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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2007년 늦가을 저녁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대통령의 말대로 가져간 보따리가 부족할 만큼 여러 부문에 걸쳐 성과를 냈다. 한반도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해 남북한과 미국 등 3~4개국 정상들이 한반도에 모여서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위한 경협확대 등의 10개항으로 구성된 10·4 남북정상 ‘남북관계 발전·평화번영 공동선언’은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 내용을 담았다. 이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남북공동평화번영의 실질적 협력과 실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요즘은 어느 때보다 민족과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누구를 미래의 지도자로 ..
민족의 화해와 공존 가뭄은 지구촌의 가난한 나라들을 헐벗게 하고 지진과 홍수는 때를 가리지 않고 대륙의 곳곳을 파괴하고 있다. 북극의 만년설이 하루에 백만 톤씩 녹아내려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고 그로인해 만년 만에 깨어난 땅속의 박테리아가 살아나 내뿜는 프레온 가스는 지구의 기온을 급격히 상승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재해를 반복시켜 끝내는 지구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학자들은 경고한다. 얼마 전 비교적 소형 태풍인 ‘나리’가 제주와 전남 고흥 등을 빠져나가면서 우리는 많은 피해를 입었다. 연간 강수량의 삼분의 일이 단 며칠 사이에 내려 그 피해 규모도 엄청나 사망·실종자가 수십 명이며 재산 피해만도 150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그 뒤의 수해복구 상황을 지켜보면 우리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
세계인으로 산다는 것 “「베트남 신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고발당한 현수막” 어느 일간 신문의 1면 머리기사 가운데 하나다. 요즘 도시를 벗어난 한적한 도로나 시골길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펼침막 광고내용. 선전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아주 자연스럽게 외국에서 신부를 수입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있었나 보다. 수입된 신부들은 자주 도망을 갔고 그로인해 그들을 데려온 한국 신랑들이 손해를 본 모양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그런 위험이 없는 믿을만한 나라의 신부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리라. 이 정도면 글로벌 시대의 세계시민이 가져본 퍽 인간적인 뜻풀이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월 14일, 나는 『희망세상』의 취재를..
그때 그 거리 한복판에 나타난 넥타이 부대 - 남을우 야만의 시간 이십 년 전 오늘은 대학생 박종철이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물고문에 의해 살해된 사건으로 국민의 분노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광주학살, 고문치사 등 살인도 서슴지 않는 야만적인 정권에 대한 분노가 국민들의 가슴속에 끝없이 들끓었다. 무자비한 탄압에 움츠러들었던 민주화 열기가 다시 고조되었고, 이번에는 너나없이 모두 하나가 되어 거리에 뛰쳐나왔다. 인도와 차도를 메운 시위대가 거대한 물결처럼 움직였다. 땅 위에서는 최루탄과 방패와 곤봉이 함성과 엉켰고, 공중에선 박수와 꽃가루와 염원이 하늘을 뒤덮었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진압경찰과 체포조 백골단이 피에 굶주린 이리떼처럼 학생들을 뒤쫓았다. 그러나 시민들은 쫓기는 학생들을..
통일의 거목, 늦봄 문익환 1 북한 핵실험이 몰고 온 파장에 세계가 들끓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당장에 핵폭탄이라도 맞은 듯이 분기충천 앞 다퉈 한반도로 달려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을 위해 우리에게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고,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동참과 남북 경협사업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민족의 안정과 평화와는 거리가 먼 위험한 선택을 그들은 서슴없이 강요한다. 1천 번의 핵실험을 한 나라와 호시탐탐 군사대국 핵무장의 기회를 노리는 세계 제일의 경제국이 합작해내는 위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디 그뿐인가. 나라 안이 온통 싸움판 형국이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정치적 이해와 냉전의 찌꺼기들이 되살아나 서로 부딪치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을 퍼주기로 몰아 그간의 남북..
겨레의 큰 스승, 이오덕 2 미군기지 이전을 두고 우리는 지금 평택들에서 아픔을 겪고 있다.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다른 나라의 군사기지로 내주어야 하는 농민들과 그들의 편에 서서 함께 지켜내려는 이들의 처절한 저항이 정부의 냉정한 공권력과 맞붙어 하늘이 온통 핏빛이다. 또 한쪽에서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문제로 여론이 갈려 소란하다. 그러나 대세는 개발과 경제논리를 앞세운 권력자들에게로 기울어가는 것이 분명하다. 저항은 저항으로 끝나는 것인가.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다니엘 벤사이드의 말처럼 저항은 본질적이며 급진적이고 때 맞지 않는다. 시대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평화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거꾸로 반시대적으로 나타난다. 때 맞지 않는다는 것, 그건 거스르는 방식으로 시대를 취하기이며..
통일의 거목, 늦봄 문익환 2 이 글은 2003년 에 실렸던 글입니다 20세기는 레닌이 예견했듯이 전쟁과 혁명의 폭력의 세기였다.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세계는 냉정하게 두 개의 진영으로 갈라져 제국주의 열강 사이의 식민지 쟁탈전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국가 사이의 체제전쟁, 제국주의에 대한 식민지의 민족해방전쟁이 끊임없이 충돌했다.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으로 대표되는 두 진영은 막대한 힘으로 이 세기를 지배했다. 그들은 부지런히 세계를 이념에 따라 찢어 가졌고, 진영의 유지를 위해 반목과 충돌을 원격 조정하기도 하고 손수 전쟁을 이끌었다. 대한민국은 그러한 힘들이 각축한 몇 안 되는 시범 국가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20세기는 일본제국의 침탈로부터 시작되어 겨레의 분단으로 이어지는 특이한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