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문화 속 시대 읽기 (121)
함께쓰는 민주주의
어떤 질박함과 끈끈함의 세계, 블루스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한국에서 블루스(Blues)만큼 오해받고 있는 음악이 있을까요? 블루스라고 하면 대부분 이른바 무도장에서 남녀가 바싹 붙어서 느리게 추는 춤만 떠올리곤 하니까요. 물론 블루스라는 형식의 춤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블루스는 단순히 춤만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블루스의 시작은 분명 흑인 음악이었고 춤도 그 음악에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블루스를 음악이 아니라 남녀가 사랑을 확인할 때 추는 춤으로만 생각하더군요. 블루스에 대한 오해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은 블루스를 뭐랄까 좀 더 질박한 느낌의 트로트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를 비롯해서 한국에서 ‘블루스’ 혹은 ..
누가 공동체 붕괴를 원하는가? -인디언 마을 공화국- 글 장종관/ zazajan@hanmail.net 눈 깜빡할 사이에 솟아나는 고층빌딩, 수많은 집들이 언제 헐렸는지도 모르게 그 자리에 새로 등장하는 아파트촌, 그리고 작은 가게들을 하나 둘 잠식하며 모든 지역 상권들을 무너트리고 있는 대형마트와 대형유통체인점의 폭주!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 한 복판이다. 언제부턴가 이렇게 단절된 개인과 소비가 찬양받는 서울에서도 ‘공동체’, ‘마을 커뮤니티’,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의 말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시 시장이 주도적으로 마을 공동체를 복원시키겠다면서 발 벗고 나서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우리 전통으로 자리했었던 ‘이웃사촌’들로 이루어진 마을이 사라지고, 지금 사라졌던 그 공동체를 복원시키려고 하는..
록, 격렬하고 신나는 음악의 열기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대중음악 장르마다 특정한 패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포크 뮤지션은 수수하거나 히피풍의 옷차림을 하고, 힙합 뮤지션은 커다란 티셔츠에 배기팬츠를 입을 것만 같습니다. 뉴에라 모자도 쓰고요. 그렇다면 록 뮤지션은 어떤가요? 당연히 장발을 하고 팔에는 문신을 그릴 것만 같은가요? 하지만 록 뮤지션들 가운데 실제로 장발을 하고 다니는 이들은 별로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머리 길이입니다. 그런데도 TV에서 록 뮤지션을 소개할 때는 항상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반지와 목걸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나와서 마구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주로 보여줍니다. 록 뮤지션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Stereo ty..
해방 이후 가장 폼나는 언니들 이야기 - 왕자가 된 소녀들 글 성지훈(전 참세상 기자) / acesjh@gmail.com 작년 이맘쯤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던 어느 드라마의 인기는 그 시절, 우리가 그토록 열광했던 ‘오빠들’의 기억을 소환했다. 이른바 팬질, 그러니까 일명 ‘빠순이’로 불리던 소녀들의 오빠를 향한 불타는 애정에 그녀들의 부모는 속을 끓여야 했다. 오빠들 집 앞에서 며칠이고 노숙하는 일은 기본이요, 오빠들의 공연을 보기위해 학교를 탈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자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조퇴금지령을 내리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 ‘요즘 것들’을 타박하던 그 부모들에게도 조용필 오빠나 나훈아 오빠를 쫓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조용필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조용필이 “기도하는~”하..
상상과 성찰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나무』(열린책들, 2003) 글 이천 / clee007@naver.com 베르나르 베르베르. 우리에겐 소설 『개미』의 작가로 잘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이다. 『개미』를 통해 그를 알게 된지도 벌써 20여 년이 되었다. 당시 내가 그 책을 접했을 때 너무나도 놀라운 상상력과 관찰력에 그저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작가는 이후에도 새로운 소재와 상상력으로 가장 최근작 『웃음』까지 여러 편의 책을 출간했다. 이중에서 소설의 형식을 취하지 않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상상력 사전』등과 함께 유일한 단편 소설집이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할 『나무』라는 작품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베르베르의 소설을 좋아하는 건 아..
[세상의 모든 음악 2] 포크, 소박하고 진실한 음악의 감동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모든 대중음악은 뿌리가 있습니다. 뿌리도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음악,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음악은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대중음악은 모두 다른 음악들이 변하거나 합쳐져서 만들어진 음악입니다. 흔히 포크 음악이라고 부르는 통기타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포크 음악이라고 하면 통기타로 하는 모든 음악을 포크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전에서 포크(Folk) 음악의 정의를 찾아보면 통기타 음악이 아니라 민속 음악입니다. 그렇습니다. 포크 음악은 통기타 음악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민속 음악에서 시작한 음악입니다. 포크 음악이 시작된 나라는 ..
생명이 흐르는 강 - 최초의 4대강 다큐멘터리, 지율스님의 글 성지훈(참세상 기자) / acesjh@gmail.com 지율스님은 지난 2004년, 천성산을 관통하는 고속철 터널공사로부터 천성산의 꼬리치레 도롱뇽을 지키기 위해 모든 곡기를 끊었다. 지율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도 정부는 터널공사를 강행했다. 지율스님과 환경운동단체들이 낸 공사금지 가처분 소송도 대법원에 의해 최종 각하, 기각됐다. 제주 강정마을에서는 매일같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폭 1.2Km의 한 덩어리 바위로 이뤄진 구럼비 바위에는 폭약이 설치되고 연산호군락지에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쏟아진다. 강정 앞바다를 제 집으로 삼은 세계적 희귀어종 남방큰돌고래와 붉은발말똥게는 졸지에 집을 잃고 있다. 강정마을을 지키려는 평화활동가들은 몸으로 ..
동화를 만난, 어른 아이 - ‘필리파 피어스’의 『학교에 간 사자』- 글 변정희/ Jhstream@naver.com ‘학교에 간 사자’ 이야기를 할까 한다. 옛날 옛적에 학교 가기 싫어하는 작은 여자 아이가 있었다. 그 여자 아이는 어찌나 작은지, 이름도 베티 스몰이었다. 아이는 언제나 느지막이 집을 나섰지만, 절대로 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퉁이를 돌아, 웬 사자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자, 이쯤 되면 너무나 유명한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이 떠오른다. 그러나 작은 여자 아이는 존과 달랐다. 존은 자기가 만난 사자와 헤어져 학교에 갔으므로, 선생님과 도통 소통을 할 수가 없었다. 작은 여자 아이는 당차게도, 사자의 등에 올라탄다. 아이는 왜 사자를 타고 학교에 갔을까? 지각하는 아이에게..
모든 음악의 즐거움을 위하여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음악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창작자를 알 수 없는 전통음악이 많이 있고, 새롭게 창작된 창작 음악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장르로 구분하자면 지역마다 있는 옛 음악을 전통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전통 음악부터 장르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요즘에는 월드뮤직이라는 용어로 통칭하는 아이리쉬 포크, 집시 오케스트라, 플라멩고, 파두, 모르나, 셈바, 굼베, 마라벤타, 단손, 차차차, 볼레로, 칼립소, 레게, 룸바, 수쿠, 삼바, 보사 노바, 람바다, 포로 등등 세계 각지의 민속음악과 전통음악은 지면에 다 적을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한국의 전통음악도 역사적으로 나누면 아악, 당악, 향악으..
보통 사람들의 삶으로 엮어가는 일상의 역사 캄보디아 민중사 엮어낸 김태일 감독 신작 - 웰랑 뜨레이 글 성지훈(참세상 기자) / acesjh@gmail.com 역사를 공부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왕의 이름을 외는 일이다. 이를테면 임진왜란은 선조 때, 삼국통일은 문무왕이. 하는 식이다. 역사책은 임진왜란 당시 남산 밑에 살던 개똥이네 집이 어떤 봉변을 당했는지, 삼국통일로 인해 의주 살던 말똥이가 어떤 경위로 당나라 사람이 돼버렸는지 같은 사연은 기록하지 않/는다. 1980년 5월의 광주나 70년대의 캄보디아 내전도 그렇게 기록됐다. 역사책은 전두환 신군부의 정치적 의도나 크메르 루즈와 친미 정권의 대립을 ‘기록’했다. 그러나 광주와 캄보디아의 ‘기억’은 어떻게 남았을까. 80년 광주의 주민들은 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