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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 사는 즐거움_ 원주 한살림 생활협동조합 본문

희망이야기/풀뿌리 운동 현장을 가다

원주에 사는 즐거움_ 원주 한살림 생활협동조합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1. 6. 10. 11:16


서울, 광주, 부산, 인천, 대전등우리나라 어느 도시든 민주화운동의 아픈 흔적이 스며있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원주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도시다. 저항, 핏빛 투쟁의 느낌 보다는 생명, 살림 등 어머니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도시다. 특히 해마다 5월이면 남다른 기억을 안고 사는 민주화운동 세대에게원주는약간은이질적인느낌을갖게하는도시다. 원주를방문한날은청명한하늘,살랑대는봄바람,약간은 연한기운이더한초록의느낌이주는새생명의원초적힘을 느낄수있는 전형적인 5월중순의 어느날이었다. 원주라는 도시가주는느낌을더해5월을더욱5월답게만드는생명력 의원천에들어와있는느낌이었다.

소비자 운동을 넘어 생산자 운동까지

도로변에서 약간은 떨어진 한적한 곳에 위치한 원주 한살 림 생활협동조합(이하 한살림생협) 사무실은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사무실,강의실,소모임방등으로이루어진한살림생협 사무실은 각종 소모임 운영, 생명학교, 생산자·교류의장,마을모임,지역단체교류,가공품·농산물위원회운영을 위한공간으로사용되고있다.마침지역소모임이열리고있는공부방을기웃거리니,진지한분위기가온방을감돌고있어살짝양해를구하고사진몇장만찍고나왔다.

한살림생협 살림을 맡고 있는 박준영 사무국장은“원주는 다른 지역의 한살림 생협과 달리 교육에 힘쓰고 있다. 서울등 수도권이 연합물류를 기반으로해도농 교류 중심의 소비자운동중심이고,부산은채식위주로지역자체에기반을두고활동하고있으며,원주는단순소비자운동을넘어생산자 운동까지확대하는것을목표로하고있으며,젊은세대에대한교육과여성중심의조직운영에힘쓰고있다.”고밝혔다.

한살림운동의역사는1985년 6월24일원주지역에서사회운동을하던박재일(가톨릭농민회회장역임, 2010년별세)과 몇 가구가 먹거리 교류를 위해 원주 소비자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1986년 12월 4일 박재일이 무농약 쌀과 잡곡,참기름,유정란등을가지고서울제기동에‘한살림농산’ 이라는쌀가게를연것이그시작이다.

초기몇해동안에는한살림운동에참여한가구가몇가구 도안될때도있었지만1988년한살림회원들은“한살림공동 체소비자협동조합”을 만들어 서로 협력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생활문화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이 생산지를 직접 찾아가 농민들과 함께 가까운 이웃의 정을 나누며 서로에 대한 믿음을키워한살림생산자협의회도결성했다.



전국 19곳 지역 조직과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등 부문 조직까지 갖춰

1989년 한살림모임이 결성되고 이를 통해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세상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한살림선언에담긴뜻은이후평화운동,환경운동,인권운동,종교운동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같은해에청주에서처음으로지역한살림이설립된이후,경남,강릉, 원주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한살림 지역조직으로 들어 오는가 하면각지역 한살림이 새로 설립되어 오늘날과 같은 전국 19개 지역 한살림 조직과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등 부문조직이갖추어지게된다.본부는서울장충동에있다.

한살림생협에서밝히고있는전국한살림의살림살이규모는다음과같다.회원수는25만명, 매출액은2,000억원, 출자금은201억원에육박하고있는규모이며,원주한살림생협은 5,700여 명의 조합원, 40억여 원의 매출액, 7억 원대의 출자금 규모를갖고있으며2,000여명의생산자, 1,300여개의직거래 품목을 갖고 있다. 성장 속도를 보면 1990년대에는 꾸준히늘기는 하나 주목할 만한 성장속도는 아니었으나, 2000년대에들어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 증대와 자연과 생명에 대한존중의식이사회의주요한가치로자리잡으면서비약적으로늘기시작했다.




'생명의 세계관’ 담은 한살림 선언

한살림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살림 선언과 원주지역민주화운동에대한이해가필요하다.

한살림선언은 1989년 환경위기와 생태주의, 동학사상, 협동조합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생명의 세계관을 사회에 전파하려고 한살림모임이 결성되면서 시작된다. 한살림 모임은무위당장일순선생과 시인김지하,사회운동가최혜성,오늘의한살림운동을이끌어온박재일등이중심이되어 공부모임을 진행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 이를 한살림 선언이라는이름으로발표한다. 한살림 선언은 산업문명이 낳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함께 진단하면서 이들을 뛰어넘는‘생명의 세계관’에 대해 세상에 이야기 한다. 모든 생명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이들이조화를이룰때비로소완전한생명세상을이루게 된다는것이한살림선언의기본가치다.

또한 원주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과 지학순 주교로 대표되는 민주화운동의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지역이다. 무위당장 일순 선생은 원주에 대성학교를 세운 교육자로, 사람의 얼굴을 난초에 담아낸 서예가로, 신용협동조합운동과 한살림 운동 같은 공동체운동을 펼친 사회운동가로, 70년대 원주를 민주화운동의 본거지로 만든 민주화운동 지도자이다. 또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살림의 정신을 주장한 사상가이기도 하다. 지금은 (사)무위당사람들이 원주에서기념관을운영하고있다.

지학순 주교는 천주교 주교로 봉직하는 동안 민주화운동에 앞장서 1970년 원주문화방송 설립에 앞장서고, 김지하 등 의식 있는 청년을 지원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하여구속되면서천주교가조직적으로민주화운동에참여하게 된 계기를 만든 종교 지도자이면서 민주화운동 지도자이다. 지금은 (사)지학순정의평화기금(들빛회)에서 지학순정의평화상시상등의기념사업을하고있다. 지학순 주교는 1972년 남한강 대홍수로 물난리가 났을 때, 독일 교회에 구호기금을 요청했고, 그 기금의 일부를 원주시 내에 건물을 매입하는 등 신용협동조합운동에 사용했다. 이와같은걸출한지도자들의영향아래원주지역은1960년대부터다양한협동,자립운동을시도했다




최정환 한살림생협 이사장은 원주지역의 특징으로 다른지역출신사람들을배제하지않는것을들었다.최이사장도 박 사무국장도 태생은 원주지역 사람이 아니지만 원주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특히 김지하, 이부영 등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원주로 피신을 왔을 때도 보듬어 주었듯이원주는어머니와같은도시라고자랑한다. 올해 70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원주 지역 17개 단체를 아우르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등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고 있는 최 이사장은 이제는 자신과 같은 민주화운동 1세대는 물러나고 젊은 층들이 더 많은 일을할수있도록지원해야한다고말하면서도결코일을놓지 않는다. 잠깐의 면담 시간만 주어졌을뿐춘천지역에서 열리는강원도지역협동조합네트워크운영회의를위해최이사장은금방자리를털고일어났다.

대안적 협동 경제 모델로

1970년대 지학순 주교가 독일에서 받아온 기금으로 매입한 원주시내의 밝은신협 건물을 둘러보았다. 밝은신협 입구에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으로 밝은신협에수여한표창장이게시되어있고,각층에는의료생협등원주지역생활협동조합과(사)무위당사람들등이입주해있다.잠시 의료생협과 무위당기념관에 들러 설명을 듣고, 지하1층에 있는 한살림생협 매점으로 갔다. 이 매점은 한살림생협설립시절의매점으로“원주한살림공급소”라는간판을그대로 달고 있다. 제철 채소들을 비롯해 유기농 농산물 등이 진열되어 있는이조그마한 매점에서 1,300여개물품이 거래되고있다. 매점 관계자는 한살림생협의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한다. 각종 제철음식정보와거래일자등을정확히알고있어야제때에제대로된물품을살수있다고한다.

박 사무국장은 취급품목이 아직은 농수축산물, 가공식품, 생활용품에 한정되고 있는 데 앞으로는 공산품까지 확대하는것이목표라고한다.뜻있는사람들뿐만아니라보다많은 사람들이 거대기업의 횡포에서 자유롭기 위해서 생협과 같은대안적협동경제모델에쉽게접근할수있게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연대하고 내부자 거래를 통해 가능한 많은 물품을 거래하여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으로 성장하는 것은 스페인 몬드라곤의 예에서 보듯이 꿈이아니라곧이루어질미래라고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부적절한 내부자 거래를 통해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것처럼, 협동조합들은 공정한내부거래를 통해 규모를 키워 대안경제로 자리 잡아야 한다.” 는 것이 박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또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사회연대기금을 확충하자는 주장을 한다. 거래액의 1%만 사회연대기금으로 적립할 경우 사회적 약자 배려등사회적의제 해결이나, 이상 기온 등 자연 재해 대비에 기여할 수 있다는주장이다.


신뢰의 공동체 확산을 기대하며

박 사무국장은 한살림생협 운영 관련 투명성의 예로 작년 에 있었던 한살림생협에서 운영하는 물류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들었다.“전국 한살림생협의 물류를 담당하고 회사를 주식회사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은데, 작년에 세무조사를받은적이있다. 국세청직원수십명이한달에걸쳐조사를 하였음에도 운영자의 세무지식 미숙으로천만원내외의 세법 위반을 지적받았을 뿐이었고, 세무조사반 사람들이 조사종결후바로한살림생협의조합원으로가입하였다.”며 운영에대한투명성을자랑했다. 조합원에대한교육과훈련,조합의민주적운영을새삼강조하는 박 사무국장은 조합에 새로 가입하는 생산자회원에 대하여 지금은 경영컨설팅을 할 정도로 숙련된 경영능력을 뽐내고있다..

내년은 UN이 정한‘협동조합의 해’해이고, 정부에서도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생산자 회원은 소비자 회원에게 안전하고 제대로된물품을 공급하고, 소비자 회원은 생산물에 대하여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여 지속가능한 생산과 생활이 이뤄짐으로 신뢰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원주한살림생협이 협동조합기본법이제정되면협동조합의전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를 한다. 또한 단순한 상호 이익의 증대를 추구하는 협동조합을 넘어 한살림 정신이 우리사회구성원모두가공유하는주요한가치로자리잡을내일을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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