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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어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4. 3. 12. 13:42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어요.
일과 공부 모두 잡는 조소연 씨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현재 증권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조소연 씨. 그녀는 증권업계에서 일한지 4년째에 접어드는 커리어우먼이다.

 

“현재 증권회사 법인팀에서 주식 트레이더 및 선물, 옵션, ETF 백오피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당차게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하는 그녀. 그런데 너무 앳되어 보인다.

 

“올해 23살이에요. 저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입사했거든요.”

 

특성화고등학교에서는 3학년이 되면 기업으로부터 학생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받는다고 한다. 학교를 대표하는 인재기 때문에 학교 내부적으로도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고. 학창시절 금융과에서 열심히 공부 한 조소연 씨는 학교 추천을 받아 증권회사 입사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학교 추천을 받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저도 추천을 받고 나서 회사의 서류전형을 통과한 후, 최종면접을 통해 지금 다니는 증권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어요.”

 

 

학력에 따른 사회‧경제적 격차가 큰 분위기 때문에 대학 진학에 불리한 비 인문계 고등학교는 부모뿐만 아니라 학생 스스로도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조소연 씨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보통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인문계 고등학교 갈 성적이 안 돼서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어요. 그래서 제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원서를 쓸 때 특성화고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자, 담임선생님은 성적이 아깝지 않느냐고 하셨거든요. 하지만 저는 제가 생각하는 바가 확고했기 때문에 특성화고등학교에 원서를 썼어요.”

 

그녀는 그냥 집에서 가까운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이른바 뺑뺑이 제도가 싫었다고 한다. 뺑뺑이 제도는 자신의 선호와 노력이 아니라 그저 전산상의 배정과 운으로 소중한 3년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뺑뺑이 제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선지원이 가능한 고등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어느 고등학교에서 여름방학 동안 중3 여학생을 대상으로 여러 강좌를 무료로 열었어요. 저는 그때 일본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그 학교에서 무료 일본어 강좌를 개설한다고 해서 방학 동안 공짜로 일본어를 배울 수 있었죠.”

 

그녀가 여름 방학 동안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다닌 학교는 바로 그녀가 몇 개월 뒤 입학하게 된 특성화고등학교였다.

 

“일본어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보니 시설이 참 깨끗하고 잘 돼있다고 느꼈어요. 그러다 강좌가 다 끝난 후에 그 학교에서 학생 유치를 위한 홍보 시간을 가졌어요. 훗날 제 은사님이 되실 선생님들이 직접 학교의 특징과 장점에 대해 설명해주셨죠.”

 

본인의 의사와 역량에 따라 취업과 대학 진학이라는 2가지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는 조소연 씨. 그녀는 10대의 마지막 3년을 보낼 곳으로 특성화고등학교를 결정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그 학교에 간 것이 아니라, 제가 가고 싶은 학교가 알고 보니 특성화고등학교였던 거죠.”


 

 

어떻게든 자식의 성적을 끌어올려 인문계 고등학교에 보내고자 하는 다른 부모님들과 달리
본인의 의견을 존중해주셨다는 조소연 씨의 부모님. 그런 부모님의 지지와 믿은 덕분인지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을 후회 없이 보냈다고.

 

“제가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녀본 게 아니라서 그 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잘 모르지만, 제 기준에서 봤을 때 인문계 고등학교와 특성화고등학교의 차이는 수능을 위한 공부를 하느냐, 안하느냐 인 것 같아요. 특성화고등학교에서는 졸업 후 취업을 목표로 하면 수능준비를 안 해도 되니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할 수가 있어요.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취업을 결심했던 저는 수능공부 할 시간에 자격증 취득공부를 했어요. 또 교내 동아리와 학교행사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요. 그 덕분인지 제 고등학교 시절은 추억으로 가득해요.”


 

 

바쁘게 돌아가는 증권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 숨 가쁘게 살아가는 사회 초년생이지만 그녀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대학에 간 친구들보다 먼저 뛰어든 사회에 적응하느라 처음엔 정신없었어요. 더구나 제가 입사한 회사는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는 분위기거든요. 그래서 저도 매년 금융관련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이번에는 투자자산운용사 공부를 하고 있고요. 일하랴 공부하랴 바쁘게 지내지만, 마음 한 구석에 새롭게 원하는 것이 생겼어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입사한 회사 안에서는 학력에 따른 차별을 느낄 수 없었지만, 더 나은 자신을 위해 공부를 하고 싶었다고.

 

“일하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가 고졸이라고 무시당하거나 차별 당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제가 훗날 더 높은 직급이 되었을 때나 되고자 할 때, 단지 고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일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 대학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또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좀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었거든요. 대학에 가서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지금까지 제가 몰랐던 저의 또 다른 흥미를 알고 싶었어요. 좀 더 늦기 전에 대학생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느끼고 싶기도 했고요.”

 

딸을 믿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과 부하직원의 성장을 격려해주는 직장 상사들 덕분에 일과 학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는 조소연 씨의 일상은 쉼 없이 돌아간다.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거라 정신없어요. 목‧금‧토요일에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지만 학점을 채우기에는 부족해서 나머지 요일에는 회사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사이버 강의를 많이 듣고 있어요. 제가 원래 영화 보고, 여행 가고, 사진 찍는 걸 무척 좋아했는데, 이제는 오로지 직장과 집, 학교만 오가며 지내고 있어요.”

 

휴식 시간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그녀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잠깐 영화 볼 여유도 없지만 이상하게도 힘들진 않아요. 가끔은 몸이 지칠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제가 그려놓은 미래를 떠올려요. 중간에 휴학 없이 대학을 졸업하면 27살, 직장 경력은 8년차가 되요. 그때까지의 경력과 대학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지금 업종에서 좀 더 유능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 공부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가면 업종을 옮길 수도 있고요. 남들은 그 나이에 사회초년생으로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저는 여유가 있잖아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경로를 걸었던 그녀. 여린 겉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생각은 어른스럽다.

 

“저는 다행히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또 고졸로 사회에 나왔을 때 주위의 지지와 이해가 있었어요.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저처럼 운이 좋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인문계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졸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가진 역량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소신껏 선택한 것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날 땐 회의가 들기도 할 거에요. 하지만 저는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조금 돌아가더라도, 조금 늦더라도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자기 인생의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남들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면서 뒤처지지 말아야지, 남들 하는 만큼만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세상과 환경에 던져지더라도 그것을 자기 세상으로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조소연 씨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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