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인물/칼럼/인터뷰 (230)
함께쓰는 민주주의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의 한 길에서 시대를 이끌어 온 [이승환] 고 문익환 목사님이 정부의 허가 없이 방북을 결심했던 1989년 즈음에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시의 일부이다. 이렇듯 북한을 방문하는 일이 잠꼬대같이 들리던 그리고 이를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러한 남북간의 완고한 대결과 냉전체제는 불과 4년 전 6·15공동선언 이후에 결정적으로 이완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적인 교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시대정신을 먼저 호흡하고 온갖 어려움을 헤치며 이를 우리 사회의 도도한 흐름으로 만들어 온 사람들이 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서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환(46) 씨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그를..
영원한 평화를 위한 순례 [유은하] 전쟁과 평화는 여전히 인류를 사로잡고 있는 화두이다. 인간 역사에서 유례없는 참혹한 세계전쟁을 두 번이나 치른 20세기를 거쳐 온 인류는 냉전이 종식된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열망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인류는 ‘인종 청소’라는 새로운 단어를 등장시킨 구 유고슬라비아의 잔혹한 내전과 9·11 테러로 촉발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또 겪어야만 했다. 노골적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초강대국의 힘의 논리를 관철시킨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은 영원한 평화에 대한 열망을 현실과 유리된 한갓 사치스런 감정처럼 보이게 한다. 더 나아가 미국은 자신의 추악한 전쟁을 세계질서와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세력’을 응징하여 민주주의와 ..
서울 용산역은 고속철도(KTX)가 생긴 이후 서울역과 맞먹는 번잡함이 생겼다. 열차 노선에 따라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것과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달력에 써 있는 숫자가 아직은 겨울바람을 느낄 때가 아닌데 KTX 여승무원들이 250일 넘도록 파업을 하고 생활하는 한국철도공사 노조 사무실로 가는 용산역 뒷길은 눈물이 날 정도로 바람이 매섭다. 담을 넘지 못하는 그 두어 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에 민세원(34) KTX 열차승무지부장이 전기장판을 깔고 앉은 자리에서 누군가와 쉼 없이 통화중이다. 통화 도중 수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있기 무섭게 핸드폰 벨이 또 울린다. 지난 9월 노동부의 불법 파견 재조사 결과가 ‘100% 합법은 아니지만 종합해보면 적법파견’이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
그의 별명은 ‘피터팬’이다. 어른이 돼서도 아이의 꿈을 잃지 않는 피터팬처럼 그는 마흔이 넘어서도 스물의 꿈을 잃지 않았다. 청년필름 김조광수(43) 대표는 그런 사람이다. 영화사 대표라는 ‘브루조아적인’ 직함을 달고 있지만, 직함과 어울리지 않게 운동의 현장에 자주 얼굴을 드러내곤 한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정책위원을 하면서 스크린쿼터폐지 반대 1인시위에 나서는 것도 모자라, 스크린쿼터폐지 반대집회에서 사회를 보고 행진을 할 때는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를 ‘선동’하기도 한다. 그의 운동은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4년에는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영화인선언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파병반대 집회에서 대학후배인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고,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
1993년 도시빈민문화제 사회자로 데뷔하고, 1995년 민주노총 창립 문화제라는 기념비적인 행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린 이래, 최광기(38)는 늘 ‘거리의 사회자’였다. 그는 쉽고 직설적인 언변, 탁 트인 목청, 그 만큼이나 시원시원한 말투로 집회 현장을 가득 메운 수천, 수만의 인파를 사로잡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당시 촛불집회의 마이크를 잡으면서 집회 사회자로는 이례적으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일반인들에게도 각인시켰다. 그랬던 그가 지난 5월, 거리가 아닌 방송에서 본격적으로 마이크를 잡기 시작했다. SBS 라디오의 아침 시사 프로그램인 ‘SBS 전망대’(평일 오전 6~8시)의 진행을 맡게 된 것이다. MBC 라디오의 간판 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같은 시간대에 맞붙는 시사 프로..
오프라 윈프리를 꿈꾸는 방송인 김미화 아무래도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어릴 때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였다. 지지리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소녀시절 시장통에서 야채행상도 해보았고, 절치부심 스무 살에 개그우먼의 꿈을 이루었으나 가난한 살림에 쫓겨 밤무대를 뛰다가 방송국 피디에게 ‘찍혀’ 그의 꿈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설움을 겪었으며, 여성으로 한창 행복할 나이에는 이혼의 아픔을 겪고 두 딸을 혼자 키우고 있다. 남부럽지 않게 성공했지만, 남 못지않게 고생도 해본 그는 그래서 다른 사람의 통곡 소리에 귀를 막지 못한다. 옆집 노인이 아프면 내 어머니가 아픈 것처럼 슬프고, 앞 동네 여성들이 호주제로 고통 받으면 남의 일처럼 여길 수가 없다. 다행히..
영화배우 최민식(44) 씨의 근황을 알기 위해서는 신문의 ‘영화면’보다 ‘사회면’을 펼쳐보는 게 빠르다. 그가 본업인 영화 촬영 현장을 떠나 스크린쿼터 원상회복과 한미FTA 저지 투쟁의 현장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7일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에 반발해 영화 출연으로 받은 옥관문화훈장을 문화관광부에 반납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최민식 과격하네, 저러다 말겠지…….’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5월 ‘스크린쿼터 칸 원정단’으로 프랑스를 방문해 칸 영화제 운영위원회로부터 스크린쿼터 투쟁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반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스크린쿼터 원상회복 투쟁의 맨 앞자리에 서 있다.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미FTA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산하 단체들의 집회를 찾아..
지식인의 이중성을 패러디하는 그녀들의 힘 개그우먼 신고은, 정경미 그녀들의 개그가 여성주의적이지는 않다. ‘자연분만’, ‘모유수유’를 외쳤던 의 ‘출산드라’처럼 여성에게 강요되는 다이어트 강박증의 사회를 고발하지도 않고, 의 ‘여자이야기’처럼 여성들의 눈으로 남성들의 행태를 뒤집어 보여 웃음을 선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무표정하면서 뻔뻔한 ‘정 마담’이 고상한 척 하지만 속물인 ‘정 선생님’을 희화하면서 지식인, 그 중에서도 여성 지식인의 이중성을 조롱한다. 자칫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그녀들의 개그는 실제로 보면 전혀 여성 비하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꾸 보다 보면 깔끔한 뒷맛을 남기는 여성주의 개그라는 느낌마저 갖게 된다. 이상하게 여성을 패러디하지만 남성의 시선에..
노래패 '새벽' 콘서트 일상으로 빚어낸 영화감독 남선호 지난 4월 28일(금)부터 29(토)일까지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13년 만에 다시 ‘새벽’의 동이 텄다. 1984년 대학노래패들이 모여 만든 은 ‘광야에서’ ‘그 날이 오면’ 등 수많은 민중가요를 만들어내며 1980년대 현장을 풍미했고 시대의 변화와 함께 1993년에 해체됐다. 이때 을 등지고 각자의 현실로 돌아갔던 사람들 가운데 83~85학번 21명이 모여 ‘혹시 내가 들리나요?-사랑 노래 15’ 콘서트를 연 것이다. 이번 콘서트의 연출자였던 남선호(41) 감독은 “노래가 눈물이 되고, 노래가 희망이자 용기가 되고, 뿌듯함이자 안타까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 노래를 통해 깨달았다. 내 무딘 감수성으로 느끼기에도 의 노래는 건강한 슬픔과 기쁨, 분노..
향수를 넘어 내일을 향하는 안치환의 노스텔지어 하필이면 그날이 4월 19일이었다. 안치환(40) 씨는 이날 오전의 4·19혁명 기념행사에서 노래를 부르고 왔다고 했다. 막연히 ‘수요일’로 기억했던 인터뷰 날이 마침 4·19혁명 기념일이었던 것이다. 무슨 노래를 했냐고 물었더니 를 불렀다고 했다. ‘그날 쓰러져간 젊음 같은 꽃 사태가~’라는 노랫말로 4·19 영령들을 기리는 는 마침 안치환 씨가 지난달에 발표한 앨범 「비욘드 노스탤지어」에 수록돼 있다. 「비욘드 노스탤지어」는 이전의 민중가요를 담고 있다. 일제 시대 독립군이 불렀다는 로 시작해서 를 거쳐 ‘코카콜라 한병!’이라며 익살맞게 경제개발시기의 세태를 풍자한 까지, 민주화운동 시대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스물 한 곡의 노래가 이어진다. 시기로 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