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료이야기 (55)
함께쓰는 민주주의
“눈부신 젊은 혼이 목숨을 바쳐 독재를 물리치고 나라 건졌네. 분노가 폭발되던 사월십구일 우렁찬 아우성은 메아리 되어 민주대한역사위에 길이 남으리.”‘( 4·19의 노래’중에서) 이집트와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열기를 바라보며 1960년 4·19 혁명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본다.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의 계승이 헌법 전문에 기술되어있듯 4·19혁명은 대한민국 통치 작동의 지도이념과 원리로 계승되고 있으며, 우리 현대사의 큰 획을 긋는 대사건으로 민주주의역사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는 4·19혁명이 일어난지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4·19혁명 50주년 을 맞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009년부터‘1960년대 한국민주화운동 역사정리’의 일환으로 4월혁명 사료총집 발간을 기획·준비했다..
재스민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독일인들을 따라 묶음여행으로 튀니지를 여행한 적이 있다. 사하라 사막 베두인 족의 천막에서 하루를 자면서 밤하늘에 별이 무수히 빼곡 했던 것과 밤새 짐승처럼 울던 모래바람 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일행을 태운 버스가 지나던 도로 여기저기에 서있는 거대한 입간판에는 그들의 대통령 사진이 붙어있었고 심지어 지폐에서도 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날파리 가득한 식당에선 가난 하지만 순진무구한 표정의 사람들이 전통 옷을 입고 여행자들에게 재스민 한 묶음을 1달러에 팔고 있었다. 하얀 재스민 꽃은 자운영보다도 작았지만 향기가 얼마나 강하던지 한 두 송이만 꽂아 놓아도 방안에 향이 가득 찼다. 십 수년 전에 입간판과 지폐에서 보았던 그때의 대통령이재스민혁명으로 23년의 장기집권 권좌에서 물..
우리도공범이다 - 탐욕에 눈먼 인간들에게 던지는 경고 글·어수갑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eohsgkdemo.or.kr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의 창궐, 거기에 신종플루까지. 올 겨울은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하필 이 시대 이 나라에서 태어나 산채로 싹쓸이 살처분 당한 짐승들에겐 같은 생명을 지닌 존재로서 정말 면목이 없다. 소 돼지 닭 오리를 사육하는 축산농가 농민들의 타들어가는 마음 또한 위로할 길이 없다. 일차적으로는 그동안의 반생명적 축산정책과 초동대처에 미흡했던 관계당국에 책임이 크지만, 넓게 보면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과도한 육식을 즐겼던 우리 모두 에게도 책임이 있다. 내남없이 가난했던 시절, 우리는 그저 생일이나 명절날 올라 온 멀건 고깃국으로도 마냥 행복했다. 실은 수..
다시 인권을 생각한다 글·어수갑 eohsg@kdemo.or.kr 어떤 이는 말했다. 이 풍진 세상에서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희망이라고. 자조적인 표현이지만, 그러므로 많은 것에 절망한 우리에게는 역설적으로 희망만이 남았다. 신묘년 새해, 희망세상이 시작되었다. 해마다 1월이면 떠오르는 이 있으니, 1987년 새해 벽두에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으로 사망한 서울대생 박종철이다. 그의 죽음은 KNCC 인권위, 민가협, 변협 등으로 구성된 고 박종철 고문치사 공동대책위원회를 낳았고, 이는 다시 고문추방 범국민기구로 확장되었다. 고문정권에 대해 자식을 가진 부모들을 비롯한 전국민의 공분이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정권타도를 향한 응집된 결집력은 마침내 6월항쟁을 일궈냈다. 그리하여 6월항쟁 이후 인권운동은 민주화..
열사들의 죽음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 배은심 글·차성환 csh0429csh@naver.com 1987년 6월 9일.그리고 망월동 묘역 1987년 6월 10일, 군부독재를 연장하려는 전두환 정권은 요식 절차로 민정당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화를 요구하며 싸워왔던 민주세력과 야당은 이를 계기로 6월항쟁에 돌입하게 되는데 바로 그 전 날,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시위 도중 이한열 군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사태가 일어났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한열 군의 어머니 배은심은 꼬박 27일간을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날밤을 지샜다. 하지만 이한열 군은 7월 5일 운명했고 7월 9일 서울시청 앞에서 백만 명의 학생, 시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장례식을 치르고 광주 ..
겨울 노점상 글·어수갑 eohsg@kdemo.or.kr 가을이 짙어가다가 찬비 후드득 내리면서 거리엔 가득 낙엽이 쏟아졌다. 시간의 흐름은 가혹하리만큼 엄정하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의 기억을 채 털어버리기도 전에 이제 계절은 돌이킬 수 없다는 듯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거리를 걷는 이들의 발길이 빨라지는 계절인 것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손길들 또한 덩달아 바빠지는 때이다. 조정래의 『한강』은 한 겨울의 스산한 풍경을 서술하면서 대하소설의 첫 문장을 시작한다. "새벽 어스름이 스러져 가고 있는 한겨울 들판을 기차가 달리고 있었다. 밤새 무성하게 돋아난 서릿발로 세상은 싸늘하게 얼어붙고 있었다. 발가벗은 미루나무의 앙상한 잔가지들이 바람에 쓸리며 춥게 떨고, 벼 그루터기들만 남은 들녘은 폐허처럼 황량하기만 ..
타는 목마름으로 지켜낸 1977년의 서울대 -김경택 그레이트북스 대표 글·이창훈 dinarihanmail.net긴급조치 9호와 1977년 "당시 젊은 청년학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런 속에서 자기가 학업을 계속한다는 것에 대한 어떤 모멸감 같은 것을 굉장히 많이 느꼈었거든요. 학교를 다니면서도 굉장히 괴로워했어요. 그러니까 그 괴로움을 술로 달래고…" 당시 서울대 국사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김경택은 긴급조치9호로 인한 타는 목마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박정희 정권을 반대하는 소리를 한 마디도 낼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긴급조치9호는 자유로워야 할 상아탑을 감옥으로 만들어 놓았다. 수백 명의 경찰들은 학생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정복을 입지 않은 채, 학내에 상주하면서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수서비리사건이 떠오른다 글·어수갑 eohsgkdemo.or.kr 가을이 깊어간다. 작년 이맘 때 지리산을 종주하다 하산 길에 산끝 유평마을에서 따온 들국화를 말려 차를 만들었다. 그 고풍스럽고 은은한 차향이라니. 그런 소소한 것들 속에도 우주는 깃들어있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한다. 흔들리는 들꽃과 부는 바람과 등굽은 능선 위로 뉘엿이 지는 일몰이 지친 삶의 위로가 된다고, 이 욕심 많은 세상을 살며 나는 굳게 믿는다. "오직 두 가지만이 영원하다. 그것은 우주와, 인간의 멍청함이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의 말이라면 다소 의외로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멍청함은 대부분 욕심에서 비롯한다. 욕심이 과하면 눈이 멀고 그래서 바로 앞에 전개될 자신의 운명조차 가늠하지 못하게..
서슬 퍼런 긴급조치 9호 시절, 최대 규모의 학생시위를 이끌어낸 작은 거인 - 강성구 국제투명성기구 사무총장 글·이경은 kaykleeempas.com 977년 10월 25일 연세대 시위는 긴급조치 9호 하에서 벌어진 가장 큰 시위였다. 시위가 5분을 넘기지 못하고 대개 해프닝으로 끝나던 것과 달리 장장 4시간이 넘는 동안 연세대는 물론 이화여대, 신촌로터리를 지나 서강대 구내에서 시위가 마무리되었다. 강성구와 이상훈이 주도한 이 시위는 주동자 두 사람이 검거된 이후에 일반 학생들에 의해 대규모 투석전과 가두시위로 발전했다. 1975년 5월 13일 긴급조치 9호가 선포된 이후 학생운동은 침체기에 들어섰다. 1년 반이 넘도록 그 흔한 교내시위 한 번이 없었다. 1976년 12월 8일 기말고사를 끝낸 서울법대..
불공정사회와 이재오 글·어수갑 eohsgkdemo.or.kr "아빠는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 중 하나 아닌가요? 요 세 가지 직업이 아니면 아빠가 아니잖아요. 그냥 동네 아저씨지. 아니, 표정들이 왜 그래요? 취직하려고 토익공부하려는 사람들처럼" 개그콘서트의 행복전도사가 했던 말을 패러디한, 유명환 장관 딸의 나홀로 특채사건으로 공정한 사회 구호가 진창에 곤두박질 쳤을 때 인터넷을 떠돌던 한 누리꾼의 말이다. 웃고 넘기기에 앞서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맘 편히 살아갈 수 없는 불편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개그보다 못한 불공정사회를 향해 날리는 똥침 한방 언젠가부터 공정한 사회가 나라의 화두가 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제발 그렇게 되길 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