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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막장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일생을 그린 영화가 몇 편 있습니다. 커크 더글라스(반 고흐)와 앤서니 퀸(폴 고갱)이 등장하는 1956년작 빈센테 미넬리 감독의 ‘삶의 욕망(Lust for life)’, 1990년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빈센트와 테오(Vincent & Theo)’, 자크 뒤트롱이 반 고흐를 연기한 1991년작 모리스 피알라 감독의 ‘반 고흐(Van Gogh)’가 보기 드문 반 고흐에 관한 영화들입니다. 반 고흐가 런던과 파리를 거친 구필 화상의 점원을 그만둔 뒤에 아버지처럼 목사의 길을 걷기 위해 벨기에의 보리나주 탄광 지역에서 수습 전도사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을 ‘삶의 욕망’은 이렇게 영상화했습니다. 어느 일요일에 반 고흐가 설교를 하고 있을 때..
100호 특집-신임 이사장에게 묻다 스스로, 함께, 꾸준히 희망세상 (이하 희) : 먼저 사업회 신임 이사장으로 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개인 신상에 대하여? 정성헌 이사장 (이하 정) : 올해 94세 되신 어머님이 계시고, 집사람은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고 아들 둘이 있다. 큰 아들은 대구 가톨릭 의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데,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서 해병대 만기 제대를 하고, 노동운동을 하다가 배달의학 등을 공부하면서 서양의학의 필요성을 느껴 늦게 서양의학을 공부하는 등 복잡한 경력이 있고, 둘째는 일본에 가서 고생을 좀 했고 경제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술과 담배를 많이 하였으나 7년 전 수술 이후 전혀 안하고 있다. 종교는 가톨릭인데 그렇게 열심히 다니지는 않는다. 희 : 평소 좋아하는..
21세기가 시작되는 즈음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일어난 두 개의 미술 탄압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기독교 국가인 미국의 심장부 뉴욕에서, 또 하나는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자 탈레반의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근처에서였다. 종교적 편견으로 인해 미술에 가해진 이 사건들은 전 세계인들에게 하나는 희극으로 또 다른 하나는 비극으로 비추어졌다. 미술관에 걸린 흑인 성모마리아 1999년 12월 16일 뉴욕 브루클린미술관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영국의 광고재벌 찰스 사치가 운영하는 사치(Saatchi) 컬렉션에서 기획한 ‘센세이션(Sensation)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77년의 역사를 가진 이 미술관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사건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에 일어났다. 관람객으로..
5·18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다. 금남로 세트 제작에만 30억 원이 투입되고, 마케팅비를 제외한 순제작비만 100억 원에 이른다는 소식은 영화계 관계자들의 걱정 수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일단 의문은 두 가지였다. 첫째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대중영화로 만들어도 되는 것일까 둘째 과연 5·18을 소재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영화 개봉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세가 한창인 7월로 정해지자 입방아는 더욱 거세졌다. 가뜩이나 손님이 줄어든 한국 영화계에서 100억 원대 대작이 할리우드 영화에 밀린다면, 한국 영화산업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었다. 아울러 대선을 앞두고 영화가 정치적 목적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동아대 벽화 올해 대학 새내기들은 1988년생들이다. 그들에게 1987년 6월민주항쟁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당시의 정황과 사건들은 필름 속에 남아있는 먼 과거의 흔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가? 지난 달 부산 동아대학교 총학생회는 동아대 승학캠퍼스 교수회관 앞 벽면에 그려진 가로 30미터, 세로 3미터 크기의 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더 이상 필요가 없는 벽화의 교내 환경미화를 위한 정당한 철거인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예술탄압인가? 2007년 7월, 민중벽화 철거 사건 이 벽화는 6월민주항쟁 당시 숨진 동아대 졸업생 이태춘 동문을 추모하고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8년 학내 미술동아리 ‘열린그림마당’이 제작한 것이다. 부산..
‘이제 우리 음악을 알릴 때가 됐죠!’ 1990년대 대표적 ‘꽃미남 가수’ 김원준, 전 코요태 래퍼 김구, 이창현·정한종·강선우. 한동안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좀처럼 공통분모를 찾기 힘든 이 다섯 남자가 ‘베일(V.E.I.L)’로 뭉쳤다. 밴드다. 김원준과 김구가 밴드 활동이라니! 놀랍고 의외다. 마흔 살이 되기 전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고등학교 동창인 이창현과 정한종이 의기투합했다. 강선우가 가세한 것까지는 ‘밴드 출신들이 꼴리는 대로 음악을 한다는데 뭐~’라지만 댄스가수 출신 김원준이 밴드의 얼굴인 보컬로, 랩을 하는 김구를 팀원으로 영입했으니 말이다. “보컬을 구하던 중에 유리상자 콘서트 게스트로 나온 원준의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를 보고 제안했고요. 김구는 나중에 결합했어요.”(..
장애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장애인이 없는 나라’다. 거리에서 장애인 만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버스나 전철, 기차역이나 공항처럼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서도 장애인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은 정녕 장애인이 없는 나라인가? 한국의 장애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인구의 10%에 달하는 400만 장애인이 가긴 어디로 갔겠는가. 한국의 거리에서 장애인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들이 어디론가 ‘갔기’ 때문이 아니라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만한 곳이 아니다. 휠체어를 타고 문 밖을 나서면 육교와 지하도가 길을 막아선다. 전철역사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는 툭하면 고장이요 걸핏하면 사고라 ‘살인기계’라는 오명을 안은 지 오래다. 몇 킬로미..
쿠르베 캔버스에 유채, 369.7*596.9cm, 1855년 19세기 리얼리즘의 아버지로 불리는 화가 쿠르베(1819~1877)는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해 ‘본질적으로 가장 민주적’이라고 발언하며, 당대의 미술가 중에서 민중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미술가는 자신뿐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당시 주류였던 신고전주의 미술이 지닌 고대 로마풍의 교훈과 낭만주의 미술이 가진 서정성에 만족하지 못했던 쿠르베는 ‘보이는 것만이 사실’이라며 신화 속의 영웅들 대신 주변의 평범하고 비천한 삶의 모습을 그려냈다. 당연히 쿠르베의 그림들은 부르주아 계급과 앵그르를 중심으로 한 관학파(아카데미)의 추종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그들에게 쿠르베의 그림은 엄숙함과 상상력의 부정이며 낭만의 정신을 거부하는 일상 생활의 세속적인 ..
2004년 데뷔한 3인조 혼성 그룹 클래지콰이(DJ 클래지, 호란, 알렉스)는 음악을 넘어 하나의 기호다. 클래지콰이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떤 청자가 “나 클래지콰이 좋아해”라고 말할 때 우리는 그의 음악적 취향은 물론 삶의 양식이나 지향점까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클래지콰이의 세 번째 정규 음반 ‘러브 차일드 오브 더 센추리(Love child of the century)’가 나왔다. 지난 음반과 마찬가지로 조그마한 새끼 돼지가 이들을 상징하는 표시다. 하얀 바탕의 커버에는 돼지 모양의 옷을 입은 아이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클래지가 직접 그렸다는 이 아이가 음반 제목에서 표현된 ‘러브 차일드’다. 어떤 질병에도 걸리지 않고 세계에 희망, 기쁨, 사랑을 안겨주는 아이다. 이 음반은 ..
세계인으로 산다는 것 “「베트남 신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고발당한 현수막” 어느 일간 신문의 1면 머리기사 가운데 하나다. 요즘 도시를 벗어난 한적한 도로나 시골길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펼침막 광고내용. 선전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아주 자연스럽게 외국에서 신부를 수입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있었나 보다. 수입된 신부들은 자주 도망을 갔고 그로인해 그들을 데려온 한국 신랑들이 손해를 본 모양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그런 위험이 없는 믿을만한 나라의 신부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리라. 이 정도면 글로벌 시대의 세계시민이 가져본 퍽 인간적인 뜻풀이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월 14일, 나는 『희망세상』의 취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