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문화 속 시대 읽기/다큐 리뷰 (23)
함께쓰는 민주주의
해방 이후 가장 폼나는 언니들 이야기 - 왕자가 된 소녀들 글 성지훈(전 참세상 기자) / acesjh@gmail.com 작년 이맘쯤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던 어느 드라마의 인기는 그 시절, 우리가 그토록 열광했던 ‘오빠들’의 기억을 소환했다. 이른바 팬질, 그러니까 일명 ‘빠순이’로 불리던 소녀들의 오빠를 향한 불타는 애정에 그녀들의 부모는 속을 끓여야 했다. 오빠들 집 앞에서 며칠이고 노숙하는 일은 기본이요, 오빠들의 공연을 보기위해 학교를 탈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자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조퇴금지령을 내리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 ‘요즘 것들’을 타박하던 그 부모들에게도 조용필 오빠나 나훈아 오빠를 쫓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조용필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조용필이 “기도하는~”하..
생명이 흐르는 강 - 최초의 4대강 다큐멘터리, 지율스님의 글 성지훈(참세상 기자) / acesjh@gmail.com 지율스님은 지난 2004년, 천성산을 관통하는 고속철 터널공사로부터 천성산의 꼬리치레 도롱뇽을 지키기 위해 모든 곡기를 끊었다. 지율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도 정부는 터널공사를 강행했다. 지율스님과 환경운동단체들이 낸 공사금지 가처분 소송도 대법원에 의해 최종 각하, 기각됐다. 제주 강정마을에서는 매일같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폭 1.2Km의 한 덩어리 바위로 이뤄진 구럼비 바위에는 폭약이 설치되고 연산호군락지에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쏟아진다. 강정 앞바다를 제 집으로 삼은 세계적 희귀어종 남방큰돌고래와 붉은발말똥게는 졸지에 집을 잃고 있다. 강정마을을 지키려는 평화활동가들은 몸으로 ..
보통 사람들의 삶으로 엮어가는 일상의 역사 캄보디아 민중사 엮어낸 김태일 감독 신작 - 웰랑 뜨레이 글 성지훈(참세상 기자) / acesjh@gmail.com 역사를 공부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왕의 이름을 외는 일이다. 이를테면 임진왜란은 선조 때, 삼국통일은 문무왕이. 하는 식이다. 역사책은 임진왜란 당시 남산 밑에 살던 개똥이네 집이 어떤 봉변을 당했는지, 삼국통일로 인해 의주 살던 말똥이가 어떤 경위로 당나라 사람이 돼버렸는지 같은 사연은 기록하지 않/는다. 1980년 5월의 광주나 70년대의 캄보디아 내전도 그렇게 기록됐다. 역사책은 전두환 신군부의 정치적 의도나 크메르 루즈와 친미 정권의 대립을 ‘기록’했다. 그러나 광주와 캄보디아의 ‘기억’은 어떻게 남았을까. 80년 광주의 주민들은 새로..
이 시대의 사랑공식 (원제: What if we fall in love in the future, 출처: BBC documentary) 글 오예지/ yeejio@naver.com Life is grey, and love is in colour. Love is exhilarating, confusing and usually totally addictive. 우리가 가장 갈망하면서도, 우리를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것.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경험 중 하나인 사랑. 오늘 다큐멘터리에서는 소셜네트워킹 시대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류의 생활양식은 급속도로 변화해왔다. 어제 비행기를 타고 버마로 날아간 친구와도 실시간 채팅이 가능하고, 지난 여행에서 우연히 버스에서 만..
아빠가 필요해 (원제: Biology of Dads) 글_오예지/ yeejio@naver.com 자녀양육은 늘 엄마의 역할로 여겨지는 것과 더불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아빠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자녀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아이들이 아버지와 둘만의 시간을 갖는 다는 것이 어색하고 서먹하기도 하다.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 중에는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이 방영 중인데, 5명의 아빠가 어린 아이들과 함께 1박 2일간 여행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늘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던 아빠들은 서먹서먹하고 어색하게 이 여행을 시작하는데, 1박 2일 동안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빠들은 아이들의 예상 못했던 모습에 울기도 웃기도 하고, 엄마의 역할까지 해내느라 좌충..
승리자의 언어 ‘소통’ 글_오예지/ yeejio@naver.com 지난 30년간 빠른 경제성장으로 한국사람들이 누리는 생활수준 또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다. 그러나 왜 우리는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을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지 않은 것일까? OECD의 갈등조정지수를 보면, 한국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느 사회이건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조정하는 방식과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갈등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게 만들어 줄까? 오늘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는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소통”이란 인간이 타인과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교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공감”하고자 하는 본능이..
"THE FAMINE SCAM" 기근 사기극: 누구를 위한 기근인가? 글 오예지 / yeejio@naver.com BBC는 세계적인 영국의 공영 방송국이다. BBC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뿐 아니라 보도내용의 정확성과 깊이 면에서도 그 권위를 인정받는 세계적인 브랜드다. 그런데 만약 BBC에서 보도된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른 거짓말이라면? 다큐멘터리 은, 노르웨이의 공영방송국인 TV2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2005년 BBC를 통해 보도되었던 니제르의 대기근이 사실과는 다른 사기극이었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미디어의 영향력과 역할에 대해 우리들에게 의문을 제기한다. 자 그럼 우선 BBC에서 다루었던 니제르의 대기근 현장을 찾아가보자. 니제르는 ..
[오늘의 다큐] 모든 것을 바꾸는 한가지, 신뢰 오예지 / yeejio@naver.com 사람들이 붐비는 광화문 한복판, 한 남자가 다급한 표정으로 당신에게 다가온다. 말끔히 차려 입은 남자는 자신이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만원을 빌려달라고 요청해온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선뜻 지갑을 열어 만원을 빌려줄 것인가 아니면 거절하겠는가? 이 돈 빌리기 실험은, KBS에서 기획한 사회적 자본 시리즈 중 첫 번째 주제인 “신뢰”편에 나오는 첫 장면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행위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한국사회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지만, 이와 함께 여러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한 사회가 신뢰하고 소통하여 협력하는 사회적인 역량을 이라고 한다. ..
한국사회에서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두개의 선’ 글 오예지 yeejio@naver.com 2012 EBS국제다큐영화제(EIDF)가 개막을 했다. EBS가 2004년부터 시작한 이 영화제는 다양한 국제 다큐멘터리의 축제이다. 음악 다큐에서부터 스포츠 다큐까지, 아시아부터 유럽까지 전 세계의 다양한 다큐멘터리들의 잔칫집이다. 이 잔칫집에서 이번 다큐이야기는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성과 주체성을 요구하며 한국사회의 시선과 편견에 맞서 고군분투해본 이야기를 다룬 ‘두개의 선’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골라 보았다. 본 다큐멘터리의 주연은 한국사회의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두 남녀, 이철과 지민이다. 이들은 주연이자, 촬영감독이자, 이 다큐멘터리의 연출가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서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무..
말하는 건축가, 정기용 글 오예지 yeejio@naver.com 건축은 21세기 도시인들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우리의 사유와 사고방식을 구현해내는 역할로서 존재한다. 현대 도시인들은 집 문을 열고 나가면 수많은 건축물 혹은 건물의 숲 속에서 숨쉬고 살아야만 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 건축물은 땅이외에 유일하게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공간으로 우리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제공해 주지만, 도시를 가득 매운 건축물들은 아스팔트 구조물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먼지들로 우리의 몸과 정신을 피로케 하기도 한다. 때때로 건축물들은 도시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조형물의 역할을 하기에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추앙 받기도 하지만, 오늘의 다큐의 주인공인 정기용씨가 바라보는 건축은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생활방식을 변화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