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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동체를 꿈꾸다 - 성미산 대동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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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동체를 꿈꾸다 - 성미산 대동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1. 4. 25. 16:04

글·양지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yangjikdemo.or.kr
사진·염동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dhyeomkdemo.or.kr

“시골에는 지금도 계가 있어요. 농한기 때 마을 사람들이 같이 모여 돼지 잡고 잔치를 벌이면서 마을 일을 결정하는 옛 모습 그대로의 계의 모습이 유지되고 있지요. 조금씩 돈을 모아 경조사에 보태기도 하고 또 농한기 때 같이 놀러 가기도 하고요.”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도 이런‘계’가 있단다. 그동안 마을에 공동육아 어린이집, 방과후학교, 대안학교 인 성미산학교, 작은나무(카페), 두레생협, 동네부엌(반찬가게), 되살림가게(재활용가게), 성미산밥상(식당), 성미산마을극장 등 삭막한 도시의 공기를 따스하게 바꾸는 다양한 공동체의 모습들을 실현해 왔던 성미산 마을, 그안에는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들도 숨어 있었나 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협동할 수 있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처음에는 신용협동조합, 새마을 금고 같은 걸 생각 했었어요. 그게 가능한지를 조사해 봤는데 IMF이후에 한 곳도 허가를 내주지를 않았더라고요. 자본이라든가 그런 진입장벽이 높아서 힘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생겨난 게‘성미산 대동계’이다. 5년 전 동네 사람 대여섯 명이 모여‘계’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시작을 했고 지금 현재는 80여 명의 동네 사람들이 이른바 계원이다. 성미산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 돕고 지내자는 소소한 소망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지역 내 경제공동체를 이루어 살림살이와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지금은 상호부조라는 부분이 많이 강조가 되요. 계원들끼리의 친목이 가장 중요하죠. 애경사가 있을 때 서로 챙겨주고 1년에 두번 정도 계원들끼리 같이 놀러도 가고요. 성미산 대동계이니까 성미산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죠. 계원들이 낸 계금을 가지고 체육대회나 마을 축제, 성년식, 김장나눔 행사 등 마을 행사에 적극적으로 후원도 해요.”

성미산 대동계 대표 박흥섭 씨의 설명이다. 대동계는 마을 공동체라는 토대 위에 만들어진 조직이다. 시골에서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우리네 상부상조의 미풍양속과 정취를 도시 속에서도 살리고 있는 셈이다.

“성미산 커뮤니티가 여러 단위가 있지만 마을 사람들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단위는 대동계가 유일하지 않을까 해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이런 단위들은 굉장히 모임이 타이트 하잖아요. 그걸 졸업하고 나면 마을에서 갑자기 소속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그런 마을 사람들을 묶어주는 연결망이 되는 거죠. 계금을 모아두었다 함께 놀러가니 놀러갈 때는 즐겁게 아무 부담없이 놀 수 있어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곗돈은 형편에 맞게, 모인 돈은 마을활동의 쌈짓돈


성미산 대동계 계원이 되면 자기 형편에 맞게 한 달에 3만원, 5만원, 7만원, 10만원의 곗돈을 붓는다. 그 중에 똑같이 2만원을 떼어서 공동경비로 사용한다. 나머지 금액은 개인 앞으로 적립이 된다.공동경비로 모인 돈은 1년에 두 번 계원들의 야유회 비용, 마을 행사 참여 비용 등으로 쓰이고 개인 적립금은 개인이나 지역 단체에 대출을 해 주는 데 쓰인다. 그리고 1인당 2천 원씩은 마포지역 복지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꾸려진 주민복지단체 마포희망나눔에서 하는 활동에 기부를 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성미산 대동계’의 적립금은 마을에서 필요한 사업들을 현실화 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마을 카페인‘작은 나무’, 마을 식당인‘성미산 밥상’, 재활용가게인‘되살림 가게’에 출자가 되어 마을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데 작지만 경제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 개인들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도 장벽 높은 은행 대신 가까이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개인이 소액을 급하게 빌릴 때는 편하죠. 계원 두 사람의 보증만 있으면 빌릴 수 있어요. 대출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는데 자기가 낸 금액 내에서는 2%, 그것을 넘어서면 6%, 오늘 들어왔는데 당장 돈이 필요하다 그러면 8% 등등 이자라고 부르기까지는 그렇지만, 약간의 이율이 있죠. 이자는 그냥 상징적인 의미예요.”


지난 3월 7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 동안은 성미산 대동계 계원 주간 행사도 열렸다. 1년에 두 번 야유회를 가는 것 빼고는 계원들이 함께하는 일이 별로 없어 동네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된 행사라고 한다. 대동계 계원 주간에는 대동계에서 출자한 성미산밥상, 작은나무, 되살림가게에서 다양한 할인 행사가 있었다. 성미산밥상 을 이용할 때는 테이블당 술1병 무료 제공, 카페 작은나무 를 이용할 때는 커피 할인 제공, 되살림가게 이용시에는 전품목 50% 할인 등의 행사가 이루어졌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즐기는‘노름마치’공연이 있었다. 계원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가 흥겹게 한바탕 즐길 수 있게 대동계가 크게 한 턱‘쏘았다’.

‘계’를 넘어‘동네 금고’로

아무래도 돈이 오가는 일인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한 차례 사고가 있기도 했어요. 돈을 빌려갔던 단체가 문을 닫았죠. 우리가 알기론 그 단체의 대표도 그렇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열심히 일을 했었죠. 손해도 많이 봤고요. 그래서 총회를 열어서 돈을 못 돌려받는 걸로 하자고 했어요. 그리고 나서 대손충당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단체에 대해서는 대출을 하지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출 규정을 좀 더 강화하는 걸로 조정을 했죠.”

올해엔 마을에서‘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좀 더 실질적인 경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동네 금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하려고 했던 마을의 경제 협력 부분을 더 확고히 할 수 있는 조직을 준비 중이다. IMF 이후 신협 등의 기관이 본래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마을 에서 해 보자는 시도다. 동네 금고는 대동계를 비롯한 동네 단체들의 단체계의 형태라고 한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재무, 회계 등 경영에 필요한 교육과 컨설팅도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진 중이다.

“큰 덕이 행해지는 시대의 천하는, 천자의 사유물이 아니라 공공물이며, 어진 사람(賢者)과 능력 있는 자를 뽑아 등용하고, 통치자의 언행에는 거짓이 없으며 따뜻하다. 백성은 그들의 부모만을 공경하지 않고, 그들의 자식만을 돌보지 않는다.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일하지만 그것 역시 자신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백성이 순박해 지므로 모략이 있을 수 없으며, 도적 역시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문을 닫아 걸지 않아도 된다. 이를‘대동’이라 한다.”(예기(禮記) 예 운편(禮運篇))


올해엔 마을에서‘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좀 더 실질적인 경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동네 금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하려고 했던 마을의 경제 협력 부분을 더 확고히 할 수 있는 조직을 준비 중이다. IMF 이후 신협 등의 기관이 본래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마을 에서 해 보자는 시도다. 동네 금고는 대동계를 비롯한 동네 단체들의 단체계의 형태라고 한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재무, 회계 등 경영에 필요한 교육과 컨설팅도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진 중이다.공자가 말한‘대동(大同)’의 뜻을 성미산‘대동계’를 통해 살짝 엿본 듯 싶다. 이웃 간의 믿음, 시골 마을처럼 어느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알고 지내는 그런 끈끈한 관계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이런 동네 계가 있다면 삶이 참 든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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