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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세종31년(1449) 사간원의 상소 중에 “부인은 바깥에서 할 일이 없는데, 지금 경외의 양반 부녀들은 향도 혹은 신사라고 칭하면서 각기 술과 고기를 준비하여 공연히 모여 마음대로 즐기니 풍교에 누가 됩니다.”라며 음사의 금지를 요청한 일이 있다. 이것은 미신의 배제라는 의미도 있지만 사실상 부녀자들이 문밖을 출입하여 바깥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금지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이 상소는 채택되어 경국대전에 ‘사족의 부녀로서 산간이나 물가에서 놀이나 잔치를 하고 야제나 산천성황의 사묘제를 직접 지낸 자’에 관한 처벌 규정(장 1백 대)이 오르게 되었다. 여기가 어딘데 감히 치마를 펄럭이냐 “일단 가부장적인 유교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종묘는 앞에 공원이 있어서 축제공간으로도 적격이었어요. 제례가 열..
포크가수 손병휘(40). 많은 이들에겐 그의 이름이 생소할 법하다. 이른바 그는 무대보다는 거리에서 주로 노래해 온 ‘운동권 가수’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그의 노래를 틀어주거나 섭외하는 일은 거의 없다. 방송에 출연하는 일도 거의 없다. 그는 지금까지 무대보다는 거리에서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요즘은 그것도 예전만큼 녹록치 않다. 제도적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그를 찾는 이들도, 거리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도 줄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기타와 노래로 세상과 소통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왔다. ‘조국과 청춘’과 ‘노래마을’ 활동에 이어 1999년 솔로로 전향해 지금까지 1집 , 2집 , 3집 에 이어 올해 낸 4집 까지 모두 넉 장의 앨범을 냈다. 그는 “은..
1993년 봄이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당시 필자가 미술잡지사 기자로 일을 할 때, 시인 천상병 선생의 부인 목순옥 여사가 운영하던 카페 귀천에 들렀다. 달랑 테이블 하나에 의자 네 개가 전부였다. 두 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을 통해 고단했던 그의 삶의 여정을 느낄 수 있었다. 목 여사를 통해 지면으로만 대해오던 시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친 김에 어려운 원고 청탁을 했다. 그리고 마감 날, 동료 기자가 들고 온 원고지에는 천 시인의 오줌이 지려있었다. 누렇게 얼룩이 졌던 그 원고는 천 시인이 이생에 남긴 마지막 원고였다. 필자에게 동백림 사건의 이미지는 그렇게 천 시인의 오줌 지린 원고지를 통해 들어왔다. 시인 천상병 - 술 한 잔 값으로 얻은 죄 “북괴대남간첩사건발표. 교수 학생 194명 관련..
드라마 의 김완 장군에서부터 영화 에서의 택시기사 인봉. 굵직한 역사 드라마에서부터 5·18민주항쟁을 다룬 근엄한 영화까지, 맛깔 나는 웃음을 선사했던 배우 박철민(40). 1988년 연극으로 데뷔한 뒤 50여 편의 연극·드라마·영화 등에 출연했지만, 지금껏 ‘박철민’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03년 영화 에서 ‘가오리’ 역을 맡으면서부터다. 어느덧 불혹. 이제야 ‘주목받는 배우’ ‘명품 조연’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그는 분명 늦깎이 배우다. 20년 가까웠던 무명 배우의 설움도 벗어던지고 있다. 그를 찾는 감독도 많아졌다. 에선 웃음을, 9·11을 다룬 특집드라마 에서 울음을 선사했던 그는 영화 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에 출연했고, 대하 사극 출연 ..
21세기가 시작되는 즈음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일어난 두 개의 미술 탄압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기독교 국가인 미국의 심장부 뉴욕에서, 또 하나는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자 탈레반의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근처에서였다. 종교적 편견으로 인해 미술에 가해진 이 사건들은 전 세계인들에게 하나는 희극으로 또 다른 하나는 비극으로 비추어졌다. 미술관에 걸린 흑인 성모마리아 1999년 12월 16일 뉴욕 브루클린미술관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영국의 광고재벌 찰스 사치가 운영하는 사치(Saatchi) 컬렉션에서 기획한 ‘센세이션(Sensation)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77년의 역사를 가진 이 미술관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사건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에 일어났다. 관람객으로..
5·18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다. 금남로 세트 제작에만 30억 원이 투입되고, 마케팅비를 제외한 순제작비만 100억 원에 이른다는 소식은 영화계 관계자들의 걱정 수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일단 의문은 두 가지였다. 첫째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대중영화로 만들어도 되는 것일까 둘째 과연 5·18을 소재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영화 개봉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세가 한창인 7월로 정해지자 입방아는 더욱 거세졌다. 가뜩이나 손님이 줄어든 한국 영화계에서 100억 원대 대작이 할리우드 영화에 밀린다면, 한국 영화산업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었다. 아울러 대선을 앞두고 영화가 정치적 목적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동아대 벽화 올해 대학 새내기들은 1988년생들이다. 그들에게 1987년 6월민주항쟁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당시의 정황과 사건들은 필름 속에 남아있는 먼 과거의 흔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가? 지난 달 부산 동아대학교 총학생회는 동아대 승학캠퍼스 교수회관 앞 벽면에 그려진 가로 30미터, 세로 3미터 크기의 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더 이상 필요가 없는 벽화의 교내 환경미화를 위한 정당한 철거인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예술탄압인가? 2007년 7월, 민중벽화 철거 사건 이 벽화는 6월민주항쟁 당시 숨진 동아대 졸업생 이태춘 동문을 추모하고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8년 학내 미술동아리 ‘열린그림마당’이 제작한 것이다. 부산..
‘이제 우리 음악을 알릴 때가 됐죠!’ 1990년대 대표적 ‘꽃미남 가수’ 김원준, 전 코요태 래퍼 김구, 이창현·정한종·강선우. 한동안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좀처럼 공통분모를 찾기 힘든 이 다섯 남자가 ‘베일(V.E.I.L)’로 뭉쳤다. 밴드다. 김원준과 김구가 밴드 활동이라니! 놀랍고 의외다. 마흔 살이 되기 전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고등학교 동창인 이창현과 정한종이 의기투합했다. 강선우가 가세한 것까지는 ‘밴드 출신들이 꼴리는 대로 음악을 한다는데 뭐~’라지만 댄스가수 출신 김원준이 밴드의 얼굴인 보컬로, 랩을 하는 김구를 팀원으로 영입했으니 말이다. “보컬을 구하던 중에 유리상자 콘서트 게스트로 나온 원준의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를 보고 제안했고요. 김구는 나중에 결합했어요.”(..
쿠르베 캔버스에 유채, 369.7*596.9cm, 1855년 19세기 리얼리즘의 아버지로 불리는 화가 쿠르베(1819~1877)는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해 ‘본질적으로 가장 민주적’이라고 발언하며, 당대의 미술가 중에서 민중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미술가는 자신뿐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당시 주류였던 신고전주의 미술이 지닌 고대 로마풍의 교훈과 낭만주의 미술이 가진 서정성에 만족하지 못했던 쿠르베는 ‘보이는 것만이 사실’이라며 신화 속의 영웅들 대신 주변의 평범하고 비천한 삶의 모습을 그려냈다. 당연히 쿠르베의 그림들은 부르주아 계급과 앵그르를 중심으로 한 관학파(아카데미)의 추종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그들에게 쿠르베의 그림은 엄숙함과 상상력의 부정이며 낭만의 정신을 거부하는 일상 생활의 세속적인 ..
2004년 데뷔한 3인조 혼성 그룹 클래지콰이(DJ 클래지, 호란, 알렉스)는 음악을 넘어 하나의 기호다. 클래지콰이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떤 청자가 “나 클래지콰이 좋아해”라고 말할 때 우리는 그의 음악적 취향은 물론 삶의 양식이나 지향점까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클래지콰이의 세 번째 정규 음반 ‘러브 차일드 오브 더 센추리(Love child of the century)’가 나왔다. 지난 음반과 마찬가지로 조그마한 새끼 돼지가 이들을 상징하는 표시다. 하얀 바탕의 커버에는 돼지 모양의 옷을 입은 아이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클래지가 직접 그렸다는 이 아이가 음반 제목에서 표현된 ‘러브 차일드’다. 어떤 질병에도 걸리지 않고 세계에 희망, 기쁨, 사랑을 안겨주는 아이다. 이 음반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