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쓰는 민주주의
‘변호인’의 송우석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 글 이명재/ promes65@gmail.com 돈밖에 몰랐던 한 세무 변호사가 군부정부의 탄압과 억압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국민을 대변하는 인권 변호사가 되어가는 이야기인 영화 ‘변호인’. 노무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라고 해서 큰 화제가 되고 많은 관객을 모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 송우석의 변신은 노 대통령이 남겼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 민주주의의 보루다.” 대전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고졸 출신 세무 변호사 송우석이 처음에는 연줄도 학벌도 없이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살다가 주변 사람의 억울한 일에 대해 분노하면서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인이 한 사람의 ‘깨어 있는 시민’이 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사실 영화 속 송우석이 ..
울타리 밖으로 꿈을 찾아서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여기저기서 졸업식이 열리는 2월이다.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대학교 졸업식은 여러모로 만감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지금껏 자신이 살아온 시간 중 대부분을 차지한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난다는 것. 그 근원적인 신분의 변화는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 내던져진 이들이라면 한번쯤 느꼈을 묘한 감정일 것이다. 특히나 과사무실에는 대기업 원서가 쌓여있고, 공무원은 쳐다보지도 않았다던 고도성장기의 대학생을 아주 먼 옛날 전설로 생각하는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졸업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그래도 요즘 20대들은 각자가 자신만의 돌파구를 모색하며 말 그대로 분투하고 있다. 며칠 뒤 졸업을 앞두고 있는 김영지 씨. 지..
정치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과연 무엇인가? 글 김장환/ myth67@naver.com 최근 1천 만 관객을 훌쩍 넘긴 한 영화에서 변호사인 주인공이 법정에서 외쳤다는 말이 화제다. 그런데 그의 주장은 새롭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당연해서 의외일 정도다.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한 국가가 국가로 서기 위해 국민이 합의한 제일의 원칙, 헌법 제1조. 그것을 되새겼을 뿐인데 영화를 관람한 모든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사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그만큼 부조리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헌법에 기반해서 보자면 국민 개개인에게 귀속된 주권과 행사할 수 있는 모..
가구 만들던 손으로 메가폰을... '멘탈 갑' 영화감독 [인터뷰] 신작 촬영 마친 '이주노동자 출신' 알 마문 감독 글 김재우/ compagna@kdemo.or.kr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 졸린 눈을 비벼댄다. 그리고 멍한 채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옷을 주섬주섬 꺼내 입고 회사로 향한다. 기계처럼 열심히 일하고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이불 속으로 향한다. 다음 날 아침,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우리 주변 현대인의 일상이다. 개봉 예정인 영화 은 이런 현대인의 삶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두 머신처럼 살고 있다고 느꼈어요." 의 감독 알 마문(Al Mamun·38)씨의 말이다. 언제부터 우리는 공장에서 돌아가는 기계같이 똑같은 일상을 살아..
제정구의 도시를 가다. 글 한종수/ wiking@hanmail.net 15년 전, 2월 9일, 도시빈민의 영원한 친구 제정구 의원이 55세라는 너무 아까운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반백의 머리와 빛나는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던 제정구 의원은 민주화 운동가로서는 드물게 자신이 만든 ‘도시’를 남겼다. ‘도시’란 표현이 거창하다면 ‘마을’로 표현해도 좋다. 그 ‘도시’ 혹은 ‘마을’ 은 그의 고향도 아니었고, 자라난 곳도 아니었으며 육신이 묻히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의 피와 땀이 가장 많이 베인 곳으로 당시는 경기도 시흥군, 지금은 경기도 시흥시 이다. 경남 고성에 태어난 그는 명문 진주고를 졸업하였지만, 대학 입학이 순탄하지 않아 무려 4수 끝에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치를 떨다가..
[대안탐구] 안보정치의 문제와 신민주주의 운동의 탐색 서보혁_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본지 편집위원/ suhbh21@gmail.com 87년 민주화 이후 25년이 경과하는 시점에서 한국사회는 민주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 우리 사회는 새로운 형태의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형성하며 제2의 민주화운동을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심화’나 ‘나선형의 역사 발전’과 같은 표현이 말해주듯이 민주주의는 한차례의 물결이나 일직선의 형태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발전과정에서 잔존 비민주적 요소들이나 권위주의 행태의 재생으로 민주주의가 도전받기도 하며 일시적 퇴행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사반세기가 지나가고 있는 작금의 한국사회가 절차적, 정..
[권두대담] 생태 민주주의의 확대를 위하여 정성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사회)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정성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서 매해 6·10민주항쟁 기념일이 되면 을 씁니다. 이 글에서 죽어가는 생명에 대해 늘 이야길 했습니다. 인간 사회의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면서 전체 생명 사회의 민주주의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긴박성을 호소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기념식 자리에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것 같은데, 지나고 나면 또 관심들이 없더군요. 생태계 파괴, 생명 문제 같은 것이 당면하면 막 끓어오르다가, 금방 잊히는 속성이 있습니다. 2010년 구제역으로 가축 천만 마리를 잃었지요. 얼마나 심각했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시민교육] 국제이해교육의 필요성과 발전 방향 국제이해교육은 세계시민교육이다 이태주 한성대 교수, ODA Watch 대표 tjlee@hansung.ac.kr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가속화로 인하여 국가 간, 문화 간의 교류가 급격히 증대되면서 타문화에 대한 이해, 다양성에 대한 존중, 그리고 모든 지역 문제들의 상호 연계성 및 상호 의존성에 대한 이해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특히 빈곤의 양극화, 지구온난화, 분쟁과 테러리즘, 식량 부족과 자원 고갈, 인구 증가와 노동 이동 등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중대한 일들은 더 이상 한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면서 국제 협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지구촌 문제들은 복잡한 원인과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
민주주의의 '기본기' 글 이명재/ promes65@gmail.com 올해는 갑오년. 120년 전 갑오농민혁명이 일어났던 해와 같은 갑오년이다. 동학농민전쟁이 청일전쟁으로 이어지고, 그 후 을사늑약과 한일합병으로 망국에 이르게 한 통한의 역사를 되새기게 하는 해다. 그런데 올해는 또 우리 현대사에서 민주주의가 크게 뒷걸음질 친 해로부터 4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1974년에 박정희 유신정권은 긴급조치를 발동함으로써 이미 빈사상태였던 민주주의에 더욱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 74년 1월8일 발령된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을 개정하자는 얘기를 하기만 해도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하고, 재판에(그것도 군법회의에) 회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암울했던 유신-긴급조치 시대가 끝나고 그 후 다시 5공 독재 치하를..
[권두언] 국민에게 드리는 글 - 2014 갑오년, 새로운 희망을 조직할 때! 정성헌_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오늘은 동짓날. 일 년 중 밤이 제일 긴 날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날부터 낮이 점점 길어지는 분기점으로서 동짓날을 기억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든다. 그래서 현명한 이들은 한겨울의 복판에서 봄을 설계하고 준비한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본다. 같은 일 년이지만 무척 혼란스럽고 아득하다. 안으로는 “국민행복”, “국민 대통합”을 외치며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고, 북녘은 3차 핵실험에 이어 개성공단 폐쇄와 재개 그리고 내부 숙청으로 스산하다. 바깥 사정은 더욱 복잡하고 위태롭다. 과거사 문제, 영토 문제, 합종연횡(合從連衡) 등 동북아 세력 교체기에 나타나는 배타와 충돌의 위기 증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