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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가짐없는 큰 자유, 제정구 2 나무가 아무리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고 싶어도 이 세상 어딘가의 흙 위에 설 자리가 없다면 나무는 존재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이 사람 또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자기 영역, 즉 사람으로서의 제자리를 만들고 누리기 이전에 땅위에 먼저 서야 하고 설 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주거다. …… 땅이 좁을수록 주거의 크기는 엄격히 제한되어야만 약자의 몫이 있게 된다. 요약하면 나의 몫을 누리는 것이 정의요, 그의 몫을 두는 것이 연대의식이다. 그러므로 나의 몫과 함께 그의 몫이 동시에 있는 것이 평화다.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제언」, 제정구, 1988) 사람의 자리 제정구에게 집이란 삶의 총체적인 자리요, 인간으로서 정당하게 누려야 할 ‘몫’이었다. 주거가 ‘있..
가짐없는 큰 자유, 제정구 1 88올림픽을 앞두고 이른바 ‘올림픽 철거’가 한창이던 1986년 여름, 성동경찰서 앞에서는 조금 색다른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빈민운동의 대부’ 제정구가 경찰서에 연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철거민들이 즉석에서 벌인 ‘제정구 구출 시위’였다. 당시 제정구는 하왕십리 철거민들 앞에서 반정부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상계동 철거민 회장이 시위대를 향해 외쳤다. “우리 지도자 제정구 선생이 진짜 ‘전두환은 개자식’이라고 했습니까?” 시위대는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전두환은 개자식’이라고 안 했습니다.” “‘전두환은 개자식’이라고 안 했는데 왜 우리 제정구 선생을 잡아갔습니까? 혹시 ‘전두환은 개자식’이라고 한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우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