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쓰는 민주주의
혼혈인의 상흔마저 프린트 한다. 사진가 이재갑 본문
저는 어린 시절 서울의 변두리에서 자랐습니다. 변두리라고 해야 동대문에서 10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 곳에 미군부대가 있었습니다. 우리 집은 이 기지 앞에 있었는데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살았던 동네였죠. 당시는 미군이 주인이었고 주변에 사는 우리 동네 사람들이 손님이었습니다.
1992년 8월 서울의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개인적으로 심한 슬럼프에 빠져 방황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했을 때, 모 TV의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가수 박일준의 인생역정을 들었다. 박일준은 어렸을 때 우유를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했다. 그 이유는 “계속해서 마시면 피부가 하얗게 된다고 믿었던 어린 마음에…….”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방청객들은 “하하하” 하며 큰소리로 웃었다. 나에게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이재갑의 작업노트 ‘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만의 전쟁, 혼혈인’ 중에서)
그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작업 계기가 이재갑의 혼혈인 작업을 14년 동안 끌어 오고 있습니다. 사실 워낙 대작인 탓에 사진의 형식과 내용은 그 동안 수차례 변화를 겪기도 했고 작업적 슬럼프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가 사진으로 이야기하려 했던 혼혈인의 입장을 철저하게 당파적으로 이야기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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