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문화 속 시대 읽기/이런책 저런책 (27)
함께쓰는 민주주의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 -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 조은평 강지은 옮김 / 동녘 - 글 박호경/ hokyoungpark@gmail.com “나무여, 너는 땅속으로 가서 / 푸른 식물로 다시 태어나거라 / 나도 땅속으로 가서 / 시인으로 다시 태어날지 / 영원히 말 안 하는 바위가 될지 / 한 천년 쯤 생각해 보리라.” (문정희의 시 ’부탁’) 우리는 늘 바쁘지만 사실은 고독하다. 시인 문정희와 같이 영웅적 고독을 꿈꾸기는커녕 온종일 휴대전화 속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와 대화하고 재잘댄다. 겉으로는 땅 위에 발 딛고 곧추서 있는 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둥둥 떠있을 뿐이다. 알랭 투렌과 더불어 현대 유럽 사상을 대표하는 학자로 평가받는 지그문트 바우만은 에서 유동하는 근대 속에서 우리의 삶이..
누가 공동체 붕괴를 원하는가? -인디언 마을 공화국- 글 장종관/ zazajan@hanmail.net 눈 깜빡할 사이에 솟아나는 고층빌딩, 수많은 집들이 언제 헐렸는지도 모르게 그 자리에 새로 등장하는 아파트촌, 그리고 작은 가게들을 하나 둘 잠식하며 모든 지역 상권들을 무너트리고 있는 대형마트와 대형유통체인점의 폭주!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 한 복판이다. 언제부턴가 이렇게 단절된 개인과 소비가 찬양받는 서울에서도 ‘공동체’, ‘마을 커뮤니티’,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의 말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시 시장이 주도적으로 마을 공동체를 복원시키겠다면서 발 벗고 나서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우리 전통으로 자리했었던 ‘이웃사촌’들로 이루어진 마을이 사라지고, 지금 사라졌던 그 공동체를 복원시키려고 하는..
상상과 성찰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나무』(열린책들, 2003) 글 이천 / clee007@naver.com 베르나르 베르베르. 우리에겐 소설 『개미』의 작가로 잘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이다. 『개미』를 통해 그를 알게 된지도 벌써 20여 년이 되었다. 당시 내가 그 책을 접했을 때 너무나도 놀라운 상상력과 관찰력에 그저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작가는 이후에도 새로운 소재와 상상력으로 가장 최근작 『웃음』까지 여러 편의 책을 출간했다. 이중에서 소설의 형식을 취하지 않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상상력 사전』등과 함께 유일한 단편 소설집이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할 『나무』라는 작품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베르베르의 소설을 좋아하는 건 아..
동화를 만난, 어른 아이 - ‘필리파 피어스’의 『학교에 간 사자』- 글 변정희/ Jhstream@naver.com ‘학교에 간 사자’ 이야기를 할까 한다. 옛날 옛적에 학교 가기 싫어하는 작은 여자 아이가 있었다. 그 여자 아이는 어찌나 작은지, 이름도 베티 스몰이었다. 아이는 언제나 느지막이 집을 나섰지만, 절대로 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퉁이를 돌아, 웬 사자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자, 이쯤 되면 너무나 유명한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이 떠오른다. 그러나 작은 여자 아이는 존과 달랐다. 존은 자기가 만난 사자와 헤어져 학교에 갔으므로, 선생님과 도통 소통을 할 수가 없었다. 작은 여자 아이는 당차게도, 사자의 등에 올라탄다. 아이는 왜 사자를 타고 학교에 갔을까? 지각하는 아이에게..
절망 앞에서 다시 서기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 지음, 송태욱옮김, 사계절, 2012) 글 홍순성/ rosaleo@naver.com 고민하는 힘 강상중은 ‘고민하는 인간’을 다시 이야기한다. 사실 『살아야 하는 이유』는 5년 전 나온 『고민하는 힘』(2008, 사계절)의 속편이다. 그는 전작에 이어 여전히 백여 년 전의 ‘고민하는 인간의 선구자들’인 나스메소세끼(夏目漱石)와 막스 베버(Max Weber)의 말을 씹어서 자기 말로 뱉어낸다. 하지만 전작과 다른 점은, 아들을 잃은 개인적 절망과 스스로 미증유의 절망이라고 표현한 공동체적 절망(3.11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사고)이 준 실존적 성찰에서 얻은 마음의 변화인 것 같다.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지 만 2년이 지났다. 1755..
우리들의 말, 인간의 말을 되찾자! 글 김락희/ koocoo87@live.co.kr 박문희(2009, 보리출판사) 엄마: 민석아, 저 할머니가 90살이래. 민석: 우와! 그러면 100살까지도 살 수 있겠네. 엄마: 저 손주가 할머니 말을 잘 들어야 건강하게 오래 사실 수 있지. 민석: 내가 엄마 말 잘 들어야 엄마 오래 살아? 엄마: 그럼 민석: 그럼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 살아. 엄마: 왜? 민석: 엄마 말 잘 들으려면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야 되는데, 공부하라면 공부해야 되고, 밥 먹으라면 밥 먹어야 되고, 하지 말라면 안 해야 되는데, 그럼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 살아. 동네 책방에서 책읽기 모임이 있는 날. 늦게 오는 사람들 기다리면서 판매대 위의 책들을 둘러보다 이 책을 집..
자기 착취적 노동시대에 ‘좋은 노동’은 가능할까? 『굿 워크』 에른스트 F. 슈마허 지음, 박혜영 옮김/ 느린걸음 글 김장환/ 프리랜서 편집자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책 『피로사회』가 지난 해 편집자가 뽑은 올해의 책에 꼽혔다. 한 시대를 꿰뚫는 철학자의 시선이 날카로울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정의하는 ‘피로사회’라는 개념이 명쾌해서일지도 모른다. 신자유주의가 열어놓은 성과사회의 음지는 개인이 스스로를 착취하여 가해자이자 곧 피해자로 전락하고 만다는 이야기. 다른 누군가가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착취하여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된다는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의문 하나! “그렇다면 이 자기 착취의 시대에 맞서는 길은 무엇일까?” 쉬 답을 얻지 못한 채, 신의 저주로 엄청난 식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자기 ..
즉흥성을 두려워 하지말자 『즉흥연기』 _ 연기와 숨어있는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 키스 존스톤 지음 / 이민아 옮김 / 지호출판사 장종관/ zazajan8@gmail.com 아이들은 매 순간 역할 놀이를 하며 자란다. 그러다 교육 시스템에 들어가면서 연기와 놀이를 분리하게 된다. 연기는 배우들만 하는 것으로 여기며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만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회 질서에 순응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기 위해 연기를 하고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연기처럼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며 살아간다. 죽을 때까지 사회적 역할을 해내기 위한 연기를 하며 살아가야하는 삶, 때론 자신의 역할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 『즉흥연기』는 연기를 하는 배우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기표현 능..
우리의 문화와 토양에 맞는 협동조합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깨어나라! 협동조합』, 김기섭 지음, 들녘, 2012 글 박호경 / hokyoungpark@gmail.com 내가 협동조합을 직접 피부로 경험하기 시작한 것은 내 딸 나린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였다. 나린이는 공동육아 협동조합 형태의 어린이집에 다녔다. 공동육아도 또 협동조합도 생소했지만 그저 엄마 아빠들이 서로 힘을 보태 서로 돕고 협동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조금만 둘러보면 협동조합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아내가 일주일간의 먹거리를 주문하는 곳도 두레생협이라는 협동조합이다. 두레생협은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인간관계와 자연생태의 파괴 그리고 농업의 붕괴와 먹을 거리..
완벽하지 못한 '완벽주의자'는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완벽주의의 함정』, 클라우스 베를레 지음, 박규호 옮김, 소담출판사, 2012 글 김경중/ kjstream@naver.com 3년 전 가을, 유럽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직장인인지라, 긴 휴가를 다시 내기 어렵다는 생각에 여행 전 많은 준비를 했다. 건축물, 예술작품, 현지의 생활문화, 맛있는 음식까지, 어느 것 하나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나만의 여행을 꿈꾸었기에 인터넷 카페, 블로그, 여행 잡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수많은 정보를 추려, 거의 책 한권의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길 찾기를 위해 인터넷 검색으로 골목골목의 사진마저도 찾아보는 치밀함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여행은 순조로운 듯했으나, 불쑥 예상치 못한 일들도 일어났다. 블로그에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