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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민주」

[권두언]드높은 이상, 성숙한 민주주의

기념사업회 2013. 7. 15. 18:19

 드높은 이상, 성숙한 민주주의

6·10민주항쟁 26돌을 맞으며


정성헌_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경건함과 자부심 그리고 깊은 고뇌와 결단으로 26년 전의 저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6월 민주항쟁, 민주주의 축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경건함과 자부심은 민주주의 제단에 신명을 바치신 민주열사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떨쳐 일어난 수백만 국민의 함성을 가슴에 품고 있어서 입니다. 고뇌와 결단은 우리의 위기, 심화되는 위기, 복합 위기, 전면적 위기,대위기에 대한 자각이며,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문명 창조에 대한 끊임없는 전진과 노력을 다짐하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합니까? 대한민국 공동체가 추구하는 이상은 무엇이며, 우리 국민들이 함께 이루려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 가치, 제도, 내용, 생동력이 굳건하게 지켜지고 새롭게진보하고 있습니까? 나 스스로는 어떻습니까? 이 모든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성실한 응답과 창조적인 실천이 6·10민주항쟁 26돌을 모시는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은 대위기입니다. 위기는 여러 가지 현상과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위기이며 우리만이 겪는 위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심, 편견, 어떤 사유체계, 학문방법, 신앙, 심지어 현재와 미래에 대한 낙관이나 비관 같은 일체의 것을 내려놓고 현실과 역사, 개체생명과 지구생명에 대한 겸손과 직관으로 봐야만 하는 대위기인 것 같습니다.

경제위기, 정치위기, 남북한의 대결위기!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도, 가난과 억압과 극단의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반 성취한 저력과 활력과 창조력을 발휘한 용감하고 부지런한 국민이기에 이런 위기는 반드시 극복할 것입니다. 정작 두려운 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물신숭배, 사치, 타락, 생각 안 하고 떼 지어 따라다니기, 많이 쓰고 버리기, 일 안 하고 편하게 살기,편 가르기, 남 탓하기, 허세 부리기, 생명 경시…… 등 온갖 탐욕과 무지가 문명과 교육의 이름으로 혼재하고 심지어는 부추겨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이미 “쇠퇴기”에 접어든 “퇴행과 추락의 위기”가 아닌가 하고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재벌의 탐욕과 정치권의 무능에 깊이 있는 비판과 대안이 있어야 하는 것 이상으로 돈과 권력을 쫓는 상당수 법조계·학계·종교계·언론계의 모습에는 커다란 경종이 필요합니다.

400만 대학생들의 대부분이 등록금에 시달리고 있고, 취업에만 매달려 높은 이상과 용기를 잃은 현실, 700만 초·중·고 청소년들이 입시에만 내몰리며, 끊임없이 단순 정보, 오락 소비자로 전락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 쇠퇴기의 적나라한 모습이며 바로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역사 교육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십수 년 동안 식민지근대화론 등이 주도하는 역사 왜곡 특히 올봄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조작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극소수 극우 또는 극좌와 결합한 싸구려 상업 매체와 민중노선으로 포장한 저질 선동 매체는 우리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 철저히 비판·극복되어야 합니다.


제일 경각심을 가져야 할 위기는 뭐니 뭐니 해도 “생명의 위기”, “지구생명의 위기”입니다. 탐욕스러운 자본의 끊임없는 집적, 축적, 독과점 체제는 지상·지하·해상·해저의 모든 자원을 고갈시키고, 대량 생산, 소비, 폐기하는 거대문명이 서로 작용하며 지구생명은 고열에 시달리며 계속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런 복합위기, 전면적 위기, 생명의 위기, 대위기는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문명으로 대전환하려는 결단 없이는 한 치도 개선될 수 없습니다.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 자본 독점과 차단을 극복한 공존과 순환의 사회구조, 생명 파괴와 죽임의 거대문명을 넘어선 생명 복원과 살림의 새로운문명, 곧 생명의 문명은 우리에게 “성숙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이제 정치적 민주주의, 대의 민주주의를 넘어선 경제 민주주의를 포함한 전면적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 깊이 의논하는 숙의 민주주의, 곧 성숙한 민주주의를 대담하게 실천하라고 명하고 있습니다.
대위기의 우리 사회와 지구촌은 이제 “인간사회의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바탕 위에서, 지구의 뭇 생명과 함께 살아갈 “생명사회의 민주주의”를 절실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 민주주의 깃발에는 생명·평화·통일·자치·협동의 5태극이 진하게 그려질 것입니다.


대위기를 극복하는 대전환의 희망찬 새로운 6월의 결단과 행진을 다짐합니다.
고맙습니다.

 

 

* 이 글은 지난 6월 10일 개최된 6·10민주항쟁 제26주년 기념식에서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 전문입니다. 6·10민주항쟁 26돌을 맞아 6·10민주항쟁의 뜻을 기리고 오늘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고민해 보는 이 글로 권두언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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