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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른 세상을 향한 되살림 행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1. 1. 24. 15:15

늘 푸른 세상을 향한 되살림 행동
-광진주민연대

글·양지연 yangji@kdemo.or.kr
사진·염동해 dhyeom@kdemo.or.kr

 

지난 해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를 꼽으라면 노임팩트맨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세계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인, 가장 소비중심적인 도시인 뉴욕에서 한 남자가 1년 동안 지구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동을 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행동에 돌입했다. 처음에는 휴지, 세제 등 1회용품과 화학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했다. 식재료는 근거리에서 생산된 것만을 사 먹고, 소비는 최소화하되 옷 등 필요한 물건을 살 경우에는 재활용 상품을 이용했다. 마침내 전기 사용까지 끊으면서 뉴욕 한복판에서 촛불을 켜고 지낸다. 노임팩트맨이란 제목에서 풍기는 강인한 인상처럼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영화 내내 강고히 그리고 진실하게 흐른다.

광진주민연대 리플렛에서 노임팩트맨 프로젝트란 문구를 본 순간 반가움이 앞섰다. 영화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삶의 변화까지 꿈꾸는 이들이 궁금해졌다.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광진주민연대 사무실은 3층짜리 건물 맨 위층에 있었다. 1층엔 늘푸른가게, 2층엔 서울광진지역자활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김승호 광진주민연대 사무처장이 혼자서 우리를 맞는다. 궁금했던 노임팩트맨 프로젝트 얘기부터 꺼냈다.

꼬마 노임팩트맨들

"이 지역에선 아차산 골프장 건설 저지 운동이 환경운동의 큰 주제였어요. 그게 끝이 나고나서 이제 일상적인 활동으로 할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고 생활환경실천활동을 회원들과 함께 해 나가고 있어요. 전자 제품 플러그를 뽑고, 양치질 할 때 컵 사용하고, 샤워시간을 5분으로 줄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거지만 생활 습관화하기엔 굉장히 불편한 것들, 소소한 일상에 눈을 돌린 거죠.
그 중 아이들과 함께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활동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게 노임팩트맨 프로젝트예요. 영화 노임팩트맨을 같이 보고 같이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생각해 봤어요. 광진구에 지역아동센터가 20개 정도 되는데 그 중 3곳과 환경 관련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고 있어요. 그 중 1곳과 노임팩트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죠. 일주일에 한 번 만나 30분 정도 환경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한 시간 정도 체험 활동을 해요. 이면지 노트 만들기라든지 비누 만들기 등이요. 그리고 매주 자기가 실천할 것을 한 가지씩 정하죠. 이번 주에는 휴지를 조금 쓰겠다. 이번 주에는 자기 컵을 꼭 쓰겠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지켜야 될 것들이 많아지게 되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의 생활과 의식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매주 학습하고 점검하면서 전기 사용이나 물 쓰는 게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한다. 이렇게 꼬마 노임팩트맨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고 있었다. 어른들을 위한 환경 강좌도 열렸었지만 아이들의 변화가 어른들의 변화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김승호 처장의 설명이다. 생활 습관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다. 그런 만큼 이런 꼬마 노임팩트맨들이 많아지는 게 더욱 중요한 일이 될 터다.

"버리는 자투리 천, 청바지 등을 이용해서 슬리퍼 만들기, 핸드폰 고리 만들기 등 되살림 강좌를 열기도 해요. 지금은 광진지역자활센터의 사업단 중 하나인 늘푸른되살림사업단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데요. 되살림사업단에서 학교로 교육을 나가 청바지로 필통 만들기나, 대안생리대 만들기 등의 교육을 하기도 해요. 또 만들어진 물건들을 늘푸른 가게에서 판매하기도 하고요. 친환경되살림제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일도 하고, 초·중·고등학생 및 지역주민들을 위한 환경교육도 진행하고 있고요."

일손을 돕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김승호 사무처장이 광진주민연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학 때 했던 환경동아리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10년 전 세종대학교 환경동아리 회장을 맡으며 지역 내 시민단체와 대학 동아리가 함께 광진구의 환경 오염 조사 작업을 벌였다. 그 인연으로 지금은 상근활동가로까지 일하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광진구에 위치한 대학생과 시민단체가 연계해 같이 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활동은 없어졌어요. 대학생 자원 봉사자가 한 학기에 15명 정도 와서 활동을 해요. 그런 게 아니면 학생들이 지역의 시민단체와 연계되어서 만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광진구에 건국대, 세종대, 한양대, 장신대 등 대학이 많이 있는데 지금은 건국대와 한양여대 이 두 곳에서 꾸준히 학생들이 오고 있고요. 와서 늘푸른가게 일을 돕거나 민들레라는 소모임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지역 독거 노인 등을 위한 밑반찬 만드는 일 등을 돕고 있어요. 사회봉사 학점 때문에 오는 경우인데 그렇게라도 만나지 않으면 대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학점 때문에 시작했지만 그걸 계기로 꾸준히 활동을 계속하는 학생들도 꽤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렇게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주고 함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광진주민연대가 지닌 큰 장점으로 보였다. 광진주민연대가 하는 일은 참 많다. 광진구의 유일하게 구정 감시활동을 하는 단체이기도 하고 산하에는 광진지역자활센터, 아기사랑후원회, 늘푸른가게, 늘푸른돌봄센터 등이 있다.

우리 안에서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버릴까

2011년 새해, 광진주민연대는 어떤 활동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첫 대답은 어쩌면 시민단체의 현실을 가장 진솔하게 표현한 너무도 현실적인 고민이다.

"활동가들이 많이 지쳐 있어요. 우리 사회가 앞만 보고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것에 대해 늘 비판하면서 우리를 돌아보면 우리 내의 활동가들에게 계속 채찍질을 하고 있었어요. 앞으로 활동가들이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을까, 우리 안에서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버릴까가 고민이에요."

하지만 곧 대답은 또 새로 꾸릴 활동들로 이어졌다.

"늘푸른 인문대 인문학 강좌를 3년 째 진행해 오고 있는데 올해는 인문대를 졸업하신 분들과 계속 연계할 수 있는 모임을 꾸려가고 싶어요. 늘푸른 인문대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50~60대 분들인데 자활센터와 늘푸른돌봄센터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대상이에요. 자활센터는 경제적으로 충분치는 않지만 이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데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죠. 늘푸른 인문대를 졸업하신 분들이 많이 적극적으로 바뀌었어요. 자신감도 많이 회복하신 듯 하고요. 그래서 이 분들을 대상으로 우리사회의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한 달에 한 번씩 강좌를 마련해 갈 생각이에요. 비록 한 두 분일지라도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그런 변화하는 모습이 활동의 동력이 되지요."

우린 늘 나 한 사람 실천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겠냐고 자조 섞인 푸념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에 의해서만 변화해 가는 게 아닐까. 꼬마 노임팩트맨처럼, 늘푸른가게로, 민들레 소모임으로 꾸준히 찾아오는 그 대학생 자원봉사자처럼, 지친 마음을 다독이며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는 김승호 처장의 모습처럼.

글 양지연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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