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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울타리 밖으로 꿈을 찾아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4. 2. 11. 01:24

 울타리 밖으로 꿈을 찾아서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여기저기서 졸업식이 열리는 2월이다.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대학교 졸업식은 여러모로 만감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지금껏 자신이 살아온 시간 중 대부분을 차지한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난다는 것. 그 근원적인 신분의 변화는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 내던져진 이들이라면 한번쯤 느꼈을 묘한 감정일 것이다.

 

특히나 과사무실에는 대기업 원서가 쌓여있고, 공무원은 쳐다보지도 않았다던 고도성장기의 대학생을 아주 먼 옛날 전설로 생각하는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졸업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그래도 요즘 20대들은 각자가 자신만의 돌파구를 모색하며 말 그대로 분투하고 있다.

 


며칠 뒤 졸업을 앞두고 있는 김영지 씨. 지금은 취업 준비에 고3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그녀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왜 저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 거리로 나왔을까, 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빈부격차가 심할까, 이런 고민들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대학에 진학할 때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회학과를 선택했죠.”

 

궁금했던 것을 하나 씩 알아가는 전공 공부는 무척 만족스러웠지만, 4학년이 되고부터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그녀.

 

“사회학과를 간다고 했을 때부터 주위에서는 거기 나와서 뭐 먹고 살래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 때는 대학이란 게 취업학원이 아니라 학문을 배우러 가는 곳이 라며 사회학과를 밀어붙였죠. 그런데 졸업이 다가오자 슬슬 걱정이 되는 거에요. 사회학은 학문으로서 무척 흥미롭지만 취업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하는 그런 고민 말이에요.”

 

취업을 위해 경영학을 함께 공부할까, 아니면 휴학을 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까 고민하던 그녀는 선배의 권유로 유럽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길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만나게 되었다고.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겠냐 그런 생각으로 떠난 여행이었어요. 솔직히 답답한 마음에 기분 전환도 하고 싶었고요. 그런데 공항에서 이거다 싶은 직업을 알게 되었죠.”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까 고민 중이던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항공사 그라운드 스태프였다.

 

“보통 항공사 취업을 희망하면 비행기 승무원을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공항에서 승객서비스를 담당하는 그라운드 스태프가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공항에서 처음 봤을 때는 그분들의 정확한 명칭도 몰랐어요. 다만 저와 같은 여성들이 꼼꼼하고 전문적으로 일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멋있다는 생각만 했었죠. 한국으로 돌아와서 알아보니 그 분들이 바로 그라운드 스태프더라고요.”
 
그리고 그라운드 스태프에 대해 더 조사를 했다는 김영지 씨는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그라운드 스태프가 되기 위해서는 토익 점수와 영어 회화 실력과, 여러 자격증들이 필요하더라고요. 거기다 메이저라고 불리는 항공사를 제외하면 공채가 거의 없고, 대부분 계약직이라는 게 걸렸어요. 임금도 높지 않고요.”

 

하지만 남들이 하라는 일을 해야 할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그녀는 그라운드 스태프 합격을 위한 공부에 들어갔다고 한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하고 싶은 공부였기에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성취감도 높았어요. 마찬가지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직업적 만족도가 높을 것이고, 그래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취업준비는 바쁘게 돌아간다고 한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 한 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잖아요.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격증이 필요해요. 이런 자격증을 위해 학원에 가야하고, 또 영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토익 공부와 회화도 병행해야하고요. 거기다 다들 기본적으로 필수 자격증과 토익, 회화는 준비하기 때문에, 비교우위를 위해서 다른 자격증도 필요해요. 거의 고3때로 돌아간 듯 빡빡한 일정으로 살고 있어요. 부모님께서는 그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를 갔을 텐데 하시며 아쉬움 반 대견함 반 반응을 보이실 정도에요.”

 

이미 몇 개의 자격증을 땄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그녀. 사회학도로서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대학생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어떨까?

 

“배운 게 사회학 이다 보니 저나 제 친구들이 취업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비판적으로 바라볼 때가 있어요. 다 잊고 열심히 토익 문제를 풀다가도 문득,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일할 곳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저희는 88만원 세대를 넘어서 잉여세대 같아요. 어른들은 눈높이를 낮춰라, 배가 불렀다 뭐 이런 말을 하지만 사실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일자리가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잖아요. 뭐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도 본인의 자식들은 중소기업 생산직을 시킬지도 의문이고요. 취업요구조건을 맞추는 것도 힘들어요. 가끔은 조건을 요구하는 저분들도 옛날에 이렇게 많은 자격증이며 어학 수준이 필요했을까 싶기도 하고요. 또 돈을 벌기 위해 취업하는 건데, 그 취업을 위해 학원이다, 자격증이다 돈을 써야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고요.”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한 선배들을 보면서 자신이 과연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해 아이들을 키우는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는 그녀. 그래도 그녀는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저는 참 꿈이 소박해요. 거창하게 강남에 빌딩을 갖고, 명품 백을 가지고 그런 꿈은 없어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그러다 예쁜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살고 싶은 거. 그게 제 꿈이에요.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은 게 요즘 솔직한 제 심정이에요. 취업은 될까? 안정적인 일자리일까? 결혼비용은 마련할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수업시간에나 말하던 3포 세대를 체감 한 달까요? 그래도 좌절하고 진짜 세 가지를 포기하는 사람이 되진 말아야죠. 포기하기에는 제 젊음이 너무 안타깝고, 분명 저는 제 생각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란 걸 믿으니까요. 지금 대학원에 진학하는 친구, 노량진에서 컵밥 먹으며 공부 중인 친구, 이런 제 친구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취업준비생 모두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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