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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육아 희망, 희망세상 어린이집 본문

희망이야기/풀뿌리 운동 현장을 가다

인천의 육아 희망, 희망세상 어린이집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9. 4. 28. 11:23


‘직장 맘은 쇼를 하고 일찍 퇴근한다.’는 한 통신회사의 광고(육아문제)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재가 된 적이 있었다. 아이가 집에서 화상 통화를 통해 아프다고 하자, 직장 동료들이 안타까워하며 동료인 여성에게 회사 일은 걱정하지 말고 집에 일찍 들어가라고 한다. 그러자 회사 밖을 나온 직장 여성은 환호성을 지르고 화상 통화를 한 아이는 “엄마, 나 잘했지?” 라며 기뻐한다. 처음 이 광고가 나왔을 때 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회사 일을 등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하여 여성 네티즌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직장 여성이 육아 때문에 일을 등한시하는 단순한 문제로 바라보기엔 그 뒷면이 씁쓸하다. 육아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사회 직장 여성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인천의 활동가들이 만든 육아 공동체

“1996년 지역에서 일하던 단체 활동가들이 결혼을 하면서 활동보다 더 시급히 닥친 게 아이들 문제였어요. 대부분 여성들이 육아 문제를 책임지다 보니 활동가 부부가 결혼을 하더라도 결국 여성들이 활동을 중단하게 됐어요. 안되겠다 싶어 당시 인천연합 사무실 옆에 놀이방을 만들어서 활동가들끼리 교대로 아이들을 돌봐주고 그랬어요. 그런데 하나 낳은 사람이 둘 낳고 또 미혼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아, 안되겠다 싶었죠. 차라리 본격적으로 육아문제를 해결해보자고 해서 그때부터 조합을 만들어서 ‘희망세상’을 만들게 된 거죠.”

 


때마침 낮잠을 즐긴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어린이집 ‘희망세상’ 김정숙 원장(34)은 조합원들의 꾸준한 활동과 관심이 있기 때문에 10년이 넘도록 지금의 어린이집이 운영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현재 이 곳 부평구 부평 3동 희망공원 한쪽 끝 길에 지어진 ‘희망세상’ 어린이집은 지난 2000년 인천 지역의 활동가와 노동자들이 수년 동안의 조합원 모집과 활동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 대부분이 노동 현장에 직장을 두고 있는 월급쟁이다보니 땅을 사서 건물을 짓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조합원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집보다 더 오래 있어야 할 보금자리를 마련하는데 있어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셋값을 줄여가며 출자를 했다. 뿐만이 아니었다. 인천 지역에 결혼을 안 한 미혼들까지도 조합원으로 나섰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지 않아도 되는 어른들도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또한참 모자라는 건축비를 감당하기 위해 ‘희망세상 장학회’를 만들었다. 현재 아이가 없어도 훗날 혹은 ‘인천’이라는 지역에 살지 않더라도 그 돈을 어린이집에 후원하겠다는 것이다.
“조합원으로 참여하신 분들이 아이들 양육이 끝난 뒤에도 출자금 500만원을 찾아가지 않고 그 돈으로 장학회를 만들어 어린이집 운영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였죠. 사실은 보육료만으로 제대로 된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차등보육료제와 장학회 운영

김 원장은 교사들의 투표로 원장이 된 지 3년이 되었다. 일반 교사들이 선출하고 총회에서 인준만 받으면 교사 누구나 원장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희망세상’은 일반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볼 수 없는 ‘차등보육료제’를 실행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조합비를 똑 같이 냈어도 수입이 많은 조합원과 그렇지 못한 조합원의 보육료는 그 수입에 맞게 5등급으로 나눠 차등을 둔 것이다. 한 등급 당 10만 원 가량 차이가 난다고 한다. 처음 차등보육료제를 실시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방법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현재까지 7년 째 운영을 하고 있지만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 일 년에 한 번씩 원천징수 영수증을 제출해서 연소득을 파악하는 번거로움이 있음에도 조합원 모두가 이 운영 방식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도중 곤히 낮잠을 자던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일어나고 간식 시간이 되었다.

 

메뉴는 고구마와 사과, 김 원장이 내게도 한 접시 내왔다. “우리 농산물이에요. 유기농으로 농민단체에서 지은 걸 저희가 직거래로 가져오고 있어요. 아이들이 먹는 거잖아요.” 물론 ‘희망세상’ 어린이집 아이들이 먹는 모든 음식이 유기농 식품은 아니다. 하지만 가능한 우리 땅에서 만든 농산물을 확실한 경로를 통해 구입을 하니 그래도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음식을 해 먹일 수 있다.
좋은 취지와 동기로 어린이집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자칫 주변에서 ‘자기들만의 여유로움’으로 비춰지진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말을 꺼냈다.
공동육아는 중산층 이상이 하는 육아운동으로 보육의 사회화라는 의미보다는 보육의 특수화 내지는 특권화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일부 우려의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저희가 운영하는 방식은 좀 다르죠. 말씀드렸던 차등보육료제도도 그렇구요. 이 지역에 사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추천 받아서 전체 정원의 10%를 배려하고 있어요. 물론 그 아이들에게 출자금 500만원은 받지 않습니다.”
‘희망세상 장학회’는 그래서 더 큰 의미가 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세를 사는 사람에게 500만원이란 돈은 크다. 그 돈을 자기보다 더 못한 가정의 아이들이 혜택 받을 수 있도록 기꺼이 허락하는 것은 없는 사람이 더 없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육아 문제는 곧 우리 사회의 과제

초기에는 어린이집을 개방해서 주민을 위해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미술학교나 음악학교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이제 곧 이 곳도 재개발 지역으로 편입이 되서 이사를 가야할 상황이다. 재개발이 되면 땅 값이 오를 것이고 지금처럼 직접 땅을 사서 새로 건물을 지을 만한 곳이 인천에도 이제는 없을 것 같다는 김 원장의 뒷말이 흐려졌다.
부모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동네별 방모임을 운영해 직장 여성으로서 공유하는 아이들의 교육문제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교사들의 끊임없는 교육을 위해 인천교육연구소에 유아교육 과정을 만들어 교사들 학습을 지원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우리 역사와 전통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준비하는 교육이 필요하죠. 또한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체험하고 경험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저희 교육철학입니다.”
분명 ‘희망세상’ 어린이집은 새롭게 시도되는 그리고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육아 교육에 민간인들의 새로운 시도가 차곡차곡 진행되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위는 여성이 육아 문제를 해결하고 편히 일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는 사회, 그것이 바로 여성의 지위를 높여주는 사회가 아닐까.
오후 놀이시간, 아이들이 뛰어 나간 곳은 바로 옆 작은 산이 붙어 있는 공원. 모처럼 해가 난 날씨에 아이들이 땀을 흘리며 뛰놀고 있다. 저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것처럼 아이들의 엄마도 직장에서 신나게 일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글 · 사진 황석선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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