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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대중성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0. 10. 18. 13:51

"독립영화 대중성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
-독립영화 인터넷상영관 인사이드피플 최환성 대표

글 김미영 kimmyhani.co.kr

 



한국 영화 시장이 급팽창한 것과 달리, 독립영화 시장은 침체 일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독립영화 발전이 이제 시작됐다고 들떠 있었던 때도 있긴 했다. 2006~2007년 일본 내 조선학교를 다룬 <우리 학교>가 6만 명을, 이어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가 1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때만 해도, 독립영화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보인다는 기대에 한껏 부풀었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탓일까. 우려했던 대로 이 두 작품 이후로 흥행에 성공한 독립영화가 나오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워낭소리>가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관객몰이에 성공했지만, 독립영화 저변 확대와 상관없이 단발성으로 끝났다. 왜 그럴까? 영화계 전문가들은 전용관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우리나라에 있는 독립영화 전용관은 전국에 열 곳도 채 안 된다. 더구나 독립영화를 좌빨영화로 여기는 현 정부의 영화관 때문에 독립영화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독립영화 전용관이 예산지원을 받지 못해 허덕거리고 있다. 이처럼 독립영화의 저변 확대는 점점 멀어져만 가는데, 그렇다고 현재로서는 뾰족한 난국 타개책도 찾을 수 없는 형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최환성(41) 새날정보미디어 대표는 대중성 확보가 먼저라고 단언한다. 영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인터넷방송 시스템과 플레이어 개발업체를 운영했던 그가 뒤늦게 독립영화 판에 뛰어든 건 독립영화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난 5월부터 단편독립영화 상영 사이트인 인사이드피플(www.insidepeople.co.kr)을 운영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인터넷방송 시스템 개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촬영도 하게 되고, 영화감독과 영화계 스태프를 만나게 되면서 독립영화 사정을 조금씩 듣게 되었어요. 아, 고생한 만큼 수입이 보장되지도 않는데 많은 무명의 감독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한 덕분에 독립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 거구나.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결론은 더 많은 사람들한테 독립영화를 선보이고, 알리는 것뿐이었다. 물론 인터넷에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제공하는 곳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독립영화상영관, 인디플러그 등이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소개하는 독립영화조차도 배급사를 거친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사이트피플, 공모전 통해 선정한 100여 편 무료 상영, 독립영화 제작편수에 비해 개봉작 턱없이 부족한 현실

인사이드피플은 이런 사이트와 어떻게 다른가. 최 감독은 "기존의 독립영화 배급시장에서 소외되었거나, 영화감독을 지망하는 무명의 신예감독들의 작품들을 더 많이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5월 첫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체 공모전을 진행한 것은 더 새로운 독립영화의 보급을 위한 목적이 크다.

"당시에 200편 정도가 공모전에 참여했고, 현재 인사이드피플에서 80여 편을 선정해서 무료 상영하고 있어요. 매달 수시로 공모전을 받고 있는데, 지금 현재는 101편이 상영 중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독립영화를 상영할 생각입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연간 독립영화 제작편수는 600여 편인데 반해 개봉된 작품은 20여 편으로 1/30 남짓이다. 영화의 꿈을 안고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감독들은 넘쳐나지만, 정작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지도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곳도 얼마 되지 않고, 전용관조차 예산 등의 이유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독립영화 전용관 건립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달라요. 독립영화전용관을 아무리 만들면 뭐합니까? 정작 관객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걸요. 독립영화전용관을 만들어 놓았는데,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다면 그것도 문제이지요. 독립영화를 찾는 관객이 늘면, 자연스럽게 독립영화를 개봉할 곳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또한 투자자들도 독립영화 제작에 더 투자를 하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독립영화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인사이드피플, 단편영화 대중화 캠페인 진행 중 전국 서포터즈클럽에서 무료감상권 받으면 무료 관람 가능

인사이드피플은 이 같은 최 대표의 생각을 담아, 처음부터 단편영화 대중화 캠페인을 내걸었다. 전용관이 부족하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객들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 방안이 바로 인터넷 상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사이드피플에서는 무료로 독립영화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시스템이 조금 다릅니다. 식당, 커피숍 등 전국의 서포터즈클럽에 비치한 무료감상권이 있어야 공짜로 볼 수 있어요. 아니면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댓글을 달아야 합니다. 서포터즈클럽은 일정금액의 가입비를 내야 하지만, 관객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손쉽게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지요."

이 같은 방안은 운영비라도 충당하기 위해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하지만 단편영화 대중화 캠페인을 지향하겠다는 최 대표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 그가 인사이드피플 오픈과 맞물려 지난 6월부터 하니티브이(www.hanitv.com) 독립영화관에 매주 1편씩 독립영화를 제공, 인터넷한겨레를 찾는 모든 독자들에게 무료로 독립영화를 서비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독립영화라고 하면 시대적이거나 사회상을 반영한 것, 따분한 것, 지루한 것,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지금은 젊은 사람들의 감각 때문인지 주제도 상당히 다양해지고, 표현기법도 다양해졌어요. 영화를 뮤지컬처럼 만든다거나, 모든 대사를 랩으로 하는 등 변화를 꾀한 작품이 많아요. 재미와 표현력에 있어서도 더욱 풍부해졌고요. 그냥 웃으며,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어요. 얼마 전 하니티브이에서 상영한 <짧은 운명>

은 40만 페이지뷰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독립영화에 목말라 하는 관객들이 있기에 앞으로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어요."

신인 영화인들을 위한 인큐베이터·대중화 운동의 포석 됐으면

"인사이드피플은 기존 일반 대중들이 모르고 있던, 접하지 못했던 단편영화를 대중화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사이트가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겁니다. 이와 별개로 신진 영화인들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도 고민 중입니다. 현재는 관객이 영화를 1편 보면, 해당 감독에게 500원의 적립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회원수와 서포터즈클럽이 더 늘어나면 금액을 상향할 생각입니다." 인사이트피플이 닻을 올린 지 넉 달이 채 안됐음에도,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또한 이곳에 소개된 감독이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OBS]의 꿈꾸는 U라는 단편영화 소개 프로그램 에서 신예감독 4명의 작품이 소개 되기도 했고, 직접 출연하기도 했어요. 이럴 때는 정말 내가 잘하고 있구나 보람을 느끼지요."

최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인사이드피플이 진행하는 자체 독립영화를 정례화 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맞춰, 인사이드피플이 갖고 있는 독립영화를 지역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지역별 순회 상영회를 열겠다는 뜻인데요. 기존의 영화제와는 다른 개념이지요. 그렇게 지역 상영회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람들이 독립영화를 접하게 될 것이고, 독립영화에 대한 선입견도 점차 깨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한 번만 더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한 작품이라도 더 보겠다고 마음을 먹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행동 하나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독립영화를 살리는 길입니다. 지금껏 단 한 편도 안 보신 분이라면, 지금 당장 하니티브이가 됐건, 인사이드피플이 됐건, 그 외에 다른 독립영화 상영 사이트가 됐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최 대표의 독립영화 발전을 향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글 김미영 | 한겨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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