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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회소식

<민주주의 배움터 4강좌 후기> 기술잉여, 불통의 징후들을 넘어서

기념사업회 2013. 12. 3. 17:44

기술잉여, 불통의 징후들을 넘어서 

 - 민주주의 배움터 4강좌 후기 - 

 

지난 11월 27일 수요일 저녁 7시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 민주누리에서는 <2013 하반기 민주주의 배움터> “수상한 민주주의” 네 번째 강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SNS와 소통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배움터에서는 한국사회에서의 SNS 문화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소통의 힘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강의 서두에서 이광석 교수는 예전같으면 모바일 폰을 쓰는 젊은 세대들이 기술을 활용하는 가능성이라든지, 그 가능성에 기반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문화에 대해 낙관론을 가지고 강의를 했을 텐데, 현재는 일각에서 ‘정보사회론을 다시 써야 한다’고까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권력에 의해 구조화된 기술이용방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고 간단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한국사회는 유달리 기술에 대한 낙관론이 강한 기술과잉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술의 하이테크는 일면 긍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국가주도형으로 기술을 빠르게 안착시켜 다른 어느 나라보다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이교수는 이러한 기술이 낮은 정치적 성숙도와 결합했을 때 기술과잉과 잉여에 의해 빚어지는 현실왜곡과 질곡 현상이 잦은 사회형태를 가리켜 ‘기술잉여사회’(Technological Surplus Society)라고 지칭하고 한국사회는 이러한 기술잉여사회의 전범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기술잉여사회의 특징 때문에 최근에 SNS와 관련하여 불통이 발생하고, 특히 권력집단이 잘못된 정보를 유포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교수는 구조적으로 비관론을 가지더라도 여전히 주체에 의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의 새로운 세대들이나 이들이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재기발랄함에 여전히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톡 등을 사용하며 ‘좋아요’를 누르고 일희일비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교수는 이러한 일반사람들의 창작과 아마추어 ‘삶 활동’이 권력과 자본에 의해서 어떻게 이용되는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선 자본에 의한 기업 잉여 현상을 들 수 있는데, 트위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의 SNS 사용이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에 놀랄만한 경제적 가치를 주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용자들에게 하나의 플랫폼을 열어주고 우리는 그곳에 수많은 컨텐츠를 끊임없이 배설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여러분들이 만들어내는 무정형의 이러한 ‘빅 데이터’가 과거 인류가 쌓아왔던 역사적 자료보다 하루 하루 훨씬 많은 양을 산출해 내고 있습니다. 그걸 활용하여 기업들은 광고를 끌어들여 이윤을 만들고, 거기에 더해 국가는 이 빅데이터를 관리해서 여러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광석 교수가 말하는 기술잉여는 총체적인 기업잉여, 일상 삶 속에 속해 있는 수많은 잉여들, 정보잉여, 하이테크에 의해 구성되는 기술잉여로, 사회의 수용능력 이상으로 과도하게 기술이나 정보가 비정상적으로 활용되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한국사회가 그 대표적인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사회적 맥락이나 문화적 형식과 결합되어 나타납니다. 흔히 우리가 접하는 지하철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경은 심지어 기술수준이 상당히 발전한 일본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대단히 한국적인 휴대폰 환경이고 문화입니다. 이교수는 무엇보다 첨단화와 자본에 의해 기술잉여가 훨씬 강화되고 있고 한국사회는 특히 정치적 맥락들이 더 가미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합니다. 

 


우리들이 쏟아내는 잉여활동과 삶 활동이 모여 빅데이터가 되면 이것을 기업에서는 이윤창출도구로 사용하고 국가가 개입하면 새로운 형태의 감시체계가 만들어집니다. 실제로 최근 기업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신규채용 시 후보자의 신상정보를 얻기 위해 SNS활용 기록들을 통해 그의 성향, 마음가짐 등을 검토하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인터넷 활동이 삶 활동 자체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서버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 SNS 활동은 말 그대로 ‘잊혀질 권리’ 마져 없게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지요. 현재 국가가 이야기하는 정부3.0도 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민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보다 적절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명목으로 정책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온라인 속에서의 우리들의 삶활동 자체는 일종의 창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소비만 해왔다면, 일반 이용자들 누구나 콘텐츠의 생산자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사람들이 과도한 기술주의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매체능력 자체를 과신하는 경향들이 생기게 된 것이죠. 여기에는 우리들의 자체적 욕망도 있었지만 계속적으로 기업들이 신모델에 대한 욕망을 만들어 내고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광석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가가 나서서 기술을 들여왔고, 선진국에 대한 기술추격형 발전을 많이 해왔었기 때문에 유독 이러한 기술잉여 경향이 심하다고 진단합니다. 한국사회는 불과 2~3년만에 스마트 문화, 스마트 사회가 형성되었는데요. 최근에는 한국사회의 정치적 미성숙이 결합되어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 상황이 가능하게 되었고 거기에 더해 일베들을 중심으로 한 아래로부터의 극우문화가 신기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술에 대한 시장주의적 접근과 성장기술에 대한 정부주도 정책들로 인해 국민들이 부화뇌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과 통치양식의 시대적 변화 - 이광석> 

 

이광석 교수는 한국사회가 과거 군사정권의 훈육사회를 거쳐,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부터의 스마트 통제사회를 지나 이명박 정부부터는 빅데이터 감시사회에 돌입했다고 분석합니다. 군부시절의 물리적 폭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형태의 세련된 기술적 형태의 통제기제들이 들러붙고 있는 형국이죠. 이교수는 중립적이지 않은 기술은 한국사회의 특성과 결부되어 권력과 남성주의적 특성들이 그대로 다 담겨져 있습니다. 거기다가 우리의 끊임없이 접속과 통신을 하려는 과도한 욕망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독점화된 포털 중심으로 하루에도 수많은 상식을 초월하는 일들이 많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지간한 일에 반응하거나 감성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 모습입니다. 


인터넷을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초창기에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온라인을 통해 대중적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2002년 미선이 효순이 사건, 노무현 탄핵,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등을 통해서 온라인에서의 제안이 오프라인의 시위로 폭발적으로 연결되기도 했었죠. 이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호 매개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SNS를 통해 온라인에서의 여론 형성 자체가 굉장히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에서의 정치가 가능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기도 했습니다. 최근의 조세피난처 사건 등으로 알려진 뉴스타파의 경우에도 SNS 매체를 통해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온라인을 통한 여론 형성 자체가 다른 보수적인 주류매체에 영향력을 발휘해 보도하게끔 만드는 새로운 운동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교수는 전반적 흐름으로 볼 때, 최근에는 촛불세대 이후에 이렇다 할 이용자들의 창발성, 변화에 대한 희구를 딱히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합니다. 오히려 국가나 거대자본에 의한 창조경영이나 구조적 측면들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광석 교수는 안타깝게도 우리의 잉여적 활동들이 계속적으로 상업적으로 포획되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전 국민의 대부분의 정보가 해외로 유출되는 사건이 빈번해지는 등 개인정보의 총체적 부실관리가 문제가 되고 있고 심지어는 전자여권 칩에 다양한 국민정보를 담아 국가가 나서서 국민정보를 파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에 이러한 정보를 파는 조건으로 우리가 무비자로 미국에 갈 수 있게 한 것도 이명박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이런 것들이 일반국민에 의해 합의되지 않고 국가기관이 직접 거래한 거죠. 이런식으로 우리의 불통의 벽은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한국 SNS 문화의 지형도-이광석> 


클릭을 하면 현실이 변화한다고 믿었던 개혁 없는 급진담론이 인터넷에 난무했다 시기가 있었습니다. 끼리끼리 얘기하면서 그들의 논리 자체가 일반화된 논리인 것처럼, SNS를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진단하곤 했죠. 그러나 오히려 그 외연의 사람들이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던 것입니다. 내부적 급진담론만 무성했고, 그 사이 기술이 외부세계를 더 못 보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죠. 이광석 교수는 겉으로 보기에는 SNS가 소통의 메카니즘이 작동한다고 보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오프라인의 제도변화나 현실변화까지 이르지 못하는 불통의 단절된, ‘노래방’ 메트릭스의 공간, 배설의 공간으로 전락하였다고 진단합니다. 무엇보다 이교수는 불통의 가장 큰 징후는 국가기관에 의해 SNS가 대중 여론조작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기술의 순결성을 더럽히는 가장 큰 징후였다고 말이지요. 이광석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스마트폰 보급의 변화 추이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진단합니다. 2011년 3월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1,000만대가 되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초창기 SNS 이용자들은 대체로 진보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풍자 패러디 문화와 인증샷, 나꼼수, 소셜테이너들의 등장도 이때 대단한 힘을 발휘하던 시절이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와 서울시장 등의 재보궐 선거에서 이 영향력은 극대화됩니다. 그러나 그 해 11월 스마트폰 보급대수는 2,000만대가 되고, 2012년 8월에는 3천만대를 돌파하게 되면서 SNS 사용자들이 대중화되기 시작합니다. 온갖 쓰레기와 혁신들이 혼재하는 일상의 공간과 똑같아지게 된 것이죠. 그러면서 정치적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 신화들이 하나하나 깨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총선과 대선에서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심지어 여권과 국가기관을 중심으로 컨텐츠 통제, SNS 사찰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완전히 굴절된 형태로 변질된 것이죠. 이광석 교수는 현재 SNS에서는 적어도 기술잉여코드가 굉장히 억압적 형태로 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그럼에도 이광석 교수는 그동안에 있었던 온라인 문화정치의 개별사례와 조직적 사례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잠재된 경험치들이 있고 그것들은 분명 누적적으로 어디에든 추상적으로 남아있다고 이교수는 주장합니다. 아직도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을 넘어 밀양으로 향하고 있고, 뉴스타파 등의 새로운 형태의 탐사저널리즘 활동이 SNS를 통해 제 역할을 못하는 공영방송의 벽을 넘고 있으며, 여러 형태의 게릴라 미디어, 일인 미디어 들의 활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광석 교수는 이러한 인터넷을 이용한 사람들의 대중적 힘과 누적된 힘을 고려한다면 비록, 제도정치의 변화를 일구어내지 못했지만, 불통의 시대이기는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소통이 가능한 사회로 가는데 계속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쳤습니다.      


오는 12월 4일 수요일 오후 7시부터는 진행될 예정인 민주주의 배움터 다섯 번째 강좌는  유창복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이 강사로 함께 하며 “우린 마을에서 논다”라는 제목으로과 마을 공동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관심있는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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