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민주화운동이야기 (85)
함께쓰는 민주주의
개정 국적법과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 [홍세화] 얼마 전 국적법 개정을 둘러싸고 나라 전체가 어수선했고, 일방적이었지만 논의도 뜨거웠다. 법안을 발의했던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은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으로, 그의 지지층은 한쪽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이 법안 발의를 통해 전국의 모든 지역과 계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단연 돋보이는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개정 국적법의 핵심은 ‘직계존속이 외국에 영주할 목적으로 출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에서 출생한 자는 병역 의무를 치렀거나 면제 처분을 받은 때, 제2 국민역에 편입된 때 등에 한해 국적이탈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원정 출산자의 자녀 뿐 아니라 외교관, 상사 주재원, 유학생 자녀들의 병역 면제를 목적으로 한 국적 포기가 사실상 ..
도시산업선교위원회(산선)은 산업사회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한 화해자로서의 사명을 가지고 활동해 왔다. 산선은 ‘공장을 중심으로 하는 전도활동’과 ‘노동하는 목회자 프로그램’을 통하여 노동자와 함께 노동함으로써 그들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질서를 익히고 교회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여 산업사회와 교회가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은 공장에서 노동을 함께한 후 공장을 교회로 삼아 수시로 드나들며 노동자들과 대화하여 협력자로서 도움을 주기도 했다. 각 공장 노동자들 중 교회에 나가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평신도 활동을 전개하여 이들을 위한 교육과 그룹 활동, 평신도 지도자 훈련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엔지니어와 중간 관리자의 모임을 꾸리기도 하였다. 특히 1964년 이후에는 각..
인권운동의 현장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박래군]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행동해야만 한다.(세계 인권선언 제1조) 프랑스혁명 선언에서 유래하여 1948년 세계 인권선언에 의해 세계적으로 승인되고 공표된 위 주장은 인간의 자유와 권리의 보편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엄숙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는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 형성을 향한 기나긴 투쟁의 역사에서 인류가 이룩한 중요한 이정표이자 고귀한 업적들 중 하나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인간은 본래 자유로운 존재이며 존엄함에서나 권리에서나 평등하기에, 이런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은 인종, 성, 종교적 혹은 정치적 입장, 사회적 출신이나 재산 그리고 기타 지위 등의..
10월 26일은 한국 현대사에서 아주 특별한 날이다. 이 날은 70년 간격을 두고 세기의 저격사건이 일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두 사건 모두 명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당대 최고 권력자를 권총으로 살해한 역사적 ‘거사(擧事)’였다. 1909년 10월 26일은 안중근이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반침략 거사의 날’이었고, 1979년 10월 26은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인 ‘반독재 거사의 날’이었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의미심장하다. 두 사건은 거사의 본질과 방법이 거의 같다. 둘 다 ‘주권회복을 위한 거사’였는데, 안중근의 경우 일본의 침략에 맞선 ‘국가주권 회복을 위한 거사’였다면, 김재규의 경우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맞선 ‘국민주권 회복을 위한 거사’였다. 처단 대상을 당대 최고..
노동운동의 한길에서 5.18 광주를 당당하게 지킨 [정향자] “여러분 귀청을 찢는 저 총소리가 들립니까? (……)살인집단 공수부대가 도청을 사수하는 우리를 죽이겠다고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몇 시간 후 (……) 이 세상에서는 영원히, 살아서는 두 번 다시 얼굴을 못 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려워 마십시오! 광주 시민이 우리를 기억할 겁니다. 우리의 죽음이 곧 살아 있는 역사로 기록될 겁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과의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전남도청에서 윤상원 열사가 뿜어낸 포효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비극으로 기록되고 있는 5·18민중항쟁(5·18)은 피의 진압에 의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5·18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으로 살아 움직였다. 생..
1974년에 한국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1973년 8월 이른바 김대중납치사건으로 국내외 여론이 크게 자극되어 반 유신운동이 활발해졌다. 급기야 박정희는 1974년 1월 8일 긴급조치 1,2호를 공포했으며, 같은 해 4월에는 조작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을 발표하면서 긴급조치 4호를 발동했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180명 가운데 인혁당 계 23명 중 8명에게 사형이, 민청학련 주모자 급에게는 무기징역이 그리고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최고 징역 20년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연일 보도되는 조국의 암울한 현실을 수수방관할 수 없었던 해외동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국의 민주화를 돕고자 하였다. 그중에는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고통받는 수난자들과 더불어 그 가족이 겪어야 할 생활고에 주목..
30주기에 다시 바라보는 인혁당의 진실 인혁당 사건은 우리의 굴곡 많은 현대사, 특히 독재권력 시기의 대표적인 비극적 사건 중 하나이다. 1975년 4월 9일, 소위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8명이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은 지 불과 20여 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법학자협회는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했다. 하늘도 놀라고 땅도 흐느낄, 당사자에게는 죽어서도 잊지 못할, 희생자들의 가족들에게는 치유될 수 없는 처절한 한과 치 떨리는 분노를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라는 무거운 짐을 새겨 놓은 이 처참한 사건이 발생한 지도 올해로 벌써 만 30년이 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형수 8명을 포함한 관련자..
보도통제를 뚫고 유신 이후 5.18까지를 알린 THE FACT SHEET 1972년 ‘10월유신’ 이후 1980년 5·18민중항쟁까지 격동기 한국의 상황을 생생하게 알 수 있는 팩트 시트(FACT SHEET)라는 보고서가 있다. 이것은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인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다. 네덜란드, 독일, 캐나다, 프랑스, 벨기에, 호주, 미국, 일본 등 너무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모여 한국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만들었다. 바로 이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월요모임(Monday Night Group)’이다. 슈라이스 부부(Sue and Randy Rice), 루이스 모리스(Louise Morris), 문동환 목사 부부를 포함한 여러 명의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팩트 시트를 작..
학생들의 행복이 참교육의 출발이라는 믿음을 실천하는 윤지희 얼마 전 부장검사 아들의 시험 답안지를 담임 선생님이 대신 작성해주고 현직 교사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위장 전입시킨 사례들이 드러나 우리 교육의 현장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다시금 느끼게 했다. 교육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허다한 교육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교육정책들이 입안되고 실행되고 폐기되는 부침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다른 부문과 달리 교육부문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교육문제에 관한 한 백약이 무효라는 자조 섞인 우려가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떠도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교육운동을 해 온 윤지희 ‘교육과 시민사회’ 공동대표를 만나 우리 사회의 바람직..
우리는 똥을 먹고 살 수 없다! 동일방직 사건 “2월 21일 05시 30분, 출근하는 조합원들이 회사의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노동조합 사무실안에서는 때려 부수는 소리와 함께 여자 조합원들의 비명소리가 고요의 새벽하늘을 뒤흔들었다. 40여 개의 투표함은 몽둥이로 모조리 때려 부서졌고 노동조합 사무실의 모든 기물은 전부 파괴되었으며 회사 측 조정을 받은 5~6명의 남자들은 미리 준비한 방화수통에 똥을 담아 가지고 와서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선거하러 들어오는 여자 조합원들에게 닥치는 대로 얼굴에 문대고 똥을 쳐 발랐다.(중략) 그리고 금남의 지역인 여자 기숙사까지 쫓아가 그 짓들을 하구도 직성이 안 풀렸던지 똥을 담았던 방화수통을 오 모 양의 머리에 뒤집어씌운 것을 보고 “경찰 아저씨 도와주세요.”하니 구경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