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문화 속 시대 읽기 (121)
함께쓰는 민주주의
우리 스스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원하는 변화가 되자 글 임태경/ liketyphoon@daum.net 마셜 B.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비폭력 대화-일상에서 쓰는 평화의 언어, 삶의 언어』(한국NVC센터, 2011) 작년 한 해는 내 개인적으로는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였다. 내 안의 폭력성이 갑작스럽게 폭발되어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가족과 주변의 많은 사람이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그 와중에 『비폭력 대화』를 번역 출판하고 한국비폭력대화(NVC)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계신 캐서린 한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짚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내 속에 자리 잡은 분노와 폭력의 원인을 마주하게 되면서 하나하나 엉켜 있던 마음의 실타래를 풀 ..
크로스오버, 섞이며 비로소 시작되는 음악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대중음악에는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분명히 장르는 장르인데 크로스오버는 록,블루스, 재즈, 포크, 힙합처럼 단일한 장르가 아닙니다. 크로스오버는 여러 장르가 섞여서 만들어진 음악을 두루 일컫는 말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복합 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고, 장르의 영어 뜻처럼 여러 장르를 가로지르고 넘어서는 음악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실 대중음악의 대부분의 장르들은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대로 완성되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장르가 다른 장르를 만나서 섞이면서 지금 같은 모습이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중음악은 기본적으로 크로스오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먹고사니즘’의 주문 - 용산참사 5주기를 맞아, 우리 정말 안녕들 한 건가 글 성지훈/ acesjh@gmail.com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한복판 용산에 불길이 솟아올랐다. 서울시와 삼성물산이 주축이 돼서 진행한 용산국제업무지구 재개발 사업으로 강제 철거된 철거민들의 농성 중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뿐 아니라 당시 사건으로 장애를 입은 이도 있고 그 화마 속에서 평생 씻지 못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도 있다. ‘용산참사’로 일컬어지는 이 사건에 구구절절하고 세세한 설명은 어쩌면 필요하지 않을 테다. 우리는 모두 그 날 저마다의 눈으로 이 참극을 지켜봤고 그 비릿했던 기억을 잊기에 5년은 너무 짧았다. 하물며 그 날과 조금도 ..
애도를 잊은 학교, 믿음이 필요한 사회 글 홍순성/ rosaleo@naver.com 『그리고 학교는 무사했다』 - 학교폭력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들 한낱/이계삼/엄기호/진냥 외 (교육공동체 벗, 2013) 2011년 대구 아파트에서 한 학생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아이의 유서는 “제가 그동안 말을 못했지만”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누구에게 어떻게 괴롭힘을 당했는지 폭로하고 난 그의 유서는“엄마, 아빠 사랑해요”로 마친다. 2013년 통계청이 발표한 청소년(13~24세)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한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본 청소년이 11.2%라고 한다. 청소년 사망원인 1순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이며 2011년 인구 10만명당 13.0명으로 10년 전 7.7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재즈, 가장 자유로운 음악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다들 대중음악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모든 장르의 음악을 다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각자의 취향과 안목에 따라 더 좋아하는 장르가 있고, 덜 좋아하는 장르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장르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가령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힙합을 중장년층 이상 세대는 대부분 싫어합니다. 헤비메탈 역시 호불호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과 달리 가장 어렵게 느끼는 장르는 무엇일까요? 모르긴 해도 가장 많은 이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장르는 재즈 아닐까 싶습니다. 재즈 하면 왠지 수준이 높은 음악, 어려운 음악, 고상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
가장 위험한 에너지의 환상 - 글 성지훈/ acesjh@gmail.com 지난 추석 즈음, 명절 차례상을 주제로 수다를 떨다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동태전’ 때문이었다. 친구는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동해안 일대에서 잡히는 생선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명태는 생산량의 90%이상이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명태에서 다량의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다. 실제로 명태 소비량은 종전에 비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래세계의 디스토피아를 묘사한 영화들을 보자면 인류는 대부분 핵전쟁 때문에 위기를 맞는다. 핵폭탄이 터지고, 온갖 곳으로 번져나간 방사능에 제 모습을 갖추고 살아남은 생물도 얼마 존재하지 않는. 암울하고 어두운 미래에 대한 상상. 어쩌면 현 시점..
밥이 되고 물이 되는 또 하나의 경전, 성경 글 김락희/ koocoo87@live.co.kr 늦바람이 즐겁다. 나이 마흔까지는 1년에 책다운 책을 두 세 권 읽을까 말까 하던 내가, 동네 책모임에 나가게 되면서 한 달에 두 세 권을 읽고 있다. 새로운 책 속에서, 새로운 스승과 친구,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쁨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책과는 또 다른 기쁨을 주는 책들이 있다. 바로 고전이다. 몇 년째 매일 짬짬이 반복해서 읽고 있는, 사서(대학,논어, 맹자, 중용)와 노자이다. 이 책들을 읽는 느낌을 말로 표현한다면? 온고지신(溫故知新)-옛것은 익히면 익힐수록 새로운 보물이 자꾸 나온다. 이런 고전 중에서도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에게 길이 되고 빛이 된 책들을 가리켜 “경전”이라고 부르..
BGM 그 이상의 음악, 영화 드라마 음악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태어나서 처음 들은 음악은 아버지가 불러주시던 동요였습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스스로 가사를 외웠던 노래는 의 주제가였습니다. 40대 전후의 성인이라면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으로 시작하는 의 주제가를 모르는 사람, 없을 것입니다. 당시 남자 어린이들이 에 열광했다면 여자 어린이들은 에 열광했습니다. 그래서 그 또래라면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로 시작하는 캔디의 주제가가 지금도 자동적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그 후 어린 시절 내내 즐겨 불렀던 노래는 모두 만화영화의 주제가들이었습니다. 은하철도 999, 꼬마자동차 붕붕, 미래소년 코난의 주제가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정..
마음을 빨래해주는 다큐, 우리학교 - 학교가 아이들을 키운다는 믿음 글 성지훈/ acesjh@gmail.com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공교육 12년간의 모든 노력이 투여될 단 하루에 수험생들은 물론 그 주변사람들도 애가 녹는 시기다. 작년 이맘쯤에는 한 도시에서 십 수 명의 청소년들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각각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지만 그들 모두의 공통점은 아마 가정, 학교, 사회 어느 곳에도 전할 수 없었던 외로움이었을 테다. 국제중, 특목고, 자사고, 명문대. 언제부턴가 한국사회에서 학교의 역할은 ‘교육’보다는 ‘진학’에 방점을 찍고 있다. ‘높은 교육열’은 곧 ‘높은 사교육비’로 이어졌다. 한국은 GDP 대비 사교육비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괴물이 되어 버린 자본과 국가를 통제하라! 가라타니 고진, 조영일 옮김, 『세계공화국으로』(도서출판b, 2007) 글 황운성/ homelesskr@daum.net 1980년대 후반은 자본주의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시기였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무한증식을 그 목적으로 한다. 통상적으로 자본주의는 무역을 통한 부등가교환으로 자본증식의 목적을 달성해 왔다. 그러나 무역은 상품의 공간 이동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거래 횟수, 즉 부등가 교환의 횟수에 제한이 주어진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자본주의가 금융거래를 통해 자본을 증식하는 단계로 변화하면서 자본은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IT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상용화로 자본의 순간이동이 가능해 지면서 더욱 가속화 되었다. 그 결과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