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장일순 (2)
함께쓰는 민주주의
조한알 장일순 2 흑백이 없는 세상이다. 선도 없고 악도 없고, 아름다움도 없고 더러움도 없으며, 좌도 없고 우도 없다. 이데올로기싸움이 막을 내리면서 이드거니 미루어 짐작하고 내다볼 수 있는 것이었으니, 남은 것은 오로지 경제가치 뿐. 돈이 모든 것의 주인이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 자본만능의 막세상에 사람들은 허둥지둥하며 막대 잃은 장님처럼 갈 곳을 모른다. 갈 곳이 없다. 「컴퓨터」와 「디엔에이」로 상징되는 선천문명의 대마루판 앞에서 꿈도 없고 환상도 없으니, 가보고 싶은 곳 또한 없는 것이다. 왜 사는가? 튼튼한 몸으로 오래오래 보람차게 살고자 하는 것이 사람사람의 바램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골칫거리가 있다. 생때같은 몸뚱이로 오래오래 흐뭇하게 살고자 하는 것이 사람들 모두의 바램이지만 이것..
조한알 장일순(張壹淳) 1 민주주의를 생각합니다. 곤드레만드레한 새벽 몰록 잠이 깨었을 때처럼 목타는 안타까움으로 풀잎사람들이 주인 되는 세상을 떠올립니다. 이 살터 위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해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세상…. 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숨이 가빠오면서 눈앞은 또 부옇게 흐려옵니다. 저만큼 별이 보입니다. 이미 역사의 유물이 되어버린 사회주의국가들의 좌절이 자본주의의 승리를 전제로 한 사회주의사상의 끝장으로 볼 수 없듯이, 민주주의 건설의 역사는 아직 첫걸음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류의 꿈을 이뤄내고자 하는 아아라한 길에서 안달할 것은 없겠지요. 사람이라는 이름의 중생은 궁극적으로 존재입니다. 보다 더 아름답고 훌륭한 세상을 꿈꿀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