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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신념에 대한 고백이다 사진가 김문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 12. 23. 11:16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문호(50) 씨는 독특한 느낌을 주는 사람입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강렬함이나 터프함 대신에 도인(?) 또는 선비적인 풍모를 가졌기에 그렇습니다. 몇 마디만 나눠 봐도 사진 이야기보다는 세상 살아가는 올바른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가 정말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본다면 『성숙에 이르는 명상』, 『바보들, 순교자들, 반역자들』, 『바드샤 칸(비폭력적인 이슬람 전사)』, 『신의 전기』, 『비노바 바베』, 『평화의 미래』, 『관』 등 인문학 책들의 전문 번역자임을 알게 됩니다.


“1983년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번역 일을 하면서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다. 사진을 시작한 처음부터 사람들을 찍었다. 애당초부터 풍경이라든가 꽃이나 새, 구름 따위와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는 무언가 인간의 삶, 사람의 냄새가 나는 어떤 것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는 번역자로서도 사진가로서도 모두 관심은 사람에 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 ‘사람’을 인식하는 방법은 남다른 데가 있습니다. 그에게는 ‘사람’을 인식하는 방법을 가르친 두 명의 선생이 있습니다. 한사람은 돌아가신 무위당 장일순 선생입니다. 원주로 내려가 가르침도 받고 술도 함께하기도 하면서 큰틀에서의 인간 삶, 거시적인 안목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침을 받았고 사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군요.


그리고 또 한명의 선생은 장기수 출신의 선비 이구영 선생입니다. 한학모임인 이문학회를 이끌며 후학들에게 한문을 가르치시고 김문호 씨는 이 학회의 회지편집인을 맡고 있었습니다. 김문호 씨는 이구영 선생에게 동양의 정신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은 오늘을 살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하는 시대정신을 배웠다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두 분은 모두 사진가도 아니며 사진하고는 전혀 관계도 없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세계관의 확장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의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합니다. 김문호 씨는 1985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작업을 시작해 1989년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1990년에는 사진가 최민식 등과 함께 <사진 집단 사실 REAL PHOTOS>을 창립해 시대상황을 기록하는데 주력합니다.


최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사진전에 2회 연속으로 참여해 이주노동자 가족과 장애인 가족의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모두 이 사회의 소외자들이며 국가의 방치 하에 고스란히 고통을 자신들이 떠안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특별할 것도 없고, 조금은 식상한 주제를 선택한 것에 대해 오히려 요즘의 다큐멘터리 사진 방식을 꾸짖습니다. 즉 요즘 사진들이 센세이셔널리즘과 스팟적인 화제 거리를 주요 테마로 삼고 있다는 것이죠.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자신이 꿈꾸는 ‘사회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과 비교되는 ‘현실’을 기록할 것이고, 결국 자신의 사진은 바로 스스로의 신념에 대한 고백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이야기합니다.
“나는 나의 작업이 하나의 멋진 상품이나 예술품이 되기보다는 이 시대를 비추는 진실한 텍스트가 되기를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한 지식인의 짧은 생각의 반영이기를 원한다. 이건 나의 결벽증이고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붙일 생각은 없다. 언젠가는 이 부스러기들이 화석처럼 이 시대를 살았던 인간들의 모습에 대한 증언의 한 모퉁이로 남기를 희망한다.”


이상엽 inpho@naver.com
다큐멘터리사진가로 웹진 이미지프레스 http://imagepress.net의 대표.
『실크로드 탐사』(생각의 나무), 『그 곳에 가면 우리가 잊어버린 표정이 있다』(동녘) 등을 썼고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청어람미디어) 등을 기획하고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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