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문화 속 시대 읽기 (121)
함께쓰는 민주주의
곳곳의 다른 음악, 월드 뮤직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우리가 듣는 대중음악은 대개 몇 개의 장르로 구분됩니다. 블루스, 컨트리, 포크, 일렉트로닉, 재즈, 팝, 록, R&B, 랩이 대표적인 대중음악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장르 안에도 수많은 하위 장르들이 있습니다. 각각의 하위 장르까지 따져보면 대중음악 장르는 정말 많아집니다. 그런데 대중음악 장르가 대표적인 몇 가지 장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각 나라와 지역마다 서로 다른 지역음악, 토속음악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국악이라는 한국 전통음악이 있고, 일본에도, 중국에도, 그 밖의 모든 나라와 지역에도 무수히 많은 지역음악, 전통음악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
단언컨대, 기적은 종로에서 시작됐습니다. 리얼리티 게이다큐 글 성지훈/ acesjh@gmail.com 지난 9월 7일, 아직 가시지 않은 더위에 줄줄 흐르는 땀을 식히려 청계천 모퉁이 나무 그늘에 앉았다. 주말 오후의 청계천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커플들이 가득했다. 더워 죽겠는데 굳이 손을 꼭 잡고 붙어 앉은 그들에게 속으로는 저주를, 눈으로는 질시와 부러움을 쏘아내고 있을 때 눈에 띈 한 커플, 서로의 땀을 닦아주고 부채질을 해주면서도 간간히 입을 맞추고 떨어져 앉을 줄 모르던, 어느 레즈비언 커플이었다. 그 날은 ,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와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동성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 종로와 청계천 일대엔 레인보우 깃발과 그들의 ..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 글 박성용/ firstprince@hanmail.net 지은이 김순천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마포에 사는 30대 가장 박성용이라고 합니다. 마을에 책읽기 모임이 있는데 저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정말 다채로운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회자도 중재자도 없고 따라서 아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모임이지요. 이번에 제가 를 함께 읽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 때 마을 분들과 책을 읽은 뒤 나눈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이 책은 르포작가이신 선생님께서 20명에 가까운 대기업과 공기업 사무직 노동자, 하청업체 여성노동자, 해고노동자, 프리랜서, 취업 준비생, 공인노무사와 학생회 간부 등을 인터뷰한 뒤 그 내용..
결국 우리가 그려야 하는 것 글 성지훈/ acesjh@gmail.com 한국에서 일본은 여전히 금기다. 친일파, 일제의 잔재 같은 말들은 어디서든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다. 선거판에서 친일파의 후손 운운하며 상대를 공박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그다지 낯선 풍경도 아니다. 그 영향인지 이 사회엔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증오도 곳곳에 도사린다. 후쿠시마에 재앙이 닥쳤을 때,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거나 오히려 고소해하는 한국인이 적지 않았다. 사실 그 증오심이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 세기 일본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군국주의의 깃발을 세우고 젊은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가난한 촌부들의 식량을 빼앗았고, 나라 고유의 말과 글을 없앴고, 학대하고 착취했다. 그리고 여성들을 집..
더 나은 내일을 향한 노래의 꿈, 민중가요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사실 민중가요는 대중음악의 장르가 아닙니다. 대중음악 장르라면 지금 연재하고 있는 포크(Folk), 록(Rock), 블루스(Blues), 팝(Pop)이 대중음악 장르이겠지요. 민중가요도 대중음악의 한 종류라고 구별할 수는 있겠지만 민중가요는 음악적 양식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메시지와 쓰임새로 구별되는 음악입니다. 가령 명상 음악이나 파티 음악 같은 구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도 민중가요가 하나의 대중음악 장르처럼 여겨진 것은 한국에서 민중가요가 그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변혁운..
당신에게 스승은 있습니까? 우치다 타츠루 씀, 박동섭 옮김 (민들레, 2012) 글 황선국/ sunguk.hwang@gmail.com “스승은 있다” 단정적인 느낌을 주는 이 책의 제목으로 인해 나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내가 스승이라고 생각할만한 분이 과거 또는 현재, 아니면 미래에 있을까?” 이 책의 원제는 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 우치다 타츠루는 서문에서 이상적인 스승이란 “나에게만 훌륭한 선생” 이라고 얘기한다. 훌륭한 선생 즉, 스승이란 이상적으로는 '이 세상에서 나에게만 훌륭한 선생'입니다. 그것은 격한 배움으로의 기동력을 가져옵니다. "이 선생님의 훌륭함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야"하고 믿을 때만(착각이라도 좋습니다) 사람은 폭발적인 배움으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11쪽..
가장 흔하고 가장 보수적인 음악, 팝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팝(Pop) 음악이라고 하면 대개 두 가지 개념을 떠올립니다. 먼저 한국의 음악, 그러니까 국내 음악 혹은 로컬 음악이라고 부르는, 국내에서 만든 음악이 아닌 해외의 대중음악을 우리는 팝이나 팝송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팝 음악이라고 하면 파퓰러(Popular) 음악, 즉 대중음악이라는 뜻인데도 1990년대 초반 정도까지는 해외의 대중음악만을 팝이라고 부르고, 한국의 대중음악은 그냥 대중가요, 가요, 유행가라고 불러왔습니다. 의미로 치자면 한국의 대중음악 역시 팝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의 대중음악을 구분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외국의 대중음악은 팝이라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음..
우리가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을까 글 성지훈/ acesjh@gmail.com 아버지는 늘 ‘폭군’이었다. 사소하게는 TV 앞 리모컨 점유율이나 저녁식탁의 고기반찬 선점권부터 조금 더 심각하게는 어머니를 향한 폭력이나 무책임한 가정경제 파탄의 주범으로. 매일 술을 마시던 아버지, 그 술상을 뒤엎던 아버지, 어머니를 때리던 아버지, 결코 나를 이해하지 못하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이미지는 가부장, 남근주의 같은 말들로 규정됐다. 그렇게 아직 젊은 날을 살아가는 이들은 대부분 아버지에 대한 일말의 증오심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토대가 됐다. 아버지는, 적어도 이 시대 한국사회의 아버지는 정말로 그랬다. 다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도. # 그녀의 아버지 홍재희 감독은 그녀의 아버지 홍성섭 씨로부터 43통..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 -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 조은평 강지은 옮김 / 동녘 - 글 박호경/ hokyoungpark@gmail.com “나무여, 너는 땅속으로 가서 / 푸른 식물로 다시 태어나거라 / 나도 땅속으로 가서 / 시인으로 다시 태어날지 / 영원히 말 안 하는 바위가 될지 / 한 천년 쯤 생각해 보리라.” (문정희의 시 ’부탁’) 우리는 늘 바쁘지만 사실은 고독하다. 시인 문정희와 같이 영웅적 고독을 꿈꾸기는커녕 온종일 휴대전화 속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와 대화하고 재잘댄다. 겉으로는 땅 위에 발 딛고 곧추서 있는 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둥둥 떠있을 뿐이다. 알랭 투렌과 더불어 현대 유럽 사상을 대표하는 학자로 평가받는 지그문트 바우만은 에서 유동하는 근대 속에서 우리의 삶이..
나의 살던 고향은 춤추는 성미산 - 글 성지훈/ acesjh@gmail.com 택시에 올라 목적지를 말하기 무섭게 기사 아저씨는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앞서 택시에 탔던 어느 모녀의 이야기였다. 말인즉슨, 엄마는 내내 어린 딸을 꾸중했는데 그 까닭이라는 것이 버스에서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했기 때문이란다. “제 밥그릇도 제대로 찾지 못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는 엄마의 걱정. 기사 아저씨는 “그렇게 배운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지 무섭다”고 했다. 간간히 소식을 주고받는 중학생 조카는 얼마 전, 현장학습으로 어느 대기업의 사옥을 방문해 ‘멘토링 스쿨’에 참가했다 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직원들이 열네살의 중학생들에게 자신의 연봉과 학력을 과시하며 스스로 ‘멘토’라 칭한 그 강연회의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