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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안기부에서 불법으로 도청한 테이프가 날마다 우리 사회를 흔들어대고 있다. 내용이 공개된 테이프에는 어느 중앙 일간지 사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그 사주는 대선 후보의 정치자문을 서슴지 않았다. 그뿐 아니다. 모 그룹 회장의 선거 자금 배달부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다. 돈으로 권력을 매수하려 한 족벌언론 사주답게 그는 다른 후보에게도 선거자금을 대는 치밀함을 보였다. 특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그는 신문을 사사로운 도구로 이용한 셈이다. 상상해 보라! 정치권력을 움켜쥐려고 음모를 꾸미는 언론사 사주의 추악한 뒷거래 풍경을! 불법 도청 테이프를 퍼뜨린 전직 기관원은 공중파 방송사와 신문사의 ‘치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로서는 도청 테이프를 폭로한 언론사..
두어 달 전에 공직으로 진출한 어느 언론사 회장의 부동산 투기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이곳저곳의 땅을 사들이면서 위장전입을 서슴지 않았다. 그것은 명백한 불법이었다. 그런 식으로 4만 5천 평을 사들인 그는 언론인답게 기자 간담회를 열어 국민들에게 사죄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가 저지른 땅 투기 사건은 얼렁뚱땅 넘어갔다. 과연 우리 사회에 언론은 살아있는가? 3공화국에서 6공화국에 이르기까지의 언론 변천사를 송건호는 짧게 정리한다. “전두환 정권은 탄압만 한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월급을 많이 줬어요. 그때부터 기자들도 정부 편이 됐지요. 박정희 때처럼 두들겨 패지 않아도 기자들이 자진 협조를 했지요.” 몇 해 전에 그 언론사 회장은 탈세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1천여 개가 넘는 차명계좌를 만들어 700..
잊혀져 가는 역사를 되살리는 생명의 기록. 故 송건호 선생의 기증자료 1975년 유신의 칼바람에도 직필을 놓지 않았던 동아일보 기자들의 강제 해직에 책임을 지고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해직 당했다. 아니 그는 해직 당한 것이 아니라 언론자유를 외친 젊은 기자들을 해직하라는 사주의 압력에 저항하여 젊은 기자들이 해직되기 전 날 스스로 사표를 던졌다. 돈이 없어 술과 담배를 배우지 못했다던 사람, 속세와 타협하지 않고 한길을 가려면 자기 주변 정돈을 잘해야 한다고 당부하던 사람,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많은 말을 늘어놓지 않았던 사람, 그는 절대 침묵과 고독 속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다. 故 송건호 선생은 언론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다. 그는 언론계의 거목다운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1954년 대학 재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