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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시대 읽기/노래는 멀리멀리

착한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1. 29. 10:34

착한 사람들에게

글_ 이은진/ jini0501@gmail.com




2012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언제가나, 했던 5년의 시간들이 어느덧 훌쩍 지나가고 이제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반 국민들이 대선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정치개혁이나 흐름을 원하고, 또 이런 마음을 직접적인 실천을 통해 행사 할 수 있게 된 게 얼마나 된 일일까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일지 모르겠지만 약 25년 전인 1987년 6월,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거리를 메웠던 국민들의 열망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이후부터입니다. 이번에는 대선 국면에서 불렀던 노래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지난 25년을 한번 훑어보겠습니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를 이뤄낸 민중운동 진영에서는 백기완 민중후보를 추대했고, 양김에게 후보단일화를 요구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5년이 지나 1992년 대선을 맞은 민중운동 각 진영에서는 87년 평가를 근거로 여러 가지 논의를 하지만 결국 또 입장들이 나뉘었습니다. 정치적 입장의 차이는 대중관과 예술관의 차이로도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중실천의 방식과 문화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운동이 급성장하던 1987년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는 주요 당면 사안에 연대하고 하나의 전선으로 뭉쳤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1992년 대선국면에서는 조직이 분열되기도 했고, 많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비판적 지지와 후보단일화, 그리고 민중후보 진영으로 나뉘었는데,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결국은 한명의 후보를 선택하는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화운동단체들도 마찬가지로 내부 토론을 치열하게 진행하면서 양쪽 문선에 다 결합한 단체도 있었고 공식적으로는 어떤 정치적 선택도 하지 않고 개별적인 실천을 한 단체도 있었습니다. 또 내부에서 한쪽으로 입장 통일을 하고 공식적으로 결합해서 활동을 한 단체도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든, 한 단체가 동일한 입장으로 함께 움직이고, 내부적으로 잘 추슬러 간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조직이 갈라지거나, 아예 단체를 해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당시 양쪽 문선활동을 하던 문화 활동가들이 주로 불렀던 노래들도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창작자가 의도적으로 문선을 위해 노래를 창작한 경우도 있었지만 창작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대중들이 그런 의미로 해석해 선택한 노래들도 있었습니다. <민중의 노래>, <민중권력쟁취가> 등의 노래와 <아 민주정부>가 대표적인 노래입니다.

어찌됐든 1992년 대선도 운동진영의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여 보수여당의 승리로 돌아갔고, 대다수의 운동진영은 상처투성이로 조직 추스르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성찰과 서로를 보듬어 주는 노래들이 많이 창작되어 불립니다. <동지들 앞에 나의 삶은>, <전화카드 한 장>,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등의 노래들이 그 시기 많은 인기를 얻은 것도 다시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희망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마음들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5년이 지나 1997년 대선 때는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 논의가 본격화 됩니다. 1995년 민주노총이 건설되고, 1996년과 1997년 노동자 총파업을 통해 노동자들은 명실상부한 이 땅의 사회변혁 세력이 됩니다. 그 힘으로 1997년 대선에서 많은 논란이 있긴 했지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 진영은 노동자 후보를 내세웠고 또 많은 논란과 비판이 있긴 했지만 문화운동 단체들 대부분은 이들을 지지하는 문선활동을 벌였습니다. 이때 가장 많이 불린 노래는 <세상을 바꾸자>인데, 노동자들 스스로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의지를 담아낸 노래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이후로부터는 대선이 특별한 이슈도 없어지고, 노동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을 강타한 경제위기로 IMF 구제 금융 하에 놓이게 되면서 노동자들은 어쩌면 시간을 과거로 되돌린 것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02년의 대선은 어찌 보면 범 진보진영의 성과라고 할 수도 있지만, 노동자 민중의 삶은 더 피폐해지기만 했습니다. 대량 해고와 비정규직 양산, FTA 협상, 이라크 파병, 공기업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의 잔인한 칼바람과 이데올로기 공세는 인간적인 얼굴을 하고는 노동자들을 서로 갈라놓았을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일상과 잠자리까지 파고들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정치적 냉소주의와 무관심이 팽배해졌고, 그 결과 2007년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고 맙니다. 물론 그 선택은 국민들 스스로가 한 것이고 그것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지요.

선거라는 국면이 어쩌면 결국 어떤 누군가를 선택하는 행위로 귀결이 되다보니, 명확한 대안이 없을 때는 최선은 아닐지라도 당선 가능한 차선을 선택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해야 하고, 또 그것이 선거 때 한철이 아닌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또 목소리들을 모아야 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착한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순진하고 착한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는 새벽 활동을 했던 정윤경의 솔로 싱글 앨범에 수록되었고, 또 꽃다지 출신의 솔로가수 서기상의 음반에도 수록되었습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노래는 아니지만 지금, 이 시기 우리가 한 번 읊조려 봐야 할 노래입니다. 자, 이번 선거에서는 누굴 선택하시겠습니까? 누굴 선택하던 5년간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과 가장 최소한의 권리 행사인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음원출처 ; 1999, 정윤경 싱글 앨범 [TemporaryXXX] 수록

노래듣기 >> 

<착한 사람들에게>
                                                                                           정윤경 글, 곡

1. 왜 우린 우리스스로 만든 권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왜 아직 망설일까요
똑같은 놈 똑같은 권력이 싫고 염증이 난다하면서도 왜 아직 망설일까요
(후렴) 아직 부족해서라는 말은 말아요 아직 때가 아니라서라는 말은 말아요
그건 완벽한 부모가 되기 전엔 아기는 갖지도 낳지도 말란 말과
똑같잖아요 똑같잖아요 워-

2. 돌아봐요 아니 돌아볼 필요도 없이 지금 저들이 만든 저들만의 화려한 축제 뒤에서
누가 직장을 잃고 거리를 떠돌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나갈지 막막해 눈물짓는지

3. 지금은 우리가 스스로를 믿어야할 때 부족하더라도 잡은 손 놓지 말아야할 때
그러다 너무 힘들 땐 같은 날에 같은 시간에 같은 목소리로 욕이라도 실컷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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