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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시각으로 작품 만들고 싶어” 공연예술가 김민정 본문
이 땅에서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예술가로 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워낙 토양이 척박한데다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도 쉽지 않다. 장르가 무용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연연출가 김민정(36) 씨는 꼿꼿하게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보기 드문 예술가로 꼽힌다. 나이답지 않게 다양한 안무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현대무용 전공자답게 무용, 연극, 음악 등을 결합한 실험적인 다원예술 작품을 선보여 왔다. 독립예술제, 인디페스티벌, 프린지페스티벌, 다원예술제 등의 무대에 서며 그의 진가를 알려왔다. 1991년 <신세계>를 시작으로 <12월 12일>, <오만과 편견> 등 수십 편을 만들었다. 프로활동 10년 남짓, 그는 벌써 무용계 스타로 자리 잡았다. 그녀의 춤은 기존 무용과는 다른 탈장르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극과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만드는 그는, 실험예술의 대표주자로 인정받는 젊은 연출가다. 그리고 그는 무겁고 난해하고 엄숙주의에 빠져 있던 기존의 예술관을 향해 돌을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런 평가에 대해 “기존의 형식을 깨는 무용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과분한 찬사”라고 겸손해 했다. “물론 쉽지는 않죠. 실험적인 무용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무용 분야가 워낙 보수적인데, 창작 열망이 많아 가리지 않고 참가했죠. 제 나름대로 행복했고, 그만큼 에너지가 충만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 |||
변방 독립실험예술계의 여왕 | |||
그는 어릴 적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다. 연극과 뮤지컬 등 무대에 서는 배우. 그가 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던 데는 어릴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던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무용과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릴 때부터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고교 시절 연극반 활동을 했고, 뮤지컬 배우가 되고자 무용과에 진학한 거죠. 춤은 무용과를 나오지 않으면 못할 것 같았어요.” 그는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친 뒤에도 국공립 또는 사립 무용단에 입단하지 않았다. 또한 교육자의 길도 가지 않았다. “내 꿈을 찾겠다.”고 맘먹은 그는 대신 1996년 연극집단 뮈토스에 들어갔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배우, 무대 연출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연극판은 원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곳이다. “활동의 영역이 넓은 반면 경제적으로는 힘들 텐데…….” 그에게 물었다. 그는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렵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힘들어도 견뎌낼 수 있다.”며 웃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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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향한 비판적인 시선을 작품에 | |||
그의 작품에는 여타 예술작품들과는 차별된 그 무언가가 있다. 바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한국사회가 보이고, 우리나라의 역사가 보인다. 성적소수자, 농민, 빈민, 민주화 희생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떠오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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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더 많은 관객과 진실한 소통을 | |||
사회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됐다. 그가 최근 들어 우리나라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주로 선보이는 까닭이다. <천추의 한>, <몽유록> 등의 작품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선보인 <천추의 한>은 목종의 어머니인 천추태후를 소재로 비보잉과 결합한 퍼포먼스이고, 지난해와 올해 선보인 <꿈속을 거닐다-몽유록>은 조선시대 중엽 유행한 형식을 차용해 잼 퍼포먼스 형태로 구성한 것이다. 앞서 2000년 첫 선을 보인 <불후의 명작> 역시 ‘한국현대사 100년의 시간여행’이 타이틀이다.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0년 동안, 현재의 모습을 가져오게 한 과거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작품이에요. 그 사이에 있었던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면을 뽑아 퍼포먼스로 만든 거죠.” 지난해 4월 그는, 활동하면서 만난 사진가와 결혼을 했다. 지금 그는 늦은 나이에 결혼한 만큼 2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내년쯤에는…….” 아이를 갖는다고 해서 그가 지금껏 해온 활동을 접는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단지 잠시 휴식기를 갖는 것뿐이다. “좀 더 많은 관객을 만나 무대 위에서 진실한 소통을 하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자 희망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쉼 없이 노력을 해야죠.”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경기도 일산행 버스에 올랐다. 무용과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이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거의 자정 무렵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결코 어둡지 않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그룹 ‘당당’의 이름처럼, 서른여섯 살 무용수 김민정. 그는 그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 |||
글·김미영 | <한겨레신문>기자 사진·황석선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홍보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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