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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교에서 이 시대 아름다움을 찍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 12. 23. 11:17

 

우리가 주변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접하는 매체는 신문이 아닐까 합니다. 매일 배달되는 신문 1부에는 수십 장의 사진이 담겨있으며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꽤 의미있는 정보들이 들어있습니다. 이 사진을 찍고 있는 사진기자들은 전국적으로 수백 명에 달하며 매일 어디에선가 우리 사회의 기록해야할 현장을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사진가라고 부르기에는 힘든 면이 있습니다. 사진계에서 ‘이 사진은 꼭 신문사진 같다’고 하면 꽤 모욕적인 평으로 받아들입니다. 신문사진의 과도한 정형성과 판에 박힌 앵글감 등은 사진이 갖는 정보성 외에 실험성과 창작성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문사진계에는 전통처럼 예술성이 뛰어난 이들이 존재했습니다. 정범태, 강운구, 주명덕, 김녕만 같은 이들이 바로 신문 사진기자이자 뛰어난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한겨레신문 사진기자인 강재훈이 바로 그런 맥을 잇는 사람 중 한사람입니다. 1998년에 열린 그의 개인전 ‘분교/들꽃 피는 학교’(아트스페이스 서울)는 농촌에서 사라지고 있는 작은 분교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기록한 작업으로 작가 강재훈을 대표하는 사진들이기도 합니다. “16년 가까이 분교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작업했다고 애착을 느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내가 작업한 사진이 사회에 미약하나마 어떤 기능을 하고 있고, 내 젊은 날과 내 청년 의식이 그 사진작업에 스며 있기 때문에 애착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진기자이자 스스로 어렵게 시간을 내 작가의 길을 걸어야 했던 그의 심정은 어떨까요?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속으로 혼자 사진을 고민하며 태운 가슴은 이미 숯가슴이 되고도 남았을 만큼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사진가와 기자, 둘 다 잘 해내겠다는 청년의 생각은 지금 돌이켜보면 호기였을 수 있다고 생각될 만큼 반성도 많이 하고 사진에 대한 고민이 더 많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사실 공감이 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주말에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 가족과 함께 시골 오지를 찾아 분교의 아이들을 만났으니 그로서는 회사의 직원으로, 가족의 아빠로 그리고 작가로 어렵게 살아온 셈입니다.
“나는 아직도 우리 사회를 ‘성선설’에 기반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인정이 메말라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신의가 사라지고 반목과 질시, 욕심과 아집이 팽배해가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 세상에는 착하고 고운 의식이 남아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을 사진에 담고 싶습니다.”


그는 최근 분교 사진작업이 점점 확장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합니다. 분교 아이들의 가족과 마을, 그 마을의 생계와 풍습 등으로 산골마을 하나를 집중해 작업하려고 한답니다. 분교라는 사회적인 주제에서 이제는 사람의 삶 자체로 옮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도 그의 취재 길에는 사진 작업을 지원하고 돕는 그의 가족이 함께 합니다. 한편 부럽기도 하고, 사진 속 이야기와 현실적인 삶을 함께 하고자 하는 그의 실천이 존경스럽습니다.

 

이상엽 inpho@naver.com
다큐멘터리사진가로 웹진 이미지프레스 http://imagepress.net의 대표.
『실크로드 탐사』(생각의 나무), 『그 곳에 가면 우리가 잊어버린 표정이 있다』(동녘) 등을 썼고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청어람미디어) 등을 기획하고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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