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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라이온즈 - 탐욕에 눈먼 인간들에게 던지는 경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1. 2. 10. 15:12

로스트 라이온즈
- 탐욕에 눈먼 인간들에게 던지는 경고


글·김봉석 영화평론가/lotusidnaver.com


하나의 국가, 사회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거창 하고 원론적인 질문이기에 대답 역시도 포 괄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초등 학교 사회 시간에 배운 국가의 3대 권력기 관인 정부와 국회, 법원이 제 역할을 하는 것. 언론이 철저하게 감시하고 조언을 하 는 것. 그리고 주권을 가진 국민이 자신들 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내는 것. 권력기관 은 언제나 국민을 위한 일인지 따져보아야 하고, 언론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시선인지 를 자문해야 한다. 국민은 기꺼이 권리와 의무를 지켜야 하고 이 중 하나만 빠져도 국가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제대로 운영되는 국가는 거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중국과 함께 21세기의 초강대국으로 불리는 미국도 마 찬가지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한 <로스트 라 이온즈>는 뭔가 어긋나 있는 미국의 현재 상황을 담담하게 그려낸 정치영화다. 중년 이상에게는 <내일을 향해 쏴라> <추억> <위대한 개츠비>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 들> <스팅> 등 명작에 출연한 배우로 익숙하지만, 로버트 레드포드는 <보통 사람들> (1981)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후 <흐 르는 강물처럼> <퀴즈쇼> <호스 위스퍼 러> 등 휴머니즘 색채가 강하면서도 정치 적인 주장이 들어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왔 다. 인디펜던트 영화의 축제인 선댄스 영 화제를 만들기도 한 로버트 레드포드는 민 주당을 지지하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자 유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이라고 해 서 딱히 나은 것은 없지만, 극히 보수적인 공화당에 비해서는 비교적 자유와 민주주 의 가치를 옹호하기 때문이다. <로스트 라이온즈>는 세 곳에서, 세 개 의 상황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워싱턴에 서는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공화당 상원의 원 재스퍼 어빙이 베테랑 기자 제니 로스 에게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군사전략에 대 해 홍보를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한 대학에서는 젊었을 때 베트남참전을 반대 했고 지금도 반전을 주장하는 스티븐 말리 교수가 수업에 잘 들어오지 않는 학생 토 드를 만나 수업에 들어오라고 설득하고 있 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말리 교수의 제자 였던 흑인 애드리안과 히스패닉 어네스트 가 군인이 되어, 어빙이 입안한 군사전략 에 따라 적진에 침투하다가 역습을 받아 위기에 몰린다.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세 개의 사건 들은 긴밀하게 하나로 이어져 있다. 즉 재 스퍼 어빙 같은 정치가와 정부 관료가 법 안을 만들고 실행을 하면 군에 입대한 애 드리안과 어네스트 같은 청년들이 전쟁에 나가서 임무를 수행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개인의 목숨 자체가 정치가들의 손에 놓여 있는 것이다.


For Lambs’다. 2차 대전 당시 용맹하지만 전투에서 죽어가는 영국군을 보고 독일군 장교가 했던 말이다. 무능력한 장교들의 그릇된 전략 때문에 무참하게 희생당하는 영국군을 보며 적군인 독일군이 오히려 안 타까움을 느끼며 내뱉은 말. 병사들은 사 자와도 같이 용맹하지만, 정작 그들을 지 휘하는 것은 어리석은 양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전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욕심이나 안위 혹은 명 분만을 생각하며 움직인다. 그리고 그들의 농간에 희생되는 것은 결국 젊은이들이다. 지금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빙은 로스에게 새로운 군사전략을 통 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할 수 있다고 말한 다. 하지만 로스는 믿지 않는다. 대량살상 무기가 있다며 침공한 이라크에는 아무 것 도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에 은거해 있다는 빈 라덴을 잡기 위해 군대를 투입했지만 여전히 빈 라덴은 도망쳐 다니고 있다. 그 건 정치인만의 책임이 아니다. 언론은 정 치인의 말과 행동을 철저하게 사실에 의거 하여 따지고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어빙 이 로스를 비난하듯이,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언론은 무비판적으로 정부의 군사 전략을 옹호했다. 그것을 알기에 어빙은 로스에게 다시 한 번 협조를 요청한다. 상사는 특종 욕심에 당장 보도를 해야 한다고 명령하지만 로스는 그럴 수가 없 다. 이 군사전략이 잘못되었다면 다시 무 고한 젊은이들이 죽어갈 것이고 세월이 흐 른 후에야 그 전략이 오류였다고 밝혀질 것이다. 그 잘못, 그 죽음을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짓이었다고 밝혀져도, 어 빙은 이미 대통령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말리는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토드를 설득한다. 자네에게는 재능이 있으니 수업을 들어오기만 하면 학점을 주겠다고. 토드는 말한다. 어차피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나 는 그냥 돈을 잘 벌고, 세금을 잘 내면서 평 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겠다. 그런 복잡한 정치문제, 해결되지도 않을 사회문제에는 끼어들지 않겠다고. 그러자 말리는 들려준 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에 가 있는 애드리 안과 어네스트의 이야기를. 애드리안과 어네스트는 유색인종이고, 빈민가에서 자라났다. 친구들 태반은 마약 중독이거나 갱단에 속해 있고, 20살이 되기도 전에 죽어간 친구들이 허다하다. 빈 민가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이 세 상이 얼마나 뒤틀린 곳인지를 알고 있는 애드리안과 어네스트는 변화가 필요하다 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을 바꾸기 위해 서는 일단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기에 참전을 하기로 한다. 미국을 위해서 봉사 하고, 그 후에 미국을 변화시키겠다고 생 각한 것이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전장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현실은 비극이다. 어빙의 잘못된 전략은 아프가니스탄의 병사들을 위험에처하게 만든다. 어빙은 자신의 이름이 매 스컴에 나가고 공화당의 브레인으로 유명 해지면서 언젠가 백악관에까지 가는 것만 을 생각한다. 거기에 언론도 동조한다. 정 치인과 친해지면 쉽게 특종을 얻을 수 있 고 그것만으로도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진 정으로 무엇이 미국을 위한 것인지 미국에 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을 위한 것인지 생 각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애드리안과 어 네스트 같은 용맹한 사자들은 죽어갈 수밖 에 없다. 말리가 토드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다. 세상을 방관하지 말라. 우리가 살 아가는 곳이고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할 곳이 다. 그것을 당신이 방기한다면 누군가가 고 통 받고 죽어야만 한다. <로스트 라이온즈> 는 다소 지루하게 그런 주장을 되풀이하지 만 그 말의 진실만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이기 때문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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