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희망이야기/풀뿌리 운동 현장을 가다 (66)
함께쓰는 민주주의
여성들만의 공간 (사)여성문화이론연구소는(이하 여이연) 올해로 생겨난 지11년째 되었고 상근자 두 명과 다수의 비상근 활동가 그리고 90여명의 회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별한 기업후원이 나 관 지원 없이 온전하게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비영리시민단체이며 흩어져있던 개별 연구자들이 제도권 밖에서도 상호 교류와 여성 문화에 대한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나이와 학위, 전공과 상관없이 연구 활동을 하기 위해 모여 주로 관심 분야를 연구하고 그에 따라 세미나를 했던 것을 강좌로 연결시키기도 한다. 개인들의 연구 성과물들을 출판해 여성문화에 관한 이론서들을 펴내는 일 등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세미나를 중심으로 운영하다『여/성 이론』이란 저널을 발간하기 시작했고 반..
산이며 들이며 지천에 꽃무더기가 마음을 흩뜨린다. 사람들이 이 화창한 봄날에 꽃놀이를 즐기는 이유를 알겠다. 기후 변화로 매년 남도부터 올라오는 꽃소식이 5월이란 달의 상징을 희미하게 하지만 그래도 5월은 꽃의 계절이다. 광주에도 배꽃이며 유채꽃, 벚꽃이 한창이다. 햇볕에 등이 따가워 게슴츠레 눈을 뜨고 보니 사진 속에 자주 등장하는 구 전남도청 앞 분수대가 보인다. 5월의 광주, 광주의 5월, 그 오월정신을 지키고 있는 극단이 있다. 극단이 있는 광주 시내 예술의 거리는 서울 인사동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서울 청계천 르미에르 거리를 본 딴 듯 한 장식은 눈에 거슬린다. 오히려 어색하단 생각에 차라리 없었으면 더 낫겠다 싶다. 박효선을 기억하다 “극단은 돌아가신 박효선 선배가 만들어 놓은 것이고..
5.18민중항쟁 자살 피해자에 대한 심리학적 부검 보고서(서문 발췌) 본 보고서는 5.18민중항쟁 이후 구속자들이 당한 고문과 학대의 후유증으로 인해 결국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故이O종 님의 심리적 고통을 엄밀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밝히는 것이다. 그의 자살은 고인이 겪은 고통스러운 삶을 통해 우리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의 직계 가족들의 고통과 끊어져간 마지막 혈육의 미래를 보면서 마지막까지도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아무와도 대화를 할 수 없었던 그는 우리에게 생명을 던져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고층 건물 창가로 삼성의 타워 팰리스가 훤히 내다보이는 사무실에서 생명인권운동본부의 조용범 (40) 공동 대표와 인터뷰가 이뤄졌다. 생명인권운동본부는 지난 1997년 IMF ..
한낮 바람이 제법 매섭다.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도 유난히 길다. 절기로 우수(雨水)가 바로 코앞인데 날씨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길 어 지루함마저 든다. 이제 그만, 봄볕을 쬐고 싶다. 등 뒤로 비치는 따뜻한볕을 밭으며 밖으로 밖으로 나가고 싶다. 휴일 오전,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한 번에 해결하고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을 때를 상상하며 내 게으름이 이뤄지지 못한 일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런 날 서울 구로의 한 사무실에서는 연령층이 다양한 구성원 50여명이 모여 현판식 행사를 치루고 있었다. ‘우! 리! 땅! 걷! 기! 모! 임!’ 걷는 사람들 지난 2005년 국토를 거닐며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자했던 이들이 모여 만든‘우리 땅 걷기’모임이 사무실 한 켠을..
올 겨울 날씨는 좀체 종잡을 수가 없다. 어제만 해도 볕이 따습더니 오늘은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옛 어른들 말씀대로 겨울엔 눈이 많이 내려야 겨울가뭄도 안 생기고 이듬해 농사도 잘 된다는 말을 생각하니 그나마 추위를 이길 수 있었다. 취재길이 더 바빠졌다. 아직도, 인문사회과학 서점이 남아있느냐는 한 선배의 의아스러운 물음을 들었던 나로서는 서울대학교 앞 ‘그날이 오면’을 찾아가는 마음이 그랬다. 올 겨울이 추워야 내년 농사가 잘되는 것처럼 이 서점이 남아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것을……. 대학교 앞 작은 서점 안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대형서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30여 평 되는 공간에 오래된 석유난로와 그 위에 놓인 주전자, 그것마저도 그을음에 시달렸음을 짐작케 한다. 현관문 입구 작..
밀려드는 비정규직 문제로 감당하기가 힘들었어요 “저희는 희망을 쉽게 말할 수 없는 처지인데요…….” ‘그곳에 희망이 있다’ 코너에서 취재를 한다고 전화로 말했을 때 월간 『비정규 노동』 편집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류한승(35) 씨는 이렇게 말끝을 흐렸다. 어쩌면 그가 가장 솔직한 대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과 같은 삶의 조건에서 과연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눈비가 섞여서 올 것 같은 눅눅하고 차가운 날씨였는데 영등포시장역에 내렸을 때는 희미하게 햇빛이 고개를 내밀었다. 새로 이사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를 찾아가는 길은 구석진 곳에 있어 매우 복잡했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자 류한승 씨 얼굴이 잠깐 스쳐가더니 이내 다리만 보였다. 그만큼 그는 키가 컸다. 세원빌딩 3층 조그만 문을 열고 들어가..
초겨울 한낮 경인선 전철 안, 발아래 히터와 창문에 내리쬐는 햇볕을 베게삼아 한 시간을 까무룩 졸고 났더니 1호선 전철역의 동쪽 끝, 동인천에 와 닿았다. 내륙에만 살던 그래서 바다는 어른이 되어서만 갈 수 있을 것 같던 사춘기 시절에 친구들과 어울려 그 바다를 보러 온 곳이 바로 인천이었다. 그래서 인천은 수도권 부근에 살았던 10대 청소년들에게는 그렇게 ‘바다’에 대한 로망이기도 했던 곳이다. 실상 바다라 해서 왔던 인천에는 상상 속의 그 광활한 바다가 아니었지만……. 터진개 문화마당 황금가지 동인천 전철역 앞에서 5분 거리에 신포시장이 있다. 그곳에 지역 문화 운동을 위해 ‘판’을 벌이고 있는 이종복(48세) 씨를 만났다. 참고로 그의 직업은 시인이며 생업으로 방앗간 일을 한다. 이 씨가 오전 중에..
지난여름,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세트장 맞은편, 독특한 간판 하나가 눈길을 끈다. 볼펜으로 낙서한 듯한 간판에 노래하는 사람, 기타 치는 사람, 주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얼굴과 더불어 ‘클럽’, ‘빵’, ‘예술’, ‘음악’, ‘안드로메다’ 등의 글자가 보인다. 간판만으로는 이곳이 뭐하는 데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곳, 여기가 ‘홍대 앞’에서 꽤 유명한 ‘빵(bbang)’이다. 클럽? 카페? 대안문화공간? 복합문화공간? ‘빵’은 1994년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처음 신촌역 근처에 둥지를 틀었던 ‘빵’에서는 연극, 춤, 퍼포먼스, 파티 등이 펼쳐졌고, 다양한 활동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이 공간에 모이고 만나고 교류했다...
‘직장 맘은 쇼를 하고 일찍 퇴근한다.’는 한 통신회사의 광고(육아문제)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재가 된 적이 있었다. 아이가 집에서 화상 통화를 통해 아프다고 하자, 직장 동료들이 안타까워하며 동료인 여성에게 회사 일은 걱정하지 말고 집에 일찍 들어가라고 한다. 그러자 회사 밖을 나온 직장 여성은 환호성을 지르고 화상 통화를 한 아이는 “엄마, 나 잘했지?” 라며 기뻐한다. 처음 이 광고가 나왔을 때 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회사 일을 등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하여 여성 네티즌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직장 여성이 육아 때문에 일을 등한시하는 단순한 문제로 바라보기엔 그 뒷면이 씁쓸하다. 육아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사회 직장 여성들의 현실이기 때문..
그 많던 자유민주주의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참여정부 평가와 2007년 대선 전망’을 둘러싸고 이른바 ‘진보논쟁’이 휘몰아쳤던 지난 봄. 최장집-조희연-손호철로 이어진 학자들의 논쟁에 노무현 대통령이 불쑥 끼어들면서 진보논쟁은 또 다른 차원의 논쟁을 불러들이며 걷잡을 수 없이 비화되었다. 인터넷신문 에 ‘노무현 시대는 자유민주주의 위기상황’이란 글이 올라온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이 글은 ‘지금은 자유민주주의 위기를 말할 때다’라는 제목을 달고 에도 올라왔다.) 이 글의 필자는 ‘진보타령 하기 전에 자유민주주의라도 제대로 지키라’며 다소 ‘거칠게’ 운을 떼고는, 논쟁의 주자들이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우리 사회에 절차적 민주주의나 형식적 민주주의, 좁은 의미의 자유민주주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