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희망이야기/풀뿌리 운동 현장을 가다 (66)
함께쓰는 민주주의
부드럽게 휘어진 지붕의 선이 곱다. 네모 반듯 하게 딱 떨어지는 서양식 건물들과는 달리 한국의 전통 가옥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산의 능선과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멋이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문으로 한층 더 유명해진 안동은 가장 한국적인 곳이라는 평답게 우아한 전통 가옥들이 저마다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화려하진 않아도 산과 물, 하늘을 닮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우리 문화재들은 그 안에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품고 있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들이 우리에게 끊이지 않고 이야기를 전달 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문화재 파수꾼들, ‘안동 문화지킴이’를 만나 보았다. 문화재, 나의 재산으로 인식하다 1999년 2월, 풍물이며 극 등 문화 활동을 하던 사람들과 공무원, 학교 선생님 등 안동의 문화를 아끼고 사..
붉은 조명이 들어오고 막이 올라가면 그들은 노동자가 된다. 노동자의 슬픔, 한, 애틋함을 담아 춤추고 노래하는 노동자가 된다. 한편으로 그들은 사장님, 자본가가 되어 있기도 한다. 노동자의 조롱과 비웃음을 받는, 그래서 관객에게 웃음과 잠깐의 위안이 되어주는 역할 또한 기꺼이 되어준다. 무대 위는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로 가득하다. 금방이라도 무대에서 뛰어나와 함께 싸우러 나갈 것 같은 힘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노동문화예술단 일터’가 뿜어내는 열정으로 그들은 노동자와 하나가 된다. 부산 범어사역에 위치한 지하 연습실. 직접 대패질을 해서 마루바닥을 깔고 계란 판으로 방음장치를 한 투박한 모습이지만 훈훈한 사람냄새와 그들의 열기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곧 다가올 공연 연습이 한창이었던 단원들의 목소리가 ..
학부모가 되려면 아직 멀었거나 이미 학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면 별 관심이 없겠지만 ‘학교급식’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재료는 어떤 것을 쓰는지, 한번쯤 고민해 보지 않은 부모가 없을 테지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를 들여다보면 그런 학부모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 통신사의 광고가 ‘고객의 입장에서……’를 내걸고 있는 것처럼 네트워크도 ‘학부모의 입장에서……’란 말이 가장 적절하게 단체의 성격을 표현해 줄 듯 싶다. “처음엔 학교급식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고민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란 생각은 못 했어요. 다만 내 아이가 먹는 음..
당신은 지금 누군가에 의해 혹은 어떤 체제나 조직에 의해 억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일 그런 생각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힘겨워 하고 있다면 이런 연극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97년 한국을 방문한 브라질의 연극 이론가이자 참여적 실천가인 아우구스또 보알은 사회에서 억압받는 계층을 위해 자신의 연극 이론과 방법론을 적용하기 위한 워크숍을 가졌다. 그가 주장하는 에서는 ‘관객이 극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억압을 인 식하고, 자신을 억압하는 현실을 바꾸어 볼 수 있다. 연극은 현실의 모사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이며, 관객은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당시 함께 참여했던 노지향(극단 ‘해’ 대표) 씨를 비롯한 몇몇 이들이 보알의 연극이론에 영향을 받아..
이른 봄 햇살에 여유로운 졸음을 만끽하며 도착한 101번 버스 종점. 타고 내리는 사람 없이 줄지어 기다리는 버스의 시동소리만 요란하다. 종점을 돌아서자 좀처럼 보기 힘든 슬라브 지붕의 기름집이 눈에 들어온다. 철재 간이의자에 앉아 장기를 두는 두 노인의 모습까지 영락없이 시골 읍내 풍경이다. 난곡은 그렇게 오랜 세월을 서울이면서도 서울이 아닌 모습으로 보내왔다. 조금 걷다보니 이 곳과는 안 어울릴 듯한 세련된 마트가 보이고 산 꼭지에 자리한 윗동네에서는 크레인과 커다란 건설 장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난곡은 그렇게 서울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남은 사람들을 찾아 가파른 언덕길로 향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은 거의 없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는 그들이 살..
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 방영돼 한창 인기를 끌었던 ‘다모’는‘다모폐인’(드라마 ‘다모’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환상에 사로 잡혀 사는 사람) 이란 유행어를 만들어 낼 정도의 인기를 누렸던 사극드라마다. 트랜디 드라마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이 이 드라마에 끌렸던 것은 영상의 경쾌함이나 주인공들의 인기보다는 ‘무술’ 이란 고전적 소재가 주된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영상매체를 통해 나타난 무술이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해 시각적 효과를 적절하게 배합해 만든 것이란 걸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였는지 민족무예 수련원 경당에는 당시 꽤 많은 이들이 무예를 배우고 싶다는 문의가 있었다고 한다. “저희 경당은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그런 환상적인 무술을 하는 곳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드라마에 혹해 호기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