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인물/칼럼/인터뷰/희망을 말하다 (30)
함께쓰는 민주주의
황신혜밴드. 1997년 ‘빵꾸록’이라는 황당한 이름으로 출현하여 ‘뽕짝’과 펑크를 뒤섞으며 ‘남진 시대’의 감수성을 되살려낸 밴드. 희망시장. 자신의 작품을 인정하고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찾는 작가들과 홍대 지역의 주민들, 새롭고 독특한 문화를 찾아 즐기는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날 수 있는 공간. 홍대앞문화예술협동조합(홍문협). 다원적이고 실험적인 창작활동의 전초기지인 홍대지역의 상업화에 따른 문화사막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결성한 조직. 이 조합하기 힘든 조합 속에 조윤석(41)이 있다. 그는 황신혜밴드의 베이시스트였고, 희망시장이 생기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으며, 홍문협의 대표인, 홍대 앞 유명인사이다. 최근엔 윤이상 선생 10주기를 맞아 윤이상을 추모하는 콘서트 를 기획하여 주목을 받기도 했..
지난달 2일 2차 송환 대상자였던 장기수 정순택 선생의 시신이 북측 가족들에게 인도되었다. 2000년 9월 2일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북측으로 송환된 후 처음 실시된 송환이었으며 더욱이 유해 송환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라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장기수들의 송환 문제는 1993년 전 인민군 종군기자 이인모 선생이 북측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장기수 문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촉발되었고, 다양한 입장에서 ‘장기수’와 ‘전향’에 대한 문제가 논의되었다. 얼마 전에는 장기수들의 수형생활과 송환 과정을 담은 영화들이 제작되어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송환 문제는 아직도 분단 상태에 있는, 다양한 사상적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야기..
최영미(43) 씨는 글은 참 예리하고 정확한데 묘하게 깊은 정이 흐른다. 그녀를 만난 것도 그녀의 글을 통해서였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구직 포기자’에 관한 것이었다. 직업이 구해지지 않아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공식집계로만 11만 명이나 되고,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일주일에 18시간 미만만 일하는 비정규직이 많이 늘어난다는 내용이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궁금해졌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살까?’ 연합통신에 의하면 IMF 이후 신 빈곤층이 716만 명이나 된다고 했다.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셈이다. 8년 동안 현장을 뛰어다니며 빈곤의 문제를 고민해온, 그 해결을 위해 형식적인 복지가 아닌 참다운 복지를 고민해온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졌다. 그녀..
농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 세계적 시선에서 식량의 흐름을 바라보아야 한다. ‘경쟁의 시선’으로만 농업에 접근하면 앞으로 식량문제는 파멸이다. 시장논리로 농업을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시선 으로는 180정보 이상을 소유한 미국 기업농과 경쟁하기 위해 6정보의 전업농을 육성한다는 조잡한 농업정책밖에 내올 수 없고, 농산물을 수입하고 핸드폰을 팔자는 단편적인 사고방식밖에 가질 수 없다. 근본부터가 잘못된 시선이다. 미국 내에서도 자유화와 시장경제 일변도의 농업정책이 비판받고 있다. 생산과정과 유통과정, 소비과정 모든 과정을 장악하려 하는 초국적 기업자본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제3세계 농민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 내의 가족농의 문제들과도 결합되어 있다. 가족농들이 기업농들에게..
동해의 영롱한 일출도 분단의 상처와 함께 담는 사진작가 [이시우] 지난 4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커다란 우려와 반발을 불러왔던 미국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이 부시의 재집권으로 한층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 내에서 소위‘네오콘’으로 불리는 강경 보수세력들의 영향력이 더 확고해지면서 대북강경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한반도에서 우리가 원치 않는 전쟁의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분단의 상흔을 담은 『민통선 평화기행』이라는 책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정부가 지원하는 ‘한국의 책 100’에 선정되어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독일어로 번역되어 소개될 예정이고 일본 리츠메이칸대학에서도 일어로 번역하겠다는 책이다. ‘동해의 영롱한 일출마저 철..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의 한 길에서 시대를 이끌어 온 [이승환] 고 문익환 목사님이 정부의 허가 없이 방북을 결심했던 1989년 즈음에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시의 일부이다. 이렇듯 북한을 방문하는 일이 잠꼬대같이 들리던 그리고 이를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러한 남북간의 완고한 대결과 냉전체제는 불과 4년 전 6·15공동선언 이후에 결정적으로 이완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적인 교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시대정신을 먼저 호흡하고 온갖 어려움을 헤치며 이를 우리 사회의 도도한 흐름으로 만들어 온 사람들이 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서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환(46) 씨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그를..
영원한 평화를 위한 순례 [유은하] 전쟁과 평화는 여전히 인류를 사로잡고 있는 화두이다. 인간 역사에서 유례없는 참혹한 세계전쟁을 두 번이나 치른 20세기를 거쳐 온 인류는 냉전이 종식된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열망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인류는 ‘인종 청소’라는 새로운 단어를 등장시킨 구 유고슬라비아의 잔혹한 내전과 9·11 테러로 촉발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또 겪어야만 했다. 노골적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초강대국의 힘의 논리를 관철시킨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은 영원한 평화에 대한 열망을 현실과 유리된 한갓 사치스런 감정처럼 보이게 한다. 더 나아가 미국은 자신의 추악한 전쟁을 세계질서와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세력’을 응징하여 민주주의와 ..
서울 용산역은 고속철도(KTX)가 생긴 이후 서울역과 맞먹는 번잡함이 생겼다. 열차 노선에 따라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것과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달력에 써 있는 숫자가 아직은 겨울바람을 느낄 때가 아닌데 KTX 여승무원들이 250일 넘도록 파업을 하고 생활하는 한국철도공사 노조 사무실로 가는 용산역 뒷길은 눈물이 날 정도로 바람이 매섭다. 담을 넘지 못하는 그 두어 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에 민세원(34) KTX 열차승무지부장이 전기장판을 깔고 앉은 자리에서 누군가와 쉼 없이 통화중이다. 통화 도중 수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있기 무섭게 핸드폰 벨이 또 울린다. 지난 9월 노동부의 불법 파견 재조사 결과가 ‘100% 합법은 아니지만 종합해보면 적법파견’이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
대학서열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다.”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말은 많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학벌철폐를 포퓰리즘으로 연결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여론 주도층이 갖고 있는 소위 ‘과도한 평준화’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려 하였다. 이와는 달리 민주노동당은 ‘대학서열체제 극복으로 대학 교육의 공공성 실현’과 ‘학벌타파를 위한 사회제도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학벌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가 된 듯 하다. 이는 학벌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여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시민단체 ‘학벌 없는 사회’의 노력에 크게 힘입은 것 같다. 이 단체의 김상봉 정책위원장을 만나서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먼저 학벌타파운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했다. “어려서는 몰랐으나 석사 ..
널리 알려져 있듯이 우리의 현대사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민주주의를 획득하려는 투쟁의 역사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독재정권 하의 권력의 부당한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인 고문으로 고통을 받았고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49) 씨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1985년에 학원 간첩단 사건으로 서른의 나이에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던 그는 1998년 마흔 세 살이 될 때까지 13년 2개월이라는 긴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2001년 6월 8일 MBC 를 통해 그가 연루되었던 간첩단 사건은 국가 기관에 의해 완전히 날조된 조작극이었음이 밝혀졌다.국가 권력에 의해 간첩이라는 누명을 쓴 채 긴 세월 동안 사회와 격리되었던 그가 겪었던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