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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시대 읽기/노래는 멀리멀리

네 가슴에 하고픈 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27. 12:37

<네 가슴에 하고픈 말>

글 이은진/ jini0501@gmail.com





한 해가 가고, 어김없이 새해가 오는군요. 항상 새해의 시작엔 뭔가 결심을 하고 또 희망찬 한 해를 기원하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연말이 되면 평가하고, 반성하고, 후회도 하겠지만 그래도 내년엔 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 해를 희망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런데 1년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길다면 길어서, 연초에 결심했던 일들을 계속 생각하며 1년을 살아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언젠가 꽃다지 신년 시무식 때 모두에게 한 해의 다짐을 글로 쓰도록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 알고 봉해서 보관했다가 연말에 각자에게 줄 것이니 걱정 말고 써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밀봉시킨 채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다 연말 송년회 때 그것을 꺼내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꽃다지 식구들이 비명을 지르며 화를 냈습니다. 물론 진짜 화를 낸 건 아니지만, 다들 너무나 부끄러워 했습니다. 누구는 자신이 이런 다짐을 했었다는 것조차도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그 시기는 하루하루 변화가 많았고 또 며칠 뒤의 일정도 예측이 안 되는 치열하고 바쁜 나날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20년이 지났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또 우리의 일상은 좀 달라졌을까요? 그 때나 지금이나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버거운 나날인가요?

2012년, 우리가 뭔가 힘을 모아 만들어보려고 애썼고, 또 새로운 희망을 꿈꾸던 그 한 해가 갔습니다. 우리의 염원과 또 절망과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과연 우리가 얻고자 했던 건 무엇이었고, 또 그걸 얼마만큼 얻어낸 것일까요? 모든 일에는 얻은 것과 잃은 것이 같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수적으로만 계산되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될 때 선택을 합니다. 그러면 그 결과는 맞을 수도 있고 오류였을 수도 있겠지요. 참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래도 연말연시에 반성과 자책보다 먼저 우리가 성과로 얻어낸 것들을 잘 분석하고 지켜가는 일도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자신의 믿음을 다시금 들여다보고,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희망을 이야기하며 살아가야 할 테니까요.

지난 회에 이야기한 것처럼 92년 대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졌었고 또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기도 하고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서로에게 상처만 더 가중 시켰고 많은 이들이 떠나갔습니다.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때, 우리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창작되고 불린 노래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2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에게 또 필요한 노래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에는 우리들 마음을 위로하는 노래로 <네 가슴에 하고픈 말>을 골라봤습니다. 10여 년 전에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 몹시 힘들어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보통은 사람들에 대한 상처를 스스로 잘 극복하는 편인데 그 때는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크다보니 몸의 약한 부분으로 병이 나버렸습니다.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앓아누워 출근을 못했습니다. 그 당시 꽃다지 활동을 하다가 솔로가수로 독립을 한 서기상이 콘서트에서 제 소식을 듣고는 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날 기운을 내어 콘서트를 보러갔고, 공연장에서 불려지는 <네 가슴에 하고픈 말>을 들으며 저 역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서기상이 제게 해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스스로 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큰 위로가 되더군요. 마음이 풀리고 몸도 좋아졌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노래가 바로 그런 힘입니다. 그러니 이 노래를 듣고 여러분도 일단 자기 자신을 먼저 다독이며 위로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모두 연말연시 따뜻하게 보내시고 또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철탑위에서 거리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 어서 빨리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연대의 마음과 손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든 내가 그 위에 올라가는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말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꿈들 꾸세요.


* 음원 출처 : 1994, 희망의 노래 꽃다지 합법 1집 [민들레처럼] 수록곡

노래듣기>>

<네 가슴에 하고픈 말>
                                                            조민하 글, 곡 / 서기상 노래

아무리 감추려 애써도 너의 얼굴 위에 눈물 자욱이 있어
햇살처럼 번지던 그 미소를 어디에서 너는 잃어버렸니
깊이 잠든 네 영혼을 깨워 우리들의 미래를 되새겨 보려마
세상은 이 순간도 바쁘게 쉼없이 돌아가고 있단다
오늘은 어느새 어제가 되고 내일은 또 어느새 오늘이 되는 것
우리가 나누었던 수많은 얘기들이 늘 내일의 꿈일 순 없어
그래 우리는 너무 쉽게 들뜨고 너무 쉽게 절망했었던거야
이제 웃음을 찾아야해 새로운 희망을 펼쳐야 해
바쁘게 돌아가는 목마른 저 대지 위에, 너와 나의 맘 구석구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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