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문화 속 시대 읽기 (121)
함께쓰는 민주주의
절망 앞에서 다시 서기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 지음, 송태욱옮김, 사계절, 2012) 글 홍순성/ rosaleo@naver.com 고민하는 힘 강상중은 ‘고민하는 인간’을 다시 이야기한다. 사실 『살아야 하는 이유』는 5년 전 나온 『고민하는 힘』(2008, 사계절)의 속편이다. 그는 전작에 이어 여전히 백여 년 전의 ‘고민하는 인간의 선구자들’인 나스메소세끼(夏目漱石)와 막스 베버(Max Weber)의 말을 씹어서 자기 말로 뱉어낸다. 하지만 전작과 다른 점은, 아들을 잃은 개인적 절망과 스스로 미증유의 절망이라고 표현한 공동체적 절망(3.11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사고)이 준 실존적 성찰에서 얻은 마음의 변화인 것 같다.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지 만 2년이 지났다. 1755..
이 시대의 사랑공식 (원제: What if we fall in love in the future, 출처: BBC documentary) 글 오예지/ yeejio@naver.com Life is grey, and love is in colour. Love is exhilarating, confusing and usually totally addictive. 우리가 가장 갈망하면서도, 우리를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것.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경험 중 하나인 사랑. 오늘 다큐멘터리에서는 소셜네트워킹 시대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류의 생활양식은 급속도로 변화해왔다. 어제 비행기를 타고 버마로 날아간 친구와도 실시간 채팅이 가능하고, 지난 여행에서 우연히 버스에서 만..
글 이은진/ jini0501@gmail.com * 이미지 출처 : 노래를 찾는 사람들 홈페이지 봄입니다. 이제 앙상하던 산과 들에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개나리며 진달래가 이 강산을 물들이겠지요. 1970, 80년대에는 ‘봄’이라고 하면 계절의 봄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과 ‘인간다운 세상’ 이런 의미들로 쓰여 지곤 했습니다. 민주화, 평등,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봄으로 표현했었던 거지요. 혹은 새벽으로 상징되기도 했었지요. 그래서 그 시대 노래나 책, 행사 제목에 봄, 새벽 등이 자주 쓰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노래는 입니다. 노래모임 ‘새벽’의 노래이고, 새벽의 대표적인 가수였던 윤선애가 불렀습니다. 아마도 80년대 민중가요를 즐겨 부르고, 함께 하셨던 분들 중에는 윤선애의 를 애창곡으로 꼽는 분..
우리들의 말, 인간의 말을 되찾자! 글 김락희/ koocoo87@live.co.kr 박문희(2009, 보리출판사) 엄마: 민석아, 저 할머니가 90살이래. 민석: 우와! 그러면 100살까지도 살 수 있겠네. 엄마: 저 손주가 할머니 말을 잘 들어야 건강하게 오래 사실 수 있지. 민석: 내가 엄마 말 잘 들어야 엄마 오래 살아? 엄마: 그럼 민석: 그럼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 살아. 엄마: 왜? 민석: 엄마 말 잘 들으려면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야 되는데, 공부하라면 공부해야 되고, 밥 먹으라면 밥 먹어야 되고, 하지 말라면 안 해야 되는데, 그럼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 살아. 동네 책방에서 책읽기 모임이 있는 날. 늦게 오는 사람들 기다리면서 판매대 위의 책들을 둘러보다 이 책을 집..
아빠가 필요해 (원제: Biology of Dads) 글_오예지/ yeejio@naver.com 자녀양육은 늘 엄마의 역할로 여겨지는 것과 더불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아빠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자녀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아이들이 아버지와 둘만의 시간을 갖는 다는 것이 어색하고 서먹하기도 하다.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 중에는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이 방영 중인데, 5명의 아빠가 어린 아이들과 함께 1박 2일간 여행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늘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던 아빠들은 서먹서먹하고 어색하게 이 여행을 시작하는데, 1박 2일 동안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빠들은 아이들의 예상 못했던 모습에 울기도 웃기도 하고, 엄마의 역할까지 해내느라 좌충..
을 노래하라~ 글_이은진 jini0501@gmail.com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희망을 이야기하는 건 참 허망합니다. 그리고 희망찬 미래가 보장되어 있을 때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도 또 감동이 없지요. 그러면 언제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까요? 희망이 보일 듯 말 듯 할 때, 힘들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싶을 때, 희망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이 그런 때일까요? 사회가 어려울 때일수록 예술의 역할이 크다고 합니다. 예술가들은 좀 더 민감하게 위기를 감지하여 알려주고, 남들보다 반보 앞에서 길을 비쳐주는 사람이라고 하지요.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는 각자 판단하시겠지만, 저는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고 생각하고, 꽃다지 3집에 수록된 이라는 노래를 소개하려 합니다. ..
자기 착취적 노동시대에 ‘좋은 노동’은 가능할까? 『굿 워크』 에른스트 F. 슈마허 지음, 박혜영 옮김/ 느린걸음 글 김장환/ 프리랜서 편집자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책 『피로사회』가 지난 해 편집자가 뽑은 올해의 책에 꼽혔다. 한 시대를 꿰뚫는 철학자의 시선이 날카로울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정의하는 ‘피로사회’라는 개념이 명쾌해서일지도 모른다. 신자유주의가 열어놓은 성과사회의 음지는 개인이 스스로를 착취하여 가해자이자 곧 피해자로 전락하고 만다는 이야기. 다른 누군가가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착취하여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된다는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의문 하나! “그렇다면 이 자기 착취의 시대에 맞서는 길은 무엇일까?” 쉬 답을 얻지 못한 채, 신의 저주로 엄청난 식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자기 ..
승리자의 언어 ‘소통’ 글_오예지/ yeejio@naver.com 지난 30년간 빠른 경제성장으로 한국사람들이 누리는 생활수준 또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다. 그러나 왜 우리는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을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지 않은 것일까? OECD의 갈등조정지수를 보면, 한국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느 사회이건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조정하는 방식과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갈등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게 만들어 줄까? 오늘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는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소통”이란 인간이 타인과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교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공감”하고자 하는 본능이..
글 이은진/ jini0501@gmail.com 한 해가 가고, 어김없이 새해가 오는군요. 항상 새해의 시작엔 뭔가 결심을 하고 또 희망찬 한 해를 기원하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연말이 되면 평가하고, 반성하고, 후회도 하겠지만 그래도 내년엔 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 해를 희망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런데 1년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길다면 길어서, 연초에 결심했던 일들을 계속 생각하며 1년을 살아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언젠가 꽃다지 신년 시무식 때 모두에게 한 해의 다짐을 글로 쓰도록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 알고 봉해서 보관했다가 연말에 각자에게 줄 것이니 걱정 말고 써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밀봉시킨 채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다 연말 송년..
즉흥성을 두려워 하지말자 『즉흥연기』 _ 연기와 숨어있는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 키스 존스톤 지음 / 이민아 옮김 / 지호출판사 장종관/ zazajan8@gmail.com 아이들은 매 순간 역할 놀이를 하며 자란다. 그러다 교육 시스템에 들어가면서 연기와 놀이를 분리하게 된다. 연기는 배우들만 하는 것으로 여기며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만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회 질서에 순응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기 위해 연기를 하고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연기처럼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며 살아간다. 죽을 때까지 사회적 역할을 해내기 위한 연기를 하며 살아가야하는 삶, 때론 자신의 역할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 『즉흥연기』는 연기를 하는 배우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기표현 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