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은 세상에 순응하기에 그는 리버럴리스트였고 세상을 이을 수 있을 만큼 식지 않는 사랑과 열정을 간직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가슴은 넓었다. 축제를 꿈꿨다, 어느 소설가가 말한 비루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1년을 버텨낼 에너지를 선사할 하룻밤의 추억을 안기고 싶었다. 세상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열정을 갖고 태어난 원죄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재미없는 것들은 태생적으로 싫은, 그래서 재미없는 날들은 하루라도 살아낼 수 없는, 그래서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살아낼 수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한 춘천마임축제는 이제 21살 성년이 됐고 세계 3대 마임축제로 손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춘천마임축제 21년은 휩쓸려가지 않으려고 깨어 있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방황하며 무언가와 싸워 온 투쟁의 시간들이었다. 유진규 선생은 그렇게 쌓아온 축제를 아직 성공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성공한 축제는“순간만큼은 일상을 까맣게 잊게 만들어야 한다고. 밤을꼬박 새더라도 온몸에 에너지가 충전되는 짜릿한 느낌이 넘쳐나는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