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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이야기] 이 시대의 선비 선애학교 명예교장 김재형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6. 26. 18:38

이 시대의 선비 선애학교 명예교장 김재형

글 정영심 zeromind96@naver.com




마을 어귀에 있는 솟대

나는 훼손되지 않은 자연과 인간의 심성, 모든 것이 근본으로 돌아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를 꿈꾼다. 이 지구상 어디에 내가 꿈꾸는 공동체가 있으리라 기대하며 이번 여행도 즐거움과 설렘으로 출발을 했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8시간 만에 도착한 영암 선애빌 공동체(www.suseonjae.org), 이 공동체 안에 선애학교가 있다. 선애빌은 생태공동체이다. 더 이상 지구도 사람도 아프지 않게 하고 싶다는 첫 마음으로 아름다운 공동체 학교를 일궈 가고 있다.

땅거미 질 무렵 도착한 선애빌은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멀리 구름에 쌓여 있어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 선애빌은 ‘위기의 지구’라는 공동의 주제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특성과 지향에 따라 영암과 고흥, 보은 그리고 중국의 청도에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살아간다.

보은은 예술인들이 많이 보여 자신들의 공동 관심과 주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반면 영암은 치유와 관련된 구성원들이 모여 마을을 만들었다고 한다. 영암 선애빌에는 중고등학교가 있고, 보은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지역은 떨어져있지만 교육과 마을을 오가며 서로의 삶을 공유한다고 한다.

이곳 명예교장을 맡고 있는 김재형 선생님을 찾았다. 내가 찾아간 날은 각 지역에 있는 공동체 사람들이 학교를 중심으로 집중 교육을 하는 기간이었다.

학교로 쓰고 있는 건물



충, 믿음과 정성의 교육학

김재형 명예교장은 “어릴 때 놀지 못하면 창의적인 세상을 열지 못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지 못한다.”고 말하며 학생들의 자발적 집중을 강조했다. 지난날 ‘세계화 시대의 경쟁력 있는 인재 육성’이 잘못이라며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교육이 청소년 자살률을 높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는 시대적 인식이 잘못되어 그렇다고 한다. 지금의 시대는 ‘위기의 지구’라고 했다. 지구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는 방법은 ‘충’ 다시 말해 ‘집중’ 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해월선사는 충효(忠孝)를 넘어 시(侍, 모심)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믿음과 정성을 이야기 할 때라고 말했다.


김재형 명예교장이 ‘충’ 믿음과 정성의 교육학을 강의하고 있다.



공동체 교육과 회의 _ 오픈 스페이스


이번 집중교육 기간에 학생들은 ‘혈자리’와 ‘성학집요’를 집중해서 배우고 이날 발표를 했다. 청소년들은 척척 혈자리를 짚어나갔다. ‘혈자리’는 자신의 몸을 알아차리는데 좋은 학습이 된다고 한다. ‘성학집요’는 성현들의 가르침을 율곡 이이가 지은 책으로 이를 통해 성현들의 지혜를 배워본다는 뜻도 있겠으나 독서에 집중한다는 교육적 의미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올해 안에 많은 고전을 읽을 계획이라고 한다.

오픈스페이스 회의를 하고 있는 학생들



집중교육 기간에 학생들과 배우고 익힌 내용들을 나눈 후에 공동체 사람들은 모두 모여 회의를 했다. 어느 공동체나 회의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때문에 회의는 공동체에 중요하다. 이날 회의 방식은 ‘오픈 스페이스’로 열렸는데 누구나 의견을 내고 벽에 각각 붙인다. 회의 방식이 민주적이고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벽에 붙은 각각의 의견들을 둘러보고 그 의견 앞에 모여 앉아 회의를 한다. 회의 내용을 다시 벽에 붙이면 다른 그룹에서도 회의를 마치고 그 내용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은 스티커를 붙여 지지해주는 방식이다. 공동체 안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의견을 한 장소에서 효율적으로 해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픈스페이스 회의 결과 나온 의견을 벽에 붙이고 있다.



모둠으로 모여 의견별 회의를 하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



정명 교육

정명 교육은 대안교육연대를 통해 김재형 명예교장이 여러 번 짚어보았던 이야기이다. 시대적 요구와 변화에 따른 정확한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효’는 대가족 시대의 가족 공동체를 이루고 살던 지난날의 개념과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현대에 와서는 달리 해석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충’은 일반적인 나라와 나라님에게 충성한다는 식의 충이 아님을 이야기했다. 옛 성현이 전하고자하는 지혜가 지금의 시대에 와서는 시대에 맞는 정확한 이름을 찾을 때 교육이 바로 선다는 것이 김재형 명예교장의 주장이었다.

좌 : 농사에 필요한 자연 퇴비장을 만들어 생태적인 순화의 삶을 살고 있다.우 : 생태 화장실


공동체에서 함께 키우고 있는 단호박 농사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은 공동체 안에 학교를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 일반학교와 달리 공동체 안에서 교육 받고 성장하는 학생이 공동체 구성원이 되어야 하고 그도 행복하게 살아갈 때 성공이 보이기 때문이다. 선애학교 김재형 명예교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진득하게 늘 공부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시대의 선비다. 마치 한 권의 고서와도 같은 김재형 명예교장이 멋진 교육 철학을 펼칠 수 있길 기도해 본다.

공동체 마을 전경 집들이 단정하고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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