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지선 스님 (2)
함께쓰는 민주주의
중생 세계가 부처다. 지선 스님 2 중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꼭 해야 되나? 가난한 농촌에서 대학은 꿈도 못 꾸고 기껏 고등학교나 갈 텐데, 일찍 나가서 돈 버는 게 낫지 않을까? 16살, 중학교 2학년 까까머리는 학교는 다녀서 뭐하냐고 동무들을 꼬드겼다. 어차피 잘 먹고 잘 살려는 거 아니냐? 그럴 바에야 굳이 학교 다닐 필요 없이 지금부터 돈 버는 게 낫잖아? 1961년 5월 1일 밀밭에서 동무들과 머리를 맞댄 까까머리는 이튿날 교복 대신 형님의 옷을 훔쳐 입고 집을 나갔다. 장성 역에서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던 중 백양사 가는 버스가 오기에 무작정 올라탔다. 먼저 절 구경이나 하자는 한가한 속셈이었다. 동무들과 어울려 신나게 절집 구경을 하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마음이 착 가라앉고 편안했다..
중생 세계가 부처다. 지선 스님 1 눈이 내리는 겨울밤이다. 소쿠리며 덕석, 멍석을 만드느라 새끼를 꼬는 동네 노인들로 사랑방이 그득하다. 호롱불 밑에서는 까까머리 소년이 각설이 떼 타령조로 노래하듯이 옛날 이야기책을 읽는다. 소죽을 끓이느라 방구들이 쩔쩔 끓는지라 엉덩이를 들썩인다. 소년은 어른들이 시킨 대로 유충열전, 전우치전, 춘향전을 입으로 중얼대지만 몹시 졸린다. 하지만 뎅그렁 뎅그렁 방울 소리를 내면서 소죽을 맛나게 먹는 소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편편한 이로 짚을 갈아먹는 싸그륵싸그락 소리는 무를 땅에서 뽑을 때 나는 소리처럼 정겹다. "아버지가 장에서 사온 이야기책에 홍길동, 사명대사, 암행어사, 임금님, 장군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요. 하나같이 영웅호걸들이야. 도술 부리는 환상적인 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