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함께쓰는 민주주의

[이런책 저런책] 우리 스스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원하는 변화가 되자 본문

문화 속 시대 읽기/이런책 저런책

[이런책 저런책] 우리 스스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원하는 변화가 되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4. 1. 13. 22:11

우리 스스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원하는 변화가 되자


글 임태경/ liketyphoon@daum.net


 

마셜 B.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비폭력 대화-일상에서 쓰는 평화의 언어, 삶의 언어』(한국NVC센터, 2011)


 

작년 한 해는 내 개인적으로는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였다. 내 안의 폭력성이 갑작스럽게 폭발되어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가족과 주변의 많은 사람이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그 와중에 『비폭력 대화』를 번역 출판하고 한국비폭력대화(NVC)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계신 캐서린 한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짚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내 속에 자리 잡은 분노와 폭력의 원인을 마주하게 되면서 하나하나 엉켜 있던 마음의 실타래를 풀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책 『비폭력 대화』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게 특별한 책이 될 것이다.

 

지은이 마셜 B. 로젠버그는 임상심리학자로 1984년 CNVC(The Center for Nonviolent Communication)를 설립하고, 미국과 전 세계 많은 나라를 다니며 비폭력 대화 프로세스를 나누고 있으며, 전쟁 지역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활동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연민으로 서로 주고받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 우리의 본성’이라고 믿었는데, 이 때문에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첫째, 우리 인간이 기꺼이 서로를 돌보며 돕는 일을 즐긴다면,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조차 사람들은 왜 폭력을 행사하고 고통을 만들어내는가? 둘째,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어렵고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연민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 과정에서 우리가 쓰는 언어가 연민에 머무를 수 있는 능력을 좌우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민이 우러나는 유대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대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대화 방법을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이하 NVC)라고 부른다. 혹은 연민의 대화(Compassionate Communication)라고도 불린다. 여기서 비폭력이란 간디의 비폭력과 같은 의미로 '우리 마음 안에서 폭력이 가라앉고 자연스럽게 본성인 연민으로 돌아간 상태’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로젠버그는 분노를 ‘해결되지 않는 욕구의 비극적인 표현’이라고 말한다. 결과가 비극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타인의 말과 행동을 자신의 기준으로 분석하고 판단해서 공격적으로 표현한다면, 상대방은 방어와 저항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비록, 상대방이 나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더라도, 대개 그것은 수치심, 죄책감 혹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행동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화가 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다. 그 결과, 서로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예로 들면 이렇다.

 

“왜 이리 방이 지저분해, 얼른 안치워.”
“장난감이 여기저기 어지럽혀져 있어서(관찰) 엄마가 치우려고 하니 힘들어서 짜증이 난다.(느낌) 엄마가 정리하는데  힘이 덜 들게(욕구) 놀고 난 뒤 제자리에 두었으면 해.(부탁)”

 

앞의 경우가 즉각적인 결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관계의 측면에서 본다면 후자의 경우가 좀 더 상호 간의 감정을 배려하고 관계를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런데 이런 대화 방식은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는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대화하도록 연습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군대문화와 유교문화의 성향이 강한 대한민국에서,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일이 빨리 진행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당연시하는 교육 속에서,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고 나의 숨겨진 욕구를 인지하고 서로 간에 연민으로 소통하는 방식은 설 자리가 없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가를 알아차리기보다는 꼬리표를 붙이고, 비교하고, 강요하고, 판단하는 말을 배우면서 자랐다. 삶을 소외시키는 대화 방법은 위계적이고 지배적인 사회구조에서 시작되었고, 동시에 그러한 사회구조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왕, 차르, 귀족 등 소수 지배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인구를 통제하려면, 대중들이 노예 같은 사고구조를 갖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틀렸다’거나, ‘해야만 한다’또는 ‘안 하면 안 된다’와 같은 말들은 이러한 목적에 아주 적합한 언어이다.”

 

이 책은 주로 대화방식에서의 비폭력에 대하여 그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나치 포로수용소의 극한 환경에서도 게슈타포 장교에게 연민을 느꼈던 에티 힐레줌의 예를 들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상대방에게도 연민의 감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비폭력이 국가, 사회의 영역으로 확장될 때, 비폭력은 여러 가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온전히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비폭력주의는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사회 정의를 지켜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절대 평화주의자들이 말하는 평화는 약자가 강자에게 굴복하면서 발생하는 평화이며, 신의 나라의 평화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독재적인 평화일 뿐이다. 사회 정의를 확립하려면 사랑 뿐 만 아니라 힘도 필요하다. 절대 평화주의자는 힘에 호소하기보다 불의를 견디는 것을 선택한다. 라인홀트 니버 (Reinhold Niebuhr)
 
“비폭력주의와 평화주의는 부르주아가 노동자 계급에게 집어넣는 윤리에 불과하다. 혁명을 위해서는 폭력이 필요하다. 트로츠키
 
“비폭력주의는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는 곳에서만 효과가 있다.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조지 오웰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비폭력의 방식에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체제를 변화시키고, 권력을 교체하고, 사회를 개혁하려는 노력도 그 과정에서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어도 결국은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내 안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NVC는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볼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많이 어수선한 2014년 새해,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우리 자신부터 이러한 힘을 키워나가는 노력을 하면 어떨까? 
 
“우리 스스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원하는 변화가 되자.” 마하트마 간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