방의 이미지. 눈을 통해 뇌로 인지되는 이미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믿고 사는가? 보는 것은 정말 신뢰할 만한 감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보는 것이 믿는 것인가?(Is Seeing Bel..
갈 수 있다고 꿈꾸던 사람들 글 이은진 신나는 문화학교 대표/ jini0501@gmail.com 84년, 학내 기관원들이 철수하는 이른바 학원 자율화 조치가 시행된 이후 합법적인 공간이 열리자, 대중들의 욕구는 샘솟듯 솟아나기 시작하였습니다. 83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결성을 시작으로 한국출판운동협의회, 민주교육운동협의회,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민족미술협의회, 민주언론운동협의회 등 많은 단체들이 발족되었습니다. 대학 내에서는 총학생회 부활을 준비하며 연일 집회가 열렸는데, 학내 집회가 많아졌음은 물론이고, 학교 밖의 공간에서도 다양한 소모임과 집회들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문화공연 또한 많이 만들어지고 인기를 얻었는데, 단조행진곡, 마당극, 시 등 민족예술의 엄청난 활동성과를 이루어낸 것도 이 시기..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인혁당사건 추모전시회 (2012년 4월 8일~5월 13일, 서울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내 12옥사) 박수진_독립큐레이터 1975년 봄, 그해에도 봄꽃은 바람에 꽃 내음과 함께 날아갔을 것이다. 다만 그해 꽃바람엔 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8명의 귀한 목숨들도, 민주주의도 바람이 되어 날아갔다. 그렇다. 재판 선고 후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인민혁명당(약칭 인혁당)’ 사건 이후 벌써 37번째의 봄이 또 왔다. 인혁당 사건을 짧게나마 정리하면 이렇다. 인혁당 사건은 1964년과 1974년 두 차례 있었다. 1964년의 1차 인혁당 사건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지하당을 조직한 사건으로 조작된 사건이었다. 10년 후, 1974년 4월 유신헌법 반대시위가 일자 중앙정보부는 민주인사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