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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푸르른겨우살이처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1. 2. 10. 15:15

겨울에도푸르른겨우살이처럼
중랑구, 건강하고행복한
마을만들기주역‘초록상상'


글·양지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yangjikdemo.or.kr
사진·염동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dhyeomkdemo.or.kr

“아이들이 눈을 치워가며 새똥에서 겨우살이를 어찌나 열심히 찾던지요.^^ 평소같으면‘더러워’했을 텐데… 넘 예뻐요. 겨우살 이 실제로 보니 겨울에도 파란 잎을 달고 있더라고요. 겨울에도 우 리가 인식하지 않을 뿐 숲은 열심히 자기 할 일들을 하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초록상상 카페 http://naver.com/ecomaul |작성 자 모모)

동북여성환경연대‘초록상상’의 초록지구탐험대가 지 난달 광릉수목원으로 탐험을 떠났다. 겨우살이도 관찰하 고 겨울 숲속을 누비며 추위 속에서도 움트는 생명들을 보고 왔다. 초록지구탐험대는 초등학생 30여 명으로 이 루어졌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생태 공부를 하고 놀이도 하고 캠프를 가기도 한다. 초록지구탐험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초록상상’의 소모임 생태팀의 엄마 들이다. 엄마들이 직접 공부를 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짠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기르는 것, 잘 기르는 것이 목적인데 우리 가 생각하는‘잘’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거예요. 정신이 건강하고 자연에 대한 이해, 살면서 부딪칠 모든 어려움에 대해 강하게 견뎌 내고 인간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중요 하다고 봤어요.”

초록상상 장이정수 사무국장의 말이다. 초록상상 사무실 게시판에는 한 달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초록지구탐험대, 중딩 화장품 만들기, 중딩 생리 대 만들기, 중딩 비누 만들기, 고딩 국어 교과서, 슬로우 푸드, 예스런, 이런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이 초록상상의 첫 출발이다.
 


작은 소모임에서 시작해 둥지를 틀기까지


2005년 초록상상이 문을 열게 된 건 중랑구에서 열렸 던 교육 강좌‘생태적으로 건강한 아이, 마을에서 행복한 아이’를 통해서였다. 생태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먹거리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강좌에 마을 주민 200여 명이 참여했고 이 강좌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소모임이 시작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세미나를 하 기도 하고 주변 산을 둘러보기도 하면서‘이번에는 교육 과 관련된 책을 읽어 보자, 이번에는 환경에 관련된 책을 읽어 보자’이렇게 소모임을 유지해 왔다.

“소모임은 오래 가지를 못해요.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지 않고 소모임 내 갈등이 생기기도 하죠. 오래 가려면 뭔가 목표가 있어야 되고 공간도 필요하죠.”

그런 소모임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사무실을 마련했다. 2007년도에 사무실을 개소하면서 여성환경연대에서 500만원을 빌려오고 10명의 회원이 50만원씩 출자해서 1,000만원으로 공간을 마련했다. 이렇게 평범한 주부들의 작은 소모임에서 시작된 초록상상은 둥지를 틀면서 조금씩 따뜻하고 활기찬 보금자리를 만들어 갔다.



“생태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은 생태팀을 구성하고 화장품 만들 기에 관심 있는 사람은 화장품 만들기팀을 구성하고 건강한 먹거 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건강팀을 만들고, 청소년 교육에 관심 있 는 사람은 청소년팀을 구성해요. 팀을 나누면서 조직이 커져 갔죠. 대부분의 단체들이 조직을 구성하면서 주로 그 분야의 명망가를 이사진으로 모시거나 하잖아요. 저희는 그런 게 없어요. 직접 활동 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운영 주체가 되죠. 건강팀, 생태팀, 청소년 팀 등 각 팀의 팀장이 모여서 운영위원회를 열고 활동을 정하죠.”

지금은 월5,000원씩의 회비를 내는 회원이 160명 정도 된다. 그렇게 모인 월700,000원~800,000원 정도의 회비와 교육사업 참가비로 초록상상의 살림살이가 이루어지고 있다. 만들어진 과정도 지금의 운영도 어떤 허례허식 없 이 실속 있는 엄마들의 손길처럼 야무졌다. 장이정수 사무국장은‘초록상상’활동의 핵심을 지역 사회 여성들의 리더십을 기르는데 두었다.

“해마다 프로젝트를 받아 작년에는 기후변화 활동가 양성과정 을 했고 그 전에는 생태 교육 양성과정을 했어요. 정식으로 교육을 받고 지역 사회에서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고 강사로 나가 죠. 이곳에 회원으로 들어와서 교육과정을 거친 분들이 지역의 학교, 어린이집, 복지관 등 다양한 곳으로 생태 교육, 먹거리 교육 강 사로 나가세요. 이제는 유명해져서 복지관, 학교 등에서 초록상상 에 환경 교육을 해 달라고 문의가 와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테이블 한 쪽 구석에도 건강, 먹거리 관련 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회원들이 같이 읽으며 공 부할 책이라고 한다. 이들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지역 사회 속에서 생태 교육, 환경 교육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 었다. 생태팀에서는 5명 정도의 회원이 건강팀에서는 3~4명 정도의 회원이 먹거리 교육, 생태 교육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내 아이의 건강을 위해 발을 들였던‘초록상상’을 통해 이들은 삶을 새롭게 재조직하게 되었다. 가족들도 이런 변화를 반기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마을로 지역으로 넓혀진 시선

내 아이의 건강, 교육을 생각하던 엄마들의 시선은 마 을로 지역으로 확장됐다. 중랑구 의정모니터링단 활동이 그 대표적인 행보다.

“회원들이 중랑구 의회 전체를 다 모니터링 해요. 의회를 참관 하면서 의원들이 어떻게 활동을 하는지, 예산이 얼마인지를 파악 하지요. 단순히 회의를 참관하는 게 아니라 모니터링지를 작성해 요. 아마 의회가 열리는 전 기간을 저희처럼 다 모니터링하는 곳은 없을 걸요.”

사무국장이 보여준 모니터링지에는 깨알같은 글씨가 잔뜩 적혀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구청 업무도 알게 되고 의원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모니터 링을 하는 수준에만 그치고 있다. 이 모니터링 결과를 어 떻게 활용해 나갈지는 정해진 게 없다. 그래도 지역사회 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관심을 갖게 되고 참여하게 되었 으니 중요한 생활정치 활동의 시작인 셈이다.

올해는 카페를 만들어 볼 계획이란다. 마을 사람들이 지나가며 편안히 들를 수 있고, 가끔씩 회원들이 직접 먹 거리, 생태 교육을 진행하는 교육장이 되기도 하고, 함께 공부하는 공부방이 되기도 하는 공간.‘ 상상’만 해도 근 사할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초록상상’건물을 뒤돌아 봤 다. 흩날리는 눈발 속에‘초록상상’초록빛 간판이 푸르 게 빛났다. 겨울에 유난히 그 존재가 돋보이는 겨우살이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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